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나 빛과 그늘은 존재한다. 그 빛과 그늘 사이에서 한 나라의 지도자가 탄생하고 스러지며 역사를 이루어간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써 빛나는 업적을 쌓기에 5년의 대통령 단임제는 굴레일 수도 있다. 일례로, 경제성장을 이룬 고 박정희 대통령은 장기 집권을 했으며, 경제성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경기부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전 전두환 대통령의 임기는 7년이었다. 지금의 5년 단임제에 비하면 여유가 있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이 이룬 빛보다 큰 그늘 탓에 업적마저도 공공연한 표현을 꺼린다. 그것이 민심이다. 전두환의 경우 인재 등용에 적극적이어서 박정희가 다져놓은 경제의 틀을 이어받아 순조로운 국정운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곧 들어설 새 정부는 경우가 다르다. 잃어버린 10~15년의 한을 안은 국민들의 기대를 드높이고 실정으로 위축된 국가를 이양해 리모델링해야 하는 입장이다. 시간도 없고 인재 풀도 빈약하다. 더구나 민주라는 이름의 온갖 헌법, 국회법으로 발목이 묶여 옴치고 뛸 수도 없다. 취임하자마자 치러야 할 4월 총선 공천 문제는 장관 없는 총선을 치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담이 커 보인다. 당내 갈등도 골이 깊다. 와중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의 거제 출마 공천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더니 “정당에서는 정치가 법보다 위에 있다”는 그 아버지의 공천관련 훈수가 물의를 빚고 있다. ■몰염치한 지도층의 현실인식 수준 지난 역사의 불행으로 자리매김한 3김 중 두 명이 대통령을 했고, 영원한 2인자로 정치인생을 마감한 김종필 옹. 그들 3김은 지난 역사의 상징적 존재이다. ? 그런데 대통령을 지낸 YS와 DJ 두 분은 집권 후 자신들의 가치를 더욱 깎아내리는 진면목을 보이더니, 퇴임 후에는 자랑스럽지 못한 가업 대물림으로 국민들을 민망하게 하고 있다. 이것이 은퇴한 대한민국 지도층의 몰염치한 현실인식 수준이다. 하늘(국민)이 보이지 않는가. YS를 간단히 정의해 보자. 암울시대의 민주화 투쟁 인사, 한때의 의회주의 신봉자로, 순발력 있는 정치 지도자로 평가됨은 넘치지 않는다. 그러나 집권 후의 행적은 안타까움의 연속이었으며, 이회창과 함께 좌파정권 10년의 물꼬를 터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역시 일례로 ‘민주화 투쟁’은 YS가 아닌 다른 분에 의해 명명된 구호이고, YS식 명칭은 ‘민주구국동맹위원회’였음을 아시는 분들은 알 것이다. 말로는 “지도자가 경제고 뭐고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전문가를 등용하면 된다” 하였지만, 그 점에 있어서는 무인출신인 전두환보다 수가 낮았다. 남의 머리 빌릴 줄도 몰랐고, 사전방지할 수도 있었다는 의혹의 국가부도 위기 IMF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어서 국민들에게 깡통을 채워준 깡통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YS의 뒤를 이은 후안무치의 대명사 DJ는 국내기업을 헐값에 외국에 팔아넘긴데 따른 대통령 밀약설을 뿌리며 노벨 평화상 수상을 챙겼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국민경제를 옥죄고 있다.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던 시절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져 실형을 산 아들 홍업을 자신의 후광으로 두 번이나 국회로 보냈다. 대한민국 근대사를 샅샅이 뒤져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그로 인해 다수의 호남인은 그를 등졌다. 지난 대선전, MB를 적극 지지한 후 체통을 지켜온 JP는 국회가 양로원도 아닐진대 아들(국제결혼)이 아닌 자신의 전국구 10번째 입신설로 정가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는 설이 들린다. 국민에게서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월을 앗아간 아버지들이 범법자인 아들에게 이양하는 권력세습을 보며 3김시대가 부활하는 듯한 불안을 지울 수 없다. YS의 소통령 김현철의 평가는 어떠한가. 부패에서 비교적 깨끗했다는 평을 듣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왜 나만 갖고 그래”의 한보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으로서 YS정권의 소통령으로 군림했다. 온갖 분야, 온갖 자리의 인사까지 황태자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고, 그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두둑이 챙긴, 아버지보다 조금 영리하여 아버지를 망친 아들인 김현철의 비리는 당시 황장엽 특종으로 축소되었다는 지적도 있다(인권하루소식 97년 7월 25일자). 그런 마당에 “정당에서는 법보다 정치가 위에 있다”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식의 궤변을 들이대며 아들의 공천문제를 거드는 모습은 지난 대선 때 MB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한 대가로 보여 국민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서울대 철학과 출신(?)으로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의 생각이어서 더욱 놀랍다. “강 대표가 잘 해야 한다”는 전직 대통령의 궤변을 구시대의 철새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강재섭 대표가 과거의 신세를 갚기 위해 잘 떠받들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진정 정치는 정당의 법 위에 군림하는 것인가를. ■제발 새 정부에 부담 주는 행태 버려야 김현철의 출사표 이후 한나라당은 공천자격 심사에서 금고형 이상은 봐주자로 완화했다. 그래도 실형을 치른 김현철은 자격 상실이다. 아들의 일에 관심없다는 YS의 변이 있었음에도 한나라당측은 여전히 부담을 안고 있는 듯하다. 국민의 정치수준은 MB의 여러 문제를 덮고 감싸며 MB시대를 열어줄 만큼 성숙돼 있으나, 집권을 앞둔 정부의 정치의식, 공천갈등을 보며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을 감출 수 없다. 정치권, 제발 구태를 벗고 미련도 버리자. 제발 우리도 그 누군가가 그늘을 덮는 큰 빛의 정치사를 써 나갈 수 있도록, 앞길을 막아서는 몰염치한 권력욕의 자제를 부탁드린다. <글·오마이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