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를 장식한 ‘아프간 소녀’ 사진은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사진 중 하나다. 이 사진은 알아도 사진가는 누구인지 아는 보통 사람은 많지 않지만, 보도 사진 분야에서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는 세계 최고의 사진가이며, 전설적 존재다. 1986년부터 세계적 보도사진가 협회인 매그넘 멤버로 활동해온 맥커리는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건축과 예술을 전공했다. 졸업 후 2년간 신문사에서 근무했으며 한 곳에 얽매이기를 거부한 그는 프리랜서 활동을 위해 인도로 떠난다. 인도에 있는 동안 그는 보고 기다리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맥커리는 이후 전세계를 다니며 촬영했는데 여기에는 전쟁 지역인 이란, 이라크, 유고슬라비아, 베이루트, 콜롬비아, 필리핀, 걸프전, 아프가니스탄이 포함된다. 그는 전쟁 상황 속의 인상만이 아니라 인간의 얼굴에 주안점을 두고 촬영했다. 강렬한 색상으로 각국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인간의 갈등과 즐거움의 순간을 생생하고 아름답게 포착했다.
특히 그의 사진은 색감이 무척 아름답다. 그중에서도 붉은 계열의 색깔들은 그의 사진에서 더욱 빛이 난다. 유독 아시아 지역 사진이 많고 전통적인 모습, 즉 동양적인 것들을 더욱 이국적으로 담아낸다. 한마디로 그는 세계 여러 전쟁과 분쟁 지역을 찾아다니며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포토저널리스트다. 그만의 빛과 구도, 색감으로 세계 여러 곳의 문화와 사람들의 영혼을 포착해 사진 예술로 표현해내는 아티스트다. 유독 영롱하게 빛나는 맥커리의 작품 속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도 그의 이런 특징은 드러난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고 맥커리는 말한다. 그의 사진은 그만한 힘을 갖고 있다. 그는 에이즈 환자 등을 돕는 자선전시인 ‘Access To Life’에 참여했고, 비정부기구(NGO)들과 함께 아프간 아동을 돕는 ‘IMAGINESIA’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휴머니스트다. 그는 이밖에도 Museum of Photographic Arts(미국), Boca Raton Museum of Art(미국), Stedelijk Museum(네덜란드), Stadt Museum(독일) 등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미술관들에서 작품을 전시했으며, 세계적인 사진 관련 상인 ‘로버트 카파 어워즈’ 금상과 ‘올리버 리벗 메모리얼 어워드’를 두 번이나 수상했다. 사진 이상의 감동과 이야기를 느낀다 그의 작품에서는 예리한 통찰력뿐 아니라 인간사의 연민과 희로애락이 드러난다. 깊고 화려한 색감과 구도의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그의 걸작들은 예술성 또는 다큐성 중 한 요소만을 갖춘 다른 사진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다양한 각도에서 그를 감상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그의 작품을 국내에서 직접 감상할 기회가 온다. 4월 9일부터 5월 30일까지 어반아트 갤러리와 서울신문 주최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스티브 맥커리 사진전 ‘Unguarded Moment-진실의 순간’은 이제껏 우리에게 다큐멘터리 보도사진가 혹은 동양의 얼굴을 주로 찍어온 인물 사진가로 알려져 온 스티브 맥커리의 예술성을 새롭게 보게 만들 것이다. 다양한 인물과 경치, 사건, 그리고 사진으로 잡아낸 진실의 순간을 진솔하면서도 감성적으로 보여 주는 사진 100점으로 채워질 이번 전시는 그가 세계 속에서 보고 경험한 다채로운 감동과 스토리를 전할 예정이다. 작가의 정신세계가 반영된 동양사상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은 현대인에게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에 따뜻한 휴식을 불어넣어 준다. ‘스티브 맥커리 사진전’은 그의 수많은 사진 중 크게 ‘장소’(place), ‘감각’(sense), ‘구성’(composition), ‘의미’(meaning)라는 네 개의 섹션을 중심으로 선택돼 이뤄진다. 장소(Place) = 맥커리의 다큐멘터리 작품을 차별화시켜 주는 요소는 현장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고 파악할 수 있는 ‘장소성’의 표현에 있다. 신속, 정확성이 수반되는 현장 기록사진임에도 시간성, 계절성, 공간성 등이 화면의 색 온도로 정확하게 재현돼 있다. 이런 작품들은 대상물과 공간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감성과 예술적 안목이 있기에 가능하며, 이러한 점이 그와 다른 사진작가를 구별하는 요소다. 감각(Sense) = 맥커리 작품의 특징은 대비와 암시 그리고 생략과 묘사로 집중과 분위기 연출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한 힘이 느껴진다. 이 같은 사진 속 공간 연출은 대상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느냐는 작가관과 섬세한 감성을 반영한 것으로서, 작품의 심오함을 더해준다. 구성(Composition) = 맥커리의 풍경과 정물 사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적 요소는 치밀한 화면 구성이다. 화면 속에 담기는 공간의 깊이와 대상체의 배치, 그리고 색상에 따른 힘의 균형은 통일감, 미묘함, 복잡함, 강렬함을 적절히 조화시킨다. 공간 구성은 의미 전달의 최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고려되며, 이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의미(Meaning) = 맥커리 작품의 가장 큰 차별성은 화면 속에 담긴 영혼의 울림, 즉 함축된 시각 언어가 있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은 보도 사진의 특징인 진솔한 기록성 이외에 내재된 이야기 즉, 여운이 예술적으로 녹아 있다. 사실 여운과 감동은 가식 없는 진실한 모습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요소다. 맥커리는 이러한 상황을 포착할 수 있는 최적지로 분쟁 지역이나 현대 문명으로 때 묻지 않은 오지 등을 선택한다. 여과 없는 삶의 모습을 전달함으로써 깊이 있는 잠재성에서 비롯된 여운을 남긴다.
매그넘(Magnum)이란?
정식 명칭은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로, 1947년 헝가리의 로버트 카파(Robert Capa), 프랑스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폴란드의 데이비드 시무어(David Seymour), 영국의 조지 로저(George Rodger) 등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창립한 국제 자유 보도사진 작가 그룹이다. 단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이것이 바로 현실’이라는 사실을 인류에게 일깨워 주는 작품들로 유명하다. 창립 이후 각 언론사에 소속된 전속 사진작가들과는 달리 자유 보도사진 작가 그룹으로 활동하며 사진 통신사 역할을 했다. 이들은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문으로 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대표하는 엘리트 집단으로 이름을 떨쳤다. 회원은 정회원·준회원·후보회원 등으로 나뉘며 현재 70여 멤버가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