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기 연세대 명예교수 90년대 초 한 외국인 환자가 찾아왔다. “발기가 안 되는데요….” “자위행위는 됩니까?” “자위행위 때도 단단한 발기가 안 되는데요….” 30대 미혼 남성이던 그는 발기가 안 되고 물렁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남모를 고민으로 결혼도 못하고 있던 환자였다. 시청각 자극과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검사에서 음경의 혈류가 유지되지 못하고 계속 떨어지는 불안정 발기 상태가 나타났다. 당시 비아그라도 없고 정확한 원인을 잘 알 수 없어서 그저 ‘불안정 발기증후군’이라고 명명했고, 이 현상에 대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약 50% 정도가 이 같은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 원인은 아마도 신경전달물질이나 혈관계에 이상이 생긴 것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그 당시 본인이 간절히 원해서 보형물 삽입수술을 해줬다. 그 후 그는 귀국해서 결혼해서 아들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고맙다는 편지를 보냈다. 비아그라가 등장한 뒤 발기기전에 대해 더 정확한 과학적 접근이 이뤄졌고,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불안정 발기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필자가 고안한 SS-페노그램(SS-Penogram: 비아그라를 먹기 전후의 비교) 검사를 해보면 cGMP의 농도가 계속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난다. cGMP의 농도를 높여주는 No-cGMP의 시스템을 강화시켜 1. 생성을 많이 해주던지 2. cGMP의 PDE5 효소에 의해 깨지는 것을 막아주던지 3. 해면체 정맥으로의 누출을 막아 cGMP의 농도를 계속 높여주는 방식의 치료가 있다. 체질에 따라 효소의 차이가 달라 반응이 잘되는 사람과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다. 비아그라가 출시된 이후 많은 PDE-5 억제약물들이 경쟁적으로 출시돼 현재 국내에는 시알리스, 레비트라, 자이데나, 엠빅스 등의 약물들이 나와 있다. 이중 자이데나와 엠빅스가 국산 제품으로 모두 좋은 약들이다.
발기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없는데 정맥 계통에 이상이 생겨 피가 자꾸 새어나가면서 단단히 발기가 안 되는 ‘정맥기능부전’이란 병도 있다. 이론적으로 새어나가는 정맥들을 막아주면 치료할 수 있다. 이러한 정맥 결찰술은 약 50%에서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단점은 있으나 큰 부담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치료를 받아도 계속 재발하면 보형물 삽입수술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과거에 몰랐던 성 의학 분야의 여러 질환들이 새로운 진단방법들의 개발로 확진 및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남성의 가장 중요한 그곳에도 역시 우리 몸의 다른 장기와 똑같이 선천적인 기형들이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잘 몰라서 진단을 못했던 것이다. 향후 점차 더 정밀하게 모든 생리적 기능이 밝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