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쫥쫥. 빈칸에 들어갈 말을 고르라면 당신은 무슨 말을 고를 것인가? ‘음식’ 또는 ‘운동’을 고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이 빈칸에 ‘수술’이라는 단어를 넣는 사람도 있다. 다이어트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일수록 그럴 확률은 높아진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미국 <뉴욕타임스>의 과학담당 기자 지나 콜라타는 2008년 <사상 최고의 다이어트>라는 책을 펴냈다. 영어 원제는
현재 의학계에서 공인된 비만수술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위장의 입구를 좁게 만들어 위장으로 많은 음식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절형 랩(wrap) 밴드 수술’ 방법이다. 식도와 위가 만나는 부분, 즉 위장의 가장 윗부분 입구를 특수 밴드로 조여 음식이 위장으로 들어가는 부분의 직경을 1.2cm까지 줄인다. 랩 밴드 안에는 주사기로 물을 넣거나 빼 위장 입구의 직경을 일정한 크기로 조절한다. 필요하면 랩 밴드를 제거하고 위장을 원래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원상복구가 쉽고 보다 안전한 방법이다. 주로 유럽에서 확립된 방법이다<그림1 참조>. 랩 밴드 수술이 음식을 조금 먹도록 제한하는 요법이라면, 좀 더 근본적인 ‘루와이 위 우회술’은 음식물의 양은 물론 영양분의 흡수까지 방해하는 좀 더 적극적이고 철저한, 효과가 확실한 수술법이다. 이 방법은 위장의 맨 윗부분을 20~25cc 정도 용량만 남겨놓고 위장 아랫부분을 잘라낸다. 그리고 이 ‘꼬마 위장’에 십이지장 등 작은창자의 시작 부분을 건너뛰고 작은창자 안으로 직접 음식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연결시킨다. 영양분의 흡수가 활발히 이뤄지는 위장·십이지장으로 음식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주로 미국에서 확립된 수술법이다<그림2 참조>.
전 교수 팀은 환자의 상태를 보아 이 두 가지 주요 방법 중 적절한 것을 선택해 시행한다. 실제 사례를 보면, 한 20대 여성은 병원에 찾아왔을 때만 해도 몸무게가 121.8kg이나 됐다. 여러 다이어트 방법을 동원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였다. 전 교수 팀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루와이 위 우회술을 적용했다. 이 여성의 체중은 10개월 뒤 72kg으로 줄어들었다<사진3 참조>. 웬만한 다이어트법으로는 해결이 곤란한 고도비만을 수술로 확실히 잡은 사례였다.
또 다른 환자인 백 모(남, 35세) 씨는 키 174cm에 몸무게 124kg의 고도비만에다 고혈압, 당뇨, 심한 지방간, 역류성 식도염 등 비만에 따른 질병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 의료진은 복강경을 통해 랩 밴드 수술을 해줬다. 2주가 지나자 그의 체중은 9kg 줄었으며, 1년 6개월 뒤에는 96kg으로 체중이 줄었다. 수술 전에는 몸무게가 214kg이던 환자가, 수술 1년 만에 131kg로 그야말로 ‘반쪽이 되면서’, 비만의 합병증도 모두 나은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효과가 확실한 게 비만수술법이지만, 일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에겐 효과가 없을 때도 있다. 랩 밴드 수술은 밴드가 일정한 굵기를 유지하는지 정기적으로 위장 내시경 검사로 확인하고, 필요하면 물을 더 채워줘야 하는데, 일부 환자들은 식탐 때문에 이런 점검 절차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모병원에서 랩 밴드 수술을 한 한 남자 환자는 정기 검진을 받지 않으면서 밴드가 늘어나 체중이 원상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전 교수는 “비만 환자 중에는 정신적인 원인 때문에 먹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도 있다”면서 “이런 사람은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수술 결과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복강경 수술로 상처 거의 남지 않아 수술을 한다고 반드시 몸에 수술 자국이 남는 것도 아니다. 수술의 절반 정도는 복강 내시경 수술로 하므로 복부에 작은 구멍 몇 개 정도의 자국만 남을 뿐이다. 수술 뒤 극히 작아진 위장의 크기 또는 위장 입구 때문에 허기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 교수는 “위가 근본적으로 작아졌기 때문에 많이 먹지를 못하며, 수술을 받은 대부분의 환자는 조금 먹어도 기분이 좋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수술 뒤에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정확한 식이요법을 지켜야 한다. 비만수술법을 적용하면서 의료진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점은 미용 목적으로 수술을 해달라는, 특히 젊은 여성들의 요구이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수술에는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실제로 2006년쯤에는 개인 병원에서 비만수술을 하다가 환자가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전 교수는 미리 정한 엄밀한 기준에 맞는 환자가 아니면 비만수술을 하지 않는다. 전 교수는 “탄수화물과 채소를 많이 먹어 위장과 작은창자 사이가 상대적으로 긴 동양인과 달리 위와 작은창자 사이가 짧아 더 쉽게 루와이 우회수술을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비만수술의 남용을 막기 위해 식품의약국(FDA)이 정한 엄밀한 기준에 따라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여러 병원, 다이어트 시설 등에서 약물 등을 이용한 무분별한 다이어트법을 판매하고 있어 한국 실정은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비만외과는 앞으로 레이저 광선으로 살을 빼는 방법, 피하지방을 빨아내는 지방흡입술 등 외과적 비만치료 방법에 식이조절·운동 요법을 조합하는 여러 수단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비만 치료 클리닉으로 비만외과를 키운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