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문화란 잉여가치의 결과물이다. 음악, 미술, 문학 등 모든 문화는 먹고 살만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화가 발달한 시대에는 경제가 발전했다. 먹고 살만하고 잉여가치가 있어야 새로운 것, 좀 더 멋스러운 것을 할 생각이 든다.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너무나 먹고 살기 바쁜 사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웅바둥대는 사람, 무엇인가 절실하게 열심히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에게 섹스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사랑은 쉽지 않다. 사랑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유지하기 어렵고, 정말로 흡족한 사랑을 충분히 하기에는 힘들다. 엥겔지수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버는 돈에서 먹는 데 쓰는 돈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는 지수이다. 즉 버는 돈의 대부분을 먹는 데 쓰는 사람은 엥겔지수가 높다. 그래서 엥겔지수가 높은 나라에서는 문화가 발달하기 어렵고, 섹스 역시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이 중요하게 된다. 우리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아름답고,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꾼다. 나도 저렇게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랑은 감정만 가지고는 어렵다는 것을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어렴풋하나마 깨닫게 된다. 사랑에는 절대적으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둘 중에 어느 한 가지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노후대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만약에 멋진 사랑을 하고 싶다면, 시간과 돈을 절약하든지,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반대로 절대로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은 시간과 돈이 없는 사람이다. 만약에 운명 같은 사랑을 하고 싶거나, 기억에 남는 사랑을 하고 싶다면, 일단 내가 그 사랑에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 형편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아무것도 손해 보지 않고,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과 시간을 뺏을 수는 없다. 사람은 죽을 때 3가지 ‘걸’을 후회한다. 좀 더 사랑할 걸, 좀 더 용서할 걸, 좀 더 재미있을 걸~. 그 중 첫째가 사랑이다. 그래서 정말로 살기 어려운 사람이나 당장 살아가는 것이 버거운 사람,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뭔가를 추구하는 사람이나 이기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가 없다. 사랑은 정성이고 투자고, 어느 정도의 자기희생이고, 필요이고, 문화이기 때문이다. 문화적인 코드가 맞아야 하고, 열정도 있어야 사랑을 할 수 있다. 어떤 옹기장수 이야기다. 너무 더운 여름날 하루 종일 옹기를 하나도 팔지 못했다. 그는 너무나 덥고 피곤해서 어느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쉬고 있었다. 하필 그 시간에 그 곳에 발정난 개 두 마리가 서로 엉겨 있었다. 그것을 본 옹기장수의 페니스가 발기를 하기 시작했다. 흥분한 옹기장수는 자위를 하였고 사정까지 하게 되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옆에 놓아두었던 지게의 한 쪽 발을 건드려 옹기가 모두 깨지고 말았다. 옹기장수 왈 "역시, 오입에는 돈이 들어~" 하였더란다. 어느 바람둥이 할머니 이야기이다. 그녀는 젊었을 때 카바레에 다니면서 여러 남자를 만나 보았다고 한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직업도 다양했다. 그녀가 내게 한 말이다. “전문직종의 남자나 권력이 있는 남자 중에 테크닉이 좋은 남자를 별로 못 봤어. 다들 쫓기듯이 살고 너무나 바빠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 너무 자제하고 살아서 그런지 발기력도 시원찮고, 어떤 남자들은 조루이거나 발기가 안 되기도 해. 하더라도 기술이 좋지가 않아. 그래서 난 TV에 나오는 훌륭한 남자들 하나도 안 부러워. 사랑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나 에너지가 필요해. 그리고 그것도 쓰면 쓸수록 좋아지기 때문에 자주 하는 사람이 잘 해. 그래서 난 바람둥이가 더 좋아. 너무 바쁜 사람은 재미가 없어.” 그녀의 남자친구는 부자이고 시간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느긋하게 섹스를 즐기니까 그와 지내는 시간은 재미있고 즐거웠다. 당연히 그와 하는 섹스는 여러 번 오르가슴을 느끼는 황홀한 것이었다. 하지만 1-2시간 있다가 금방 헤어지는 다른 남자친구와는 섹스가 재미가 없다고 했다. 마치 우물에서 숭늉을 기대하는 것처럼, 시간에 쫓기는 섹스는 충분히 흡족스럽지 않다고 했다. 쫓기듯 사는 사람에게 인생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듯 그런 남자와의 섹스는 좋지 않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얘기다. 아니 그게 진리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아무나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랑을 할 수 있는 팔자가 되는 사람,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먹고 살기 바쁘거나, 성공하기 바쁜 사람은 흡족한 사랑을 못한다. 사랑에는 돈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그게 사랑의 엥겔지수다. 사랑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사랑을 못하는 사람은 아직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사랑은 어느 정도 조건이 갖춰진 사람이 할 수 있는 문화다. 우리가 죽을 때 후회하는 껄껄껄 3가지는 ? 좀 더 사랑할 걸~ ? 좀 더 용서할 걸~ ? 좀 더 재미있게 살 걸~ 이고, 그 중 첫 번째가 사랑이다. 단, 사랑은 나머지 두 가지와는 달리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는 안 된다. 여러 가지 조건이 맞고, 그럴 팔자가 되어야 할 수 있는 문화라는 것이다. 우리는 노후대책을 얘기하면서 가장 먼저 경제적인 것에 대해 말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 있지만, 사랑을 할 수 있기 위한 첫 번째 조건 또한 경제적인 것이다. 반대로 남편을 바람피우지 못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입장 바꿔 생각하면 된다. 시간과 돈을 주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사랑은 절대로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