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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포장’ 버리고 샘 조로 다시 태어나다

현대미술작가 조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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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3호 편집팀⁄ 2010.03.29 14:03:50

조아진 (방문미술 그림샘 대표, 월간미술인 객원기자) 아는 사람 문득 깨닫는다. 예술을 위한 예술 그리고 대화를 위한 대화. 인터뷰라는 껍데기는, 작가라는 캐릭터를 해체하고 내 나름대로 재해석하여 그의 삶과 작품세계의 연결고리를 쫓아 특정 이야기를 유도해 낸다. 자칫하다간 실제가 아닌 가상의 캐릭터가 되고 만다. 고정관념에 선입견이라는 양념이 더해져 전혀 다른 요리를 만들어 내고 만다. 그나마 최소한의 진실을 알아채기 위해 노력이라는 것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일전의 순수와 대면했을 때처럼 너무나 친숙한 캐릭터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알면서도 모르는 관계, 그것이 바로 그와 나의 관계. 아는 사람이다. 포장을 벗고 인터뷰를 위해 요청한 자료를 보며 먼저 눈에 박힌 것은 자유로운 영혼과 더부살이를 하고 있던 포장지였다. 난 아주 그럴듯하고 논리적이며 동시에 감성을 자극하는, 게다가 철학적이기까지 한! 자기포장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존중한다. 그러나 동시에 아무렇게도 포장되지 않은, 아니 못한, 날것의 원초적 감각을 더욱 경애한다. 그는 꽤나 늦은 나이에 모든 것을 버려두고 미국으로 유학길을 택했다. 미술대학에서 겸임교수 직을 맡고도 있었고 젊은 작가들 축에서 나름대로 인지도도 갖고 있는 작가였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 갈수록 가슴은 먹먹해져만 갔다.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있지만 정작 도통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는 막연한 선물처럼.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포장해주던 모든 것들이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작품에 대한 본질을 두텁게 감싸고 있었다. 그는 황홀하게 반짝이던 포장지를 벗어던지고 날것 그대로의 원초적 감각을 쫓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말이 좋아 유학이지 그저 새로운 공부를 위해 더 큰물에 발을 담근 정도였다. 4년 동안 미국에서의 시간 동안 그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웃는 얼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먹고 입고 자는 것에 대한 원초적 고난의 연속이다. 변변한 작업실도 없이 그림을 그리면서도 종종 카메라를 들고 뉴욕의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과 필연처럼 새로운 작업 스타일에 대한 영감이 찾아왔다.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물 속에 이미 존재해 왔던 얼굴의 이미지가 그를 맞이한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것이 영락없는 사람의 얼굴이다. 애써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는 것들,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 운명이란 것은 그렇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던 미국 생활에서 작가 정체성을 찾고 인간 조석진으로서 새로운 인생관을 정립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현대미술 작가 조샘(Sam, CHO)은 탄생하게 된다. 뉴욕에서 수 차례의 그룹 전시와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조심스레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꽤나 성공적인 반응이다.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서 재치를 발견한다. 그리고 웃는다. 작품 고유의 창조성이 의외성을 만나 대중과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시각적 매체를 활용한 창조적 재생산을 통해 소통하거나 혹은 주장만을 하거나, 대개의 예술 결과물은 이 두 가지 반응을 낳게 마련이다. 그의 전시를 찾은 노부부가 작품을 보며 내내 즐거워하며 웃음으로 화답했다는 사실은 그가 작가 노트에서 언급한 모든 사람들과의 공유라는 바람에 어느 정도 근접한 결과가 아닐까. 단 몇 줄의 글로 수긍할 수 없다면 전시회를 직접 찾아 확인해 보거나, 그가 그간의 작품을 모아 미술과 비평사에서 출간하기로 한 작품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작품집에서 작품 제목과 설명을 함께 보면 그 작품의 진정한 재미와 위트를 두 배로 만끽할 수 있다.

김포 선생님 뉴욕에 머무는 동안 그는 94세의 김포 선생님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1년여의 시간 동안 그 분 작품의 반세기 동안의 흔적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특히 60년대 말부터 하루에 10시간씩 근 7년이라는 시간과 공을 들여 완성된 색연필 드로잉은 그에게 작가적 고집과 열정이 무엇이라고 정의를 내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태어나고 자라난 나라. 그곳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굳혀갈 무렵 그가 선택한 길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의 사회적 성공도, 겉으로 보기에 번지르르한 미국 유학이라는 포장길도 아니었다. 작가적 영혼의 양심을 배신할 수 없었던 순수한 열정이며 도전과 모색 그 자체였다. 그에게는 삶과 예술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같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꿈꾸는 바로 지금이다. 주위의 모든 것이 그의 시선을 통해, 카메라를 통해 그리고 그래픽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로 재현되고 있다. 그가 얻은 깨달음처럼 삶은 곧 예술인 것이다.

sam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도전한다는 것은 항상 희생이 뒤따르는 법이다. 대개의 예술을 업으로 택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아버지로서 그리고 집안의 가장으로써 그는 항상 가족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그래서 정한 영문 이름. 조 샘(sam, Cho / 본명 조석진). 늘 샘솟는 기분으로 아내와 아들을 사랑하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다. 아는 사람인 그가 샘을 택했듯. 나 또한 나의 샘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져본다. -조 샘 개인전 일정 1차 2010년 3월 31일 ~ 4월 6일 서울 인사동 통큰갤러리 : 전시 오프닝 및 조샘 작품집 출간기념회 3월 31일(수) 오후 6시 2차 2010년 4월 8일 ~ 17일 광주광역시 나인갤러리 : 오프닝 4월 8일(목) 오후 6시 현대미술가 조석진 작품집 출간 출판사 : 미술과비평 출판일정 : 2010년 3월 말 예정 -작가 약력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전시 2010 제10회 ‘The Face’ 갤러리 통큰 및 나인 갤러리 기획 초대전 1997~2005 개인전 9회 (한국) 2009 ‘Hope’ 전 (Church Gallery-New York) KACAL 10주년 기념전 (Korean Cultural Service Gallery-뉴욕) 2008 Open Studios (NARS Foundation Open Studios, 뉴욕) 1997~2009 Winter 0708’ - 24인 작가전(뉴욕) 외 그룹전 100여 회 -현재 뉴욕 김포화백 스튜디오 조교, ‘미술과비평’ 뉴욕 특파원 및 작품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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