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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속 자연을 반복되는 선으로 표현한다

마음에 담는 자연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김정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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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4호 김대희⁄ 2010.04.05 17:06:56

자연은 예술가에 있어 더없이 좋은 소재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예술이 되고 그 변화무쌍한 형태는 다양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끝없는 감흥을 준다. 자연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연으로 돌아가리라’라는 원초적 본능처럼 그 무엇보다 친숙하기에, 많은 예술가의 소재로 끊임없이 활용된다. 또한 자연이라는 한정된 소재 속에서 그 표현 기법은 작가마다 다르며 형태도 무궁무진하게 달라지고 있다. 강원도 강릉에 작업실을 두고 작업하는 김정남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산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왔다. 물론 작업실 주변 사방에 산이 있어, 이런 환경에서 산을 그린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냥 평범한 산을 그릴까. 일반적인 자연 그대로의 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의 산은 여느 산과는 다른 리듬과 힘(에너지)을 담고 있다. 바로 자연 속 시간의 흐름을 율동으로 나타냈기 때문이다. “자연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다양한 율동의 변화를 이루며 그 형상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눈에 보이는 자연은 언제나 그대로의 모습으로 멈춰져 있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항상 변한다. 이 같은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선을 사용해 율동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반복적으로 선을 계속 입히다보면 그림이 강한 힘을 갖게 되면서 그 흐름 또한 강렬해진다.”

김 작가는 이처럼 자연 속 시간의 흐름 형태를 반복적이면서도 율동적인 선을 사용해 자연에 내재된 거대한 심상을 시각적인 형태로 표현한다. 자연과 대지를 율동감 있게 표현하자는 의도다. “자연은 인간을 포용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 자연을 감싸는 공기, 즉 바람이 중첩된 자연을 통해 부유하는 현상을 읽고 싶다. 자연은 시간을, 시간의 흐름은 거대한 자연을, 서서히 심상의 자연으로 움직이게 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그리는 산은 일반적인 붓이 아닌 펜으로 그려지기에 더욱 독특하게 느껴지는데 이런 수많은 선들은 서로 겹치지 않고 흐른다. “펜으로 그리는 작업은 7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나만의 독창적 기법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런 기법은 아직도 연구하는 과정으로 이전에는 세필(가는 붓)로 작업을 했다. 하지만 선의 굵기가 일정하지 않아 흐름이나 에너지의 전달이 약했다. 펜으로 바꾸면서 이런 전달이 더 강해졌다. 하지만 선의 움직임과 리듬을 다른 선과 함께 맞춰 가야하기에 집중이 필요해 오랜 시간 작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의 작업을 기법적인 면에서 보면, 선은 동양화의 준법과 서양미술의 옵아트의 개념을 응용했고, 불규칙하면서도 명료해 보이는 율동감에 준법으로 자연의 형태를 밀도감 있게 표현해 시각적인 효과를 더하고자 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진시황이 자주 머물렀다는 원 정원(遠 庭園-일반인은 갈 수도 없으며 전설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정원)을 이상적인 도형인 삼각형의 형태로 표현하면서 그 상징성을 더해 커다란 하나의 완성된 자연을 만들어 보고자했다. 1992년 회화를 시작한 김 작가는 중간에 판화를 하다 다시 회화로 돌아왔다. 최근에는 이런 독창적인 작업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판매도 수월하게 이뤄져 김 작가는 “보람과 행복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면서 힘도 나고 더불어 나만의 특별한 기법에 자부심을 느끼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기법에 서양 미술의 옵아트와 동양미술의 준법을 합친 ‘옵준’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자연 속에서 자연이 움직이는 시간과 과정을 작품에 담으며 앞으로도 계속 산을 그릴 거라는 김 작가는 “작품 안에는 정원과 골프장도 들어가는데 구체적인 형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눈에 보이는 건 골프장을 연상케 하는 깃발 정도로 자연에서의 여유와 편안함 등 휴식처 같은 개념으로 넣었다. 이제는 책과 가방 등 여행과 관련된 이미지들도 들어갈 예정으로, 산에서 편안함을 찾을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자연의 시간을 주제로 자연과 인간이 호흡할 수 있는 자연을 표현해보고자 하는 김 작가의 작품은 4월 7일부터 13일까지 인사동 가가갤러리의 개인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가 말하는 작품명 이야기 “작품 이름에도 다 뜻이 있답니다” 거닐다와 거닐다 II = 깊고 깊은 산 속에 아무도 갈 수 없는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던 정원이 있었다. 상징적이긴 하지만 그 정원을 원 정원(遠 庭園)이라 한다. 나는 그 정원을 사진 자료조차도 보지 못했지만 그러했을 거라고 상상해본다. 자연의 깊은 선을 율동감으로 표현하고 그 사이에 상상의 정원을 삼각의 도형으로 그려보았다. 나는 그 평평한 삼각의 정원이 더 신비스럽게 보인다. 그리고 그 넓은 정원에 골프장 깃대를 꽂아 보았다. 담다 = 올해는 유난히도 눈이 많이 왔다. 작업실 동료들이 온종일 눈을 치워도 뒤엔 그만큼 또 쌓여 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아 식수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담고 싶다. 오르다 = 내 작업실은 산속의 폐교를 사용하고 있다. 사방이 산이지만 산을 올라가보지 않았다. 그 사이 몇 번이고 올라가보았을 텐데 말이다. 그저 그 산들을 바라보기만 한다. 멀리서 보는 산의 형세가 음영에 의해 아름답다. 나는 그런 관조를 좋아한다. 자연의 시간 = 이 작업은 나에게 의미가 큰 작업이다. 조형적으로는 큰 변화가 있지는 않지만 내 작업에서 현재까지 단골 소재가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복된 선과 율동이 시각적인 굴곡에 의해 큰 에너지가 되어 나타난다. 선 하나하나를 긋기에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안 된다. 선이 엉켜서도 안 되며 간격이 너무 넓어져도 안 된다. 불규칙하면서도 일정한 반복과 리듬을 가지고 있어야 전체적인 이미지의 밀도와 율동감을 느낄 수 있다. 휴식 = 멀리 붉은 산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래의 정원도 조용해지면서 고요함이 몰려오고 주변의 산도 흘러 녹아내릴 것 같다. 홀로 있는 깃발이 휴식을 취하듯 편안해 보인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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