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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化財廳長’에서‘門火災’로 물러나는 청장이 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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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호 ⁄ 2008.02.18 17:21:38

2008년 2월 10일 밤부터 11일 새벽 사이에 대한민국의 국보 제1호 숭례문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무너져 내린 ‘문화 국치일’의 참상은 노무현 정부 문화재 관리 부실의 결정판이었다. 이에 앞서 1월 7일 일어난 경기도 이천의 냉동창고 화재참사 직후 본지가 기획 게재한 <재해공화국 오명을 벗자… 화재편> 특집에서 국가 소방안전 시스템의 부실을 지적한 것이 지난달 1월 29일자이다. 그런지 불과 12일 만에 우리는 숭례문의 600년 역사가 잿더미로 변하는 비극을 맞고 말았다. 문화재 관리 당국의 안전 불감증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결과 치고는 너무나 희생이 크다. 해외출장 중에 화재소식을 듣고 이날 오후 급히 귀국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화재 현장을 찾아 “3년 6개월 간의 청장 재임기간 중에 국보 제1호를 없앴다는 죄책감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나 “책임지고 사퇴할 의향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 청장은 “사직하는 게 맞지만 이 문제에 대한 정비가 먼저”라며 사퇴의사가 없음을 밝혔으나, 다음날 자신의 ‘외유성’해외 출장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청와대에 사직서를 전격 제출했다. 자신의 직무에 대한 소신도 책임의식도 보이지 않는 갈팡질팡한 행보이다. 2004년 9월 취임 직후 ‘문화재 지킴이’를 자처한 유 청장은 그러나 지난해 5월 인화물질 및 취사도구 반입이 금지된 사적 제195호 효종대왕릉 재실 앞마당에서 LPG 통에 버너를 연결하고 숯불을 피워 음식을 조리해 물의를 빚었다. 언론이 이를 문제 삼자 도리어 “그게 무슨 문제냐”고 되물은 유 청장이다. 그에 앞서 2006년 4월에는 서울 창경궁 문정전 문이 방화로 불에 타고 천장이 그을렸다. 그 다음날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의 서장대에 불이 나 목조 누각 2층이 전소됐다. 2005년 4월에는 강원도 설악산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천 년 고찰 낙산사로 번져 의상대와 홍련암을 제외한 전각 13채가 모조리 타버렸다. 그때 녹아내린 보물 497호 동종을 후에 복원하는 과정에서도 유 청장은 자신의 이름을 종에 새겨 넣어 구설수를 몰고 다녔다. 사실상 유홍준 청장의 임기는 문화재 화재로 시작하여 문화재 화재로 끝난 셈이다. 베스트 셀러가 된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문화재에 대한 전문식견과 애정을 보여준 학자이기에 그가 문화재청장 자리에 올랐을 때 각별히 쏟았던 국민의 기대는 숭례문의 붕괴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문화재 관리의식 부재를 드러낸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비판하면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비꼬아 <나의 문화유산 소실기>라는 글을 올려 스트레스를 달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사직서를 제출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에 대해 뇌물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한공으로부터 1,000여만원의 부부동반 항공권 및 숙식비를 제공받은 사실을 ‘포괄적 뇌물죄 성립’으로 본 것이다. 고위 공직자의 무능과 부적절한 처신의 종말을 보는 것 같아 쓴웃음이 절로난다. <발행인 최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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