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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지만 다른’ 쌍둥이 역할, 1인2역 연기

영화 <비밀애>에서 미묘하게 다른 캐릭터 표현한 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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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9호 이우인⁄ 2010.03.02 15:46:19

“이렇게 삭발로 인사 드려 죄송합니다. 다른 영화를 찍고 있어서 (머리를) 밀게 됐거든요. <비밀애>는 생각보다 늦게 개봉하는 영화인데요, 늦어진 만큼 많이 준비해서 여러분께 인사 드리려고 했습니다. 좋은 작품이 나왔고 실망시키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있습니다.” 2월 24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영화 <비밀애> 제작보고회. ‘까까중’ 머리로 등장한 유지태는 삭발에 대한 쑥스러움과 이번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3월 25일 개봉 예정인 <비밀애>는 서로 다른 매력의 쌍둥이 형제와 강렬한 사랑에 매혹되는 한 여자의 치명적 사랑을 다룬 영화로, 유지태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 아내와 동생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파국을 예고하는 형 진우, 그리고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운명의 이끌림 때문에 형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동생 진호로 1인2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쌍둥이 형제의 사랑을 받는 연이는 배우 윤진서가 연기했다. 유지태와 윤진서는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서 남매 사이로 호흡을 맞춘 지 7년 만에 부부 또는 이뤄질 수 없는 관계로 다시 만났다. <비밀애>는 손예진·김주혁 주연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각색한 류훈이 연출한 첫 장편 영화로, 기획부터 개봉까지 3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렸다. 특히 수위 높은 정사 신은 <비밀애>의 볼거리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정사 신과 함께 유지태의 두 얼굴도 <비밀애>의 볼거리다. 유지태는 쌍둥이 형제의 미묘한 차이를 연기하기 위해 목소리 톤부터 발걸음 하나까지 캐릭터 표현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롭고 힘든 촬영에서 빠져나온 유지태에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캐릭터를 소개해주세요. “진우·진호라는 쌍둥이를 연기했습니다. 진우는 지리 선생님이고, 진호는 해양생물학자고요. 진우는 형인만큼 보수적인 반면, 진호는 개성이 강하고 주관적이고 다분히 현대인의 모습과 많이 닮은 캐릭터입니다. 1인2역이 등장하는 기존의 영화들을 보면 한 배우가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데요, 제가 연기한 역할은 동전의 양면성을 보입니다.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닮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연이를 더 헷갈리게 하죠.” -<비밀애>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제가 영화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작품성입니다. <비밀애>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작품성이 아주 뛰어난 영화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그리고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금 느낀 것은 <비밀애>가 작품성뿐 아니라 신선하고 재미있는 멜로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멜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색다른 멜로 영화를 통해 많은 재미와 흥미를 느끼실 거예요.” -육체적·물리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흔들다리’ 신이 육체적으로나 생각할 게 많아서 힘들었어요. 액션도 어려웠고,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죠.” -1인2역 연기는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가요? “1인2역 연기를 어떻게 하면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캐나다 감독)의 <데드 링거>와 <어댑테이션>(감독 스파이크 존즈), 최양일 감독(재일 한국인 영화감독)의 <수> 등 참고한 영화도 많고요. 그런데 <비밀애>는 이 영화들과 다른 면이 많아요. 격정적인 멜로가 주요 내용이기 때문에 1인2역은 기능적인 것 이상은 없거든요. 그런데 캐릭터에 몰두할 때 오락가락했어요. 동전의 양면성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닮기도 하고 안 닮기도 한 부분을 표현하는 데 많이 고심했습니다. 그래도 감독님이 연기 포인트를 잘 집어줘서 다행입니다. 참고로, 감독님은 나이스(nice)한 분입니다. 여성들은 진호를 더 좋아할 것 같은데요, 진호 캐릭터에 감독님의 성향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3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촬영한 만큼 기억에 남는 곳은요? “배우는 경치보다 감정적으로 애정을 쏟은 장면을 더 많이 기억하게 됩니다. 저는 ‘흔들다리’ 신을 찍은 대둔산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윤진서 씨와는 <올드 보이>에서 만난 지 7년 만의 작업인데요, 어땠나요? “(윤)진서와는 7년 전에 처음 본 뒤 이 영화를 찍었는데, 앞으로 7년 뒤에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 방송에서도 많이 이야기한 걸로 기억하는데, <올드 보이> 때의 진서가 물음표였다면 지금은 느낌표 같아요. 그래서 7년 뒤엔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합니다. 진서와 영화를 함께 찍으면서 진서가 가려는 연기 방향과 연기의 예술성을 많이 느꼈어요. 그녀가 하고 싶어하는 연기 방향대로 더 훌륭한 배우가 되길 바라며, 저 역시 진서와 발맞춰 좋은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동연출 작업인 만큼 연기 지시를 받는 과정에서 권지연·류훈 감독의 차이도 느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같은 영화를 찍어도 다른 영화가 되는 건 연출자의 힘 때문입니다. 모든 감독이 대중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하죠. 배우로서 느낀 점은 권 감독님은 아키 카우리스마키(핀란드 감독)처럼 예술성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디렉션을 받고 표현하는 데 그분의 표현 방식을 따라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반면, 류훈 감독님은 아메리칸 무비 양식을 좋아하는 분입니다. 영화가 좀 더 관객과 소통되길 바라는 편이죠. 두 연출자 때문에 영화의 성격은 많이 달라졌어요. 배우로서 두 분의 연출 방식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일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생각을 정립하는 일은 힘들었지만, ‘영화란 뭘까?’ 고민도 했고요. 결과적으로 <비밀애>는 대중이나 기자가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진우와 진호 중에서 어떤 인물에 더 애착이 갑니까? “사실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저 유지태가 어떤 성향인지도 많이 생각해봤고요. 외향적으로는 진호에 가깝고, 내면적으로는 진지하고 보수적인 진우에 가깝지 않을까요? 1인2역을 연기하면서 제 성격도 파악하게 됐어요. 영화를 보면 여성 관객에게 더 어필하는 역할은 진호일 것 같네요. 진호와 진우 어느 쪽에 더 많이 끌리는지도 평가해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영화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비밀애>를 왜 했을까 생각했을 때 한 가지 명제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연기의 진정성에 가까워지기 위해서였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다 바쳤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평가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비밀애>는 남부끄럽지 않은 좋은 작품인데다, 대중도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꼭 증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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