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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강선호 KANG, SUNHO

꿈 속 풍경처럼 몽환적인 화면 속에 숨겨진 작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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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5호 김대희⁄ 2010.11.08 15:04:45

“2009년에 다시 붓을 잡았어요. 근 10여 년 만에 그림을 다시 시작한거죠.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아무 걱정도 없고, 소박하지만 저에겐 큰 행복이에요.” 독산동 작업실에서 만난 강선호 작가는 조금은 쑥쓰러운듯 말문을 열었다. 2000년에 네 번째 개인전을 가진 후 그는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저를 가르친 은사님의 그림과 제 그림이 너무 비슷했어요. 이때부터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다음 작업을 고심하다 2년 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했어요.” 이렇게 붓을 놓기 시작해 최근 다시 붓을 잡기까지 그는 수많은 어려움과 눈물 섞인 아픔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00년 결혼 후 부모님이 편찮으시면서 2003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005년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나셨다. 이렇게 큰일을 두 번이나 치른 그는 우울증이 오면서 일주일 내내 술로 마음을 달래다 결국 공황장애까지 겪게 됐다. “부모님이 편찮으시면서 병간호를 하느라 모든 시간을 보냈어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두 분이 다 돌아가시면서, 저에겐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죠. 공황장애를 겪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산도 다녔어요. 하지만 이것도 너무 무리해 오히려 팔 근육까지 마비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에 몸이 너무 안 좋아졌어요.”

소박한 모습의 편안한 첫인상에서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그의 고된 과거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크나 큰 아픔에 쓰러지지 않고 견뎌온 그가 대단해 보였다. 힘들었던 그동안의 경험이 지금 작업의 디딤돌이 됐다고 말하는 그는 “잠시 미술학원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그림을 전혀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다시 희망과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마음은 항상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난이 클수록 기쁨도 크다고 했던가. 이처럼 힘든 시기를 보낸 그이기에 지금의 작업이 더없이 행복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사실 그는 추상화를 주로 그려왔지만 현재의 작업은 구상화다. 그림 형태에 고민이 많았던 그는 유화를 이용하면서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에 구상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작업은 어둡기도 하지만 하늘 가득 채운 꽃이 밝고 화사하기도 하고 꿈을 꾸듯 몽환적이면서 왜곡된 화면을 보인다. 작품명도 같은 자리에 자면서 다른 꿈을 꾼다는 ‘동상이몽’이다. 이는 등산 할 때 아지랑이가 피며 휘어지듯 보이는 것을 보면서 그리게 됐다. 대부분 작품은 현실의 거리 풍경을 주제로 했으며 모든 작품에 꽃이 등장하는데 우리가 흔히 성공하거나 행복함을 표현할 때 쓰는 “장밋빛 인생”을 말하려는 의도로 모든 꽃은 장미로 그려졌다. 휘어진 건물은 그의 우울한 마음과 굴곡이 많았던 인생사를 담아 표현했다.

“동상이몽은 내 경험과 이야기로 주로 꿈을 다뤄요. 보는 사람의 정신적 상황과 경험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꿈을 꾸도록 말이죠. 작업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 위에서 사진을 찍고 구도를 잡아 스케치도 해요. 오랜만에 다시 하려니 데생도 안 되고 너무 힘들었죠.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신진 작가와 같은 굳은 각오와 결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짬짬이 작업을 병행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맛있는 음식은 먹는 순간 즐거움을 주지만 오래가지 못한다는 그는 “그림을 통해 평생 즐거워하는 행복을 주고 싶다”며 “앞으로 작업량을 늘리고 계속 작업해나갈 계획이다. 이제야 내 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며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강선호의 작지만 잔잔한 행복으로 초대하는 그림은 11월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인사동 JH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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