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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옛것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음악”

전통 지키며 국악 대중화에 힘쓰는 ‘가야금 연주단 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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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호 ⁄ 2007.07.03 14:33:48

가야금이 고리타분한 전통 국악기라고 여기던 때는 지났다. 어느 틈엔가 일상에서도 가야금 소리를 종종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서양의 클래식, 팝음악에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홍대나 대학로의 거리축제에서도 가야금 연주단의 연주를 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가야금으로 연주한 파헬벨의 ‘캐논’은 이제 너무 익숙하다. 가야금은 여러 국악기들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악기다. 시대에 맞게 빠르게 개량되어 맨 처음 12현이었던 가야금은 18현, 22현 등의 과정을 거쳐 지금은 25현 가야금이 대세다. 현의 수가 늘어나니 음역이 넓어져 서양음악 연주에도 무리가 없으며 창작곡에서도 다양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가야금 연주단 ‘絃(현)’ 역시 이런 변화에 발맞춰 나가고 있는 신생 연주단이다. 이제 고작 2년 남짓한 역사를 가졌을 뿐이지만 연주회를 비롯해 한·일축제한마당, 서울시민을 위한 공연, 봉사연주 등으로 우리의 소리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야금 연주단 ‘현’은 스승(임미애 대표)과 그에게서 가야금을 배워 어엿한 국악인이 된 제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가야금 연주 중에서도 주로 우리 민요를 25현 가야금에 접목하거나 창작곡 연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요즘은 퓨전이라는 이름 아래 대중화된 가야금 연주를 들려주는 연주자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가야금 연주단 ‘현’은 퓨전보다는 전통을 내세운다. 젊은 연주자들답지 않은 외고집인가 싶어 그 이유를 물었다. “대중들을 의식해 굳이 퓨전을 시도할 생각은 없어요. 최대한 전통에 충실하되 일반인들이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 대중적인 전통음악을 하고 있죠.” 개량된 악기와 창작곡들로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지만 결국 그들의 뿌리는 전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전통’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혀 가야금을, 국악을 옛것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 아쉽다고 한다. 가야금이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의 전통 악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대에 맞게 계속 변화를 거듭하고 연주되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전통음악, 국악이라고 하면 과거의 것이라 여기고 고리타분한 음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복을 입고 가야금을 연주한다고 하면 요즘 사람답지 않다 하고, 국악을 즐겨들으면 노인네 같다는 핀잔도 듣고. 국악은 어렵고 먼 음악이라는게 일반인들의 통념이다. “가야금은 절대 과거의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고 진화하고 있어요. 국악이 특정인들만의 음악이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가야금 연주단 ‘현’의 단원들은 한결같이 “전통만 내세워서는 가야금이 대중들과 함께 호흡할 수 없다”고 말한다. 피아노를 배우듯 가야금을 배우고, 서양의 고전음악인 클래식을 접하듯이 우리 전통음악을 접하면 국악도 절대 어려운 음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젊은 세대가 조금 더 국악을 가깝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국악교육에도 열심이다. 다행히도 교육현장에서 느낀 국악의 미래는 밝다. 국악에 관한 부담스러운 선입견을 갖기 전에 일찌감치 국악을 접한 어린 학생들은 우리의 가락, 우리의 소리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재미있어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굳이 진학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가야금을 배우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직접 학생들에게 가야금을 가르치고 있는 단원들은 지금 가야금에 재미를 느끼고 가야금을 배우는 어린 학생들이 성인이 될 즈음이면 국악도 지금보다는 대중화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문제는 국악이라면 일단 소수 마니아들만이 즐기는 음악으로 구분해버리는 방송 등 여러 매체의 편견에 있다. 현재 방송3사의 TV 프로그램 가운데 국악 전문 프로그램은 KBS의 <국악 한마당>이 유일하다. 이처럼 방송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것이 우리 국악계의 슬픈 현실이다. 그 반면에 뜻하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이 국악을 부담없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황진이>로 인해 가야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거나, 대중가요에 살짝 덧입혀진 국악기들의 연주를 계기로 국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다. 알고보면 이처럼 국악은 바로 우리의 음악, 우리의 소리이기에 의외로 쉽게 호감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전통만을 강조한 나머지 친숙함 보다는 거부감에 길들여진 현실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가야금 연주단 ‘현’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전통음악과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병행해갈 예정이다. 파격적인 변화로 단시일 내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보다는 꾸준한 활동으로 일반인들이 국악을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거리를 좁혀간다는 게 그들이 지향하는 바다. 국악에 조예가 깊지 않은 일반인들이 듣기에는 모든 가야금 연주가 비슷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가야금의 연주에도 여러 유파가 있어서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가야금 연주단 현은 특정한 유파의 연주를 고집하지 않고 여러 유파의 맛을 골고루 느끼기 위해 해마다 다른 유파를 접목한 연주를 선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잠깐의 큰 관심보다는 음악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다가서고 싶다는 가야금 연주단 ‘현’은 기존의 곡들이 아닌 새로운 창작곡들을 담은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관객들과 직접 만나 호흡할 수 있는 연주활동만을 해왔지만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국악을 알리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앨범발매를 결정했다. 물론 앨범을 발매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가야금 연주단 ‘현’의 첫 앨범은 기존의 곡들이 아닌 창작곡들로 채워질 예정이어서 곡의 작곡과 선곡은 물론, 단원들이 호흡을 맞추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힘든 과정에 대한 걱정보다 우리 음악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국악인으로서의 의무감,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예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더 큰 단원들은 “2007년 한해는 앨범 준비로 바삐 보내야할 것 같다”며 은근히 자랑섞인 투정을 부렸다. 아름다운 우리 소리를 알리는 가야금 연주단 ‘현’. 정겨움과 새로움을 두루 갖춘 그들의 음악은 늘 포근하다. -한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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