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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두 괴물의 사랑과 비극…뮤지컬 ‘쓰릴 미’

11월 14일까지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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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0호 이우인⁄ 2010.05.24 10:25:54

어린 나이에 법대를 졸업할 정도로 비상한 두뇌를 가진 ‘나’와 ‘그’는 아무 이유 없이 어린 아이를 유괴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다. 그리고 34년 뒤 ‘나’는 감옥의 가석방 심의위원회에서 가석방 심의를 받으면서 ‘그’와 저질렀던 범죄 배경과 과정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나’는 ‘그’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피의 계약서를 쓰고 갖은 범죄의 공범자가 된다. ‘나’의 양심은 ‘그’와의 사랑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나’는 ‘그’와 영원히 있기 위해 기꺼이 괴물이 되기로 한다. 지난 14일부터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네 번째 시즌 공연에 들어간 뮤지컬 ‘쓰릴 미’는 1924년 시카고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유괴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다. 2007년 국내에서 처음 초연돼 동성애와 유괴, 살인 같은 파격적인 소재로 국내 공연계에 충격을 준 이 뮤지컬은 매년 연출과 배우에 조금씩 변화를 주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올해는 김무열-최재웅, 최지호-최수형, 조강현-김재범, 지창욱-김하늘 이 네 쌍의 ‘남남 커플’로 더 다양한 조합을 꾸렸다. 배우 외에도 다양한 변화가 눈에 띈다. 시멘트 질감으로 현대적이었던 무대는 나무 질감으로 더 은밀한 느낌을 살렸으며, 배우들과 같은 높이에서 등을 보이고 있던 피아노와 연주자를 무대 위로 옮겨 ‘그’와 ‘나’를 관찰하면서 질책하고 어루만지는 ‘절대자’ 같은 지위를 안겼다. 가장 큰 변화는 무대 위 관객석인 ‘배심원석’이다. 양쪽 무대에 앉은 관객들은 ‘그’와 ‘나’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극대화해 무대 밖 관객에게 보여준다. 두 명의 배우는 오케스트라를 앞세운 대형 뮤지컬 못지않은 강력한 힘을 내뿜는다. ‘그’의 자만하고 야비하면서도 사이코패스의 느낌을 풍부하게 표현해낸 최지호, 풍부한 가창력 표정으로 비극에 처한 ‘나’로 완벽하게 분한 최수형, 이 두 사람의 조합은 김무열-최재웅(2007), 김우형-정상윤(2009) 조합에 이은 또 다른 ‘쓰릴미 페어’ 브랜드로 기억에 강하게 남을 것이다. ‘그’의 기이한 생각과 행동, ‘그’와 ‘나’의 팽팽한 신경전, ‘그’를 거부할 수 없는 ‘나’의 비극은 피아노의 선율에 맞춰 90분 동안 신경을 조이고 숨까지 멎게 한다. 여기에 빨강-파랑-노랑의 조명으로 만들어내는 단순한 효과는 실화가 주는 섬뜩함까지 오버랩하며 작은 극장 안을 긴장감으로 잔뜩 채운다.

‘쓰릴 미’에서는 다른 공연에서 느낄 수 없던 이상한 쾌감이 있다. 공연 내내 자는 것처럼 조용했던 관객이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터뜨리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서다. 눈물을 쏟는 관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좋은 뮤지컬의 조건인 좋은 음악은 ‘쓰릴 미’가 관객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다. ‘모두 너만을 원해’ ‘계약서’ ‘쓰릴 미’ ‘음모’ ‘너무 멀리 왔어’ ‘뛰어난 인간’ ‘협박편지’ ‘생각하는 중이에요’ ‘계약은 끝나지 않았어’ ‘두려워’ ‘살아있는 동안’ 등 ‘쓰릴 미’의 비극적인 음악은 극본만큼 탄탄하고 아름답다. 뮤지컬 ‘쓰릴 미’는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11월 14일까지 공연된다. 문의 02-744-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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