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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波칼럼)권력핵심의 비리는 때려잡는 게 상수(上手)

사심 없는 검찰의 칼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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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6호 ⁄ 2007.10.01 13:23:28

송(宋)나라 손광헌(孫光憲)이 저술한 「북몽쇄언」에는 「철면피(鐵面皮)」라는 대목에 진사 왕광원(王光遠)의 이야기가 나온다. 진사 왕광원은 출세 길을 밝히는 아첨꾼으로 유력자의 집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연줄을 찾았는데, 때로는 문전에서 매를 맞고 쫓겨나도 예사로 여기고 단념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광원의 낯가죽 두께는 마치 열장을 겹친 철의 투구와 같다(光遠顔厚 如十重鐵甲)』고 비웃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되어 『낯가죽이 두꺼워 수치를 모르는 자』를 「철면피」라고 일러 왔는데, 「철면피」란 말은 반드시 이런 부정적인 평가의 의미로만 쓰이지 않았다. 왕광원과는 정 반대로 성품이 강직하여 권세를 겁내지 않는 사람을 칭찬하는 경우에도 종종 「철면피」란 말이 붙여 쓰이기도 하였다. 송나라 조변은 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 : 검찰관)가 되자 상대가 권력자든 천자의 측근이든 가리지 않고 부정을 저지르면 가차 없이 탄핵했기 때문에 민간으로부터 「철면피」라는 별호를 얻었다. 또 역시 송나라 조선의는 선교랑(宣敎郞)으로 임명되어 복건성 숭안현(崇安縣)의 지사가 되었는데 그는 법을 엄하게 지켜 현정을 베풀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조철면피라고 불렀던 것이다. (福建通誌) 이러한 기록은 오늘날에는 한갓 에피소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작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소 사건들은 두 사람 조철면피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신정아(35) 씨와 정윤재(44) 씨의 구속영장이 검찰로부터 법원에 신청되었지만 두 건 모두가 기각되었다. 신정아 씨 사건은 청와대 정책실장과 고리가 맺어있는 사건이며 정윤재 씨는 청와대 전 의전비서관이어서 일반 국민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정상명 검찰총장의 『국민 보기가 부끄럽다』는 하소연에 가까운 말투에서 검찰의 심기를 읽을 수가 있는 상황이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권력 핵심의 비리 의혹을 열심히 수사했는데 법원은 도와주지는 않고 그 욕을 검찰에 다시 먹이는 상황』이라며 정 총장의 심중을 나타내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정 총장은 신 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 된 후 이를 강하게 반발했다. 신 씨 수사에는 총장 직속의 대검 중수부 검사 3명을 파견하면서 『 검찰로서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욕을 보여 왔는데,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 체면에 흠집을 입게 된 것이다. 기각 직후 검찰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여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는 발표문을 내고 대검 중수부장은 『법원의 영장기각에 동의할 수 없으며 영장을 재청구 하겠다』는 브리핑도 가졌다. 그 뒤 정 총장은 정성진 법무부장관의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에서 법무장관은 정 총장에게 『의연하게 수사에 임하라』는 당부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법무부장관은 같은 날 국회법사위에서 『공익적 충정일지라도 공개적 불만 표명이나 성명 발표는 적절치 않다』는 발언을 하였다. 이러한 상황인데 부산지법에서는 정윤재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되었다. 여기에서 정 총장의 하소연 조의 『국민들 보기가 부끄럽다』는 말이 나오고 『법원의 영장기각에 불복할 수 있는 「영장항고제」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제기되고 있다. 구속영장 항고제란 검찰이 법원의 구속영장기각에 불복해 상급법원에 항고하는 제도로 현재 독일·프랑스·일본에서 운용중인 제도이다. 항고제 도입이란 여러 절차와 시일이 요구되는 사안이니 우선 뒤로 돌리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먼저 꺼야한다. 신·정 두 사건에 범죄사실을 추가해서라도 검찰의 위신을 바로세울 영장 재청구가 요구된다. 송대(宋代)의 「조(趙)철면피」. 검사의 사심 없는 검찰의 칼날을 치켜들길 우리는 기대한다. 공적일을 빙자하여 사욕을 채움은 그 죄가 크기 때문(憑公營私 罪莫大於)이다. <박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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