한시영⁄ 2025.12.26 11:10:49
국내 보험사들이 내수 성장 둔화 속에서 해외 투자와 인수를 확대하며 미국과 동남아 중심 해외 사업이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는 내년을 사업 성과를 가늠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 인수 후 통합과 수익성 확보가 향후 글로벌 전략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화재, 합작·지분 투자로 글로벌 사업 기반 강화
삼성화재는 글로벌 거점 확장과 현지 합작 전략 병행에 집중하고 있다. 보험 침투율이 높은 국내와 달리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아시아·유럽 주요 시장 중심으로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2017년 5월 베트남 손해보험사 페트롤리멕스보험(PJICO) 지분 20%를 인수하며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업계는 2017년 베트남 보험사 지분 인수를 계기로 회사가 기존 현지법인 중심 해외 진출 방식에 더해 현지 보험사 지분 투자로 전략을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삼성화재는 인수·지분 투자 중심의 인오가닉 전략을 본격화하며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2022년 중국 IT 기업 텐센트 등 현지 투자자들과 합작법인 전환을 완료하며 현지화 전략을 추진했다.
한편, 지난해 말 싱가포르 법인 삼성리에 약 17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자본 기반을 확충하며 아시아 재보험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혔다. 이어 올해 6월에는 영국 로이즈 시장 보험사 캐노피우스에 약 8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분 투자를 단행해 지분을 40%로 늘리며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해외 사업 성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3분기 삼성화재 해외 사업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8% 증가했으며, 싱가포르·유럽 법인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삼성화재는 2030년까지 이익 절반을 해외에서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내년에도 핵심 거점 중심의 투자와 사업 확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DB손보, 미국·동남아 인수로 해외 사업 확대 본격화
DB손해보험은 인수·투자를 통해 해외 사업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보험 침투율이 높은 국내와 달리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미국과 동남아를 핵심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 중이다.
DB손보는 올해 9월 미국 특수보험사 포테그라의 지분 전량을 약 16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보험사가 미국 현지 보험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특종보험과 신용·보증보험을 중심으로 한 포테그라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손해보험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본격 진출하며,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춘 글로벌 보증보험 시장에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전망이다.
동남아 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DB손보는 2024년 베트남 손해보험사 VNI와 사이공하노이보험(BSH) 지분을 각각 75% 인수하며 베트남 내 손해보험사 3곳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베트남과 인도차이나 반도 지역에서 사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DB손보는 미국 보험사 인수 절차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인수 마무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업계는 2026년부터 해외 사업 실적이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통합 과정과 현지 시장 안착 여부가 성과 규모를 가를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 동남아·미국 금융사 인수로 해외 사업 확대
한화생명은 동남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금융사 인수와 지분 투자를 확대하며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을 넘어 금융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금융 시장을 핵심 거점 삼아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2024년 5월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 지분 40% 인수 계약을 체결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국내 보험사 최초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했다. 회사는 디지털 금융 기술과 오프라인 채널을 결합해 리테일 금융과 방카슈랑스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금융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한화생명은 올해 7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약 250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보험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증권사 경영권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 보험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은 2008년 설립 이후 꾸준히 현지 수익성을 개선해 2019년부터 5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설립 15년 만인 2023년 누적 순익 흑자를 기록하며 안정적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2026년 한화생명이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를 통한 자산운용 수익 다변화와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을 활용한 리테일·방카슈랑스 채널 확대가 해외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수·통합 과정에 발생하는 비용 부담과 국내 실적 관리가 글로벌 전략 성과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이처럼 국내 보험사들은 저출산·고령화와 경쟁 심화로 국내 시장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해외 투자와 인수 전략을 중장기 성장 축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해외 규제와 인수 후 통합 비용 부담으로 내년에는 외형 확대보다 사업 안착과 성과 점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26년 전후 해외 사업이 국내 실적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을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장기 성장을 위해 보험사들이 해외 투자와 인수에 나서고 있다”며 “해외 시장에 대한 적극적 투자·인수가 최근 본격화된 만큼 재무 건전성 개선 효과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한시영 기자>
[2026 산업전망①] 오너 3세 전면에 나선 유통가…미래 먹거리 찾는다
[2026 산업전망②] 물가가 돌아오면 증시는 선별한다…‘K자형 자산시장’의 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