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윤식 우주 탄생에 대한 양백승의 빅뱅론은 계속된다. “이 빛이 바로 빅뱅의 메아리라고 불리는 ‘우주배경복사’입니다. 헌데 30만 년이 지난 바로 그 시점의 우주에는 평균보다 약간 더 밀도가 높은 지역이 있었습니다. 이 지역은 점차 더 많은 질량을 끌어 모아 점점 밀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작용이 끊임없이 계속되면서 대략 10억 년이 지났을 때, 밝게 빛나는 작은 구슬이 여기저기서 연달아 만들어졌지요. 이렇게 생겨난 구슬들이 에너지를 내면서 뜨거워지더니 점점 밝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바로 첫 번째 별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아울러 무수한 별들이 모인 은하들도 형성되었지요. 이때 별들의 내부에서는 핵반응이 일어나 하나의 용광로가 되면서 탄소·산소·질소·인 등과 같은 중간 크기의 원소들이 처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전까지 우주에는 아주 가벼운 수소와 헬륨 원소만이 존재하여 구름을 형성하고 있었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들은 후에 생명체가 탄생하는 원천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원소들이 바로 오늘날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이기 때문입니다. 무수한 별들이 끊임없이 탄생하는 가운데, 어떤 별들은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죽어가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주 무거운 별들은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때 잠시나마 태양의 10억 내지 100억 배 밝기로 눈부시게 빛나는 ‘초신성(超新星)’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별들은 죽어가면서 특별히 철·규소·금·은·백금 등 아주 무거운 원소들을 선물로 남겨놓고 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수많은 별들이 생겨났다 사라지고, 여전히 살아있는 별들이 모여 숱한 은하를 형성하고 있지요. 물론 지금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별들 중에는, 이미 오래 전에 죽었지만 지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살아있을 때 보낸 빛을 뒤늦게 보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도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는 가운데, 약 1000억 개가 넘는 은하가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대략 1000억 개의 별들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별들이 탄생한 것과 같은 이치로, 빅뱅 이후 92억 년이 지나갔을 즈음, 즉 지금으로부터 약 45억 년 전에, 마침내 우리 지구가 몸담고 있는 ‘태양계’가 탄생하게 됩니다. 태양계는 별이 폭발한 후 남은 성운(星雲: 기체와 먼지의 구름)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들 성운은 각기 운동량을 갖고 탄생했기 때문에, 운동량 보존에 의해 수축하며 점차 회전이 빨라집니다. 여기에서 중력·기체압·회전 등과 관련된 경쟁적 힘 때문에, 수축하는 성운은 납작하게 되어 회전하는 ‘팬케이크’ 모양이 되지요. 그런데 성운을 붕괴시키려는 중력(초신성 충격파 등이 가져온 섭동에 의해 발생)은 성운을 팽창시키려고 하는 기체압보다 크기 때문에 결국 성운은 붕괴하게 됩니다. 이렇게 붕괴하는 과정에서, 회전하는 성운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중력에 의해 국지적으로 좀 더 수축하는 부위가 발생하는데, 이 ‘응축된 국지적 부위’가 바로 태양과 행성 그리고 태양계의 여러 부스러기가 된 것입니다. 즉, 태양을 중심으로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등의 8개 행성이 규칙적으로 공전하는 ‘태양계’가 탄생하여 45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답변 양백승이 빅뱅 이론에 의한 우주 탄생설을 자세히 설명하는 동안 모두들 열심히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우주 탄생에 대한 설명이 마무리되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어 질문이 쏟아지고, 양백승은 그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였다. “최초로 빅뱅이 일어나기 전, 즉 137억 년 이전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었나요?” “현재로선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대답은 과학적 측면에서는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라고 봅니다.” “빅뱅 전이든 후이든, 현재 우리의 우주라고 생각하고 있는, 즉 빅뱅으로 탄생된 우주 외에 또 다른 우주는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요?” “우리 우주 외에 또 다른 우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다중 우주’의 주장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 역시 현재 인간이 증명하거나 관찰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처음으로 빅뱅을 일으킨 원시원자라 불리는 그 한 점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겁니까? 그리고 무슨 연유로 갑자기 폭발하게 된 것입니까?” “그 문제 역시 현재 누구라도 답변할 수 없는 우주의 미스터리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가지고 그 실마리를 찾고자 연구 중에 있습니다. 참고로, 이 원리는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부터 ‘물질’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즉 인과관계에 의한 결정론이나 보존법칙이 성립되지 않은 것을 말하지요.” “지금도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우주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과학자들은 대략 4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우주가 영원히 팽창한다는 가정이고, 둘째는 우주 팽창이 멈출 때까지 그 속도가 점차 줄어든다는 가설입니다. 셋째는 우주가 느려져서 결국 팽창이 멈춤과 동시에 다시 하나의 점으로 대수축하게 된다는 것이고, 넷째는 우주의 팽창 속도가 갈수록 가속도로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이 중에 어느 것이 진리인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만, ‘네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별들이 생겨났다 죽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우리의 태양도 언젠가는 사라지는 겁니까?” “당연히 그렇다고 봐야지요. 태양은 수소를 원료로 한 ‘핵융합’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와 빛을 내고 있는 천체입니다. 그런데 태양이 보유한 수소의 양은 제한되어 있지요. 따라서 수소가 바닥나면 더 이상 별의 구실을 못 하게 됩니다. 다만, 핵융합 때 상당히 적은 양의 수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20억 년 이상은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눌촌 거사의 중재 한동안 양백승과 일행 사이에 진지하고 열띤 질의 응답이 계속되었다. 일련의 담론이 마무리되려는 즈음, 정진욱(鄭鎭旭) 의원의 보좌관인 이기하(李基河)가 상기된 얼굴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지금까지 빅뱅 이론에 의한 우주 탄생설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만, 어느 한 가지도 분명하고도 명쾌한 답을 내놓은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 왜 그렇겠습니까? 그것은 당연히 빅뱅 이론에 너무도 많은 억지와 허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경에 나와 있는 대로, 우리 인간과 지구를 포함한 우주를 6000년 전에 6일 동안 차례대로 하나님이 창조했다는 ‘창조과학’을 굳게 믿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사실은 결코 종교적 차원이 아니라 엄연히 과학적 측면에서 얼마든지 증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이기하 보좌관은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빅뱅 이론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양백승도 못 참겠다는 듯이 곧바로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으나, 이내 멈추고 말았다. 눌촌 거사가 기다란 지팡이를 두드리며 두 사람을 향해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빅뱅 이론과 창조과학론의 논박이 쑥 들어가자, 당사자인 양백승과 이기하가 민망스런 표정을 짓는 가운데,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때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출가를 결심하고 석양의 낭떠러지를 찾았던 왕문후(王文侯)가 말문을 열었다. “눌촌 거사님! 거사님께서는 우리 우주가 과연 어떻게 해서 생겨났다고 보시는지요?”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