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패션 대상, 한국 패션 발전의 촉매가 되길

  •  

cnbnews 제241호 박현준⁄ 2011.10.21 19:41:45

조윤선 (한나라당 국회의원) 우리가 흰옷을 즐겨 입었다는 것은 3세기에 지어진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도 기록되어 있다. 근세 초, 서양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운집한 시장은 마치 ‘솜 밭’ 같았다고 했다. 19세기말 한국을 찾은 네덜란드의 화가 휴고트 보스는 ‘한국 사람들은 흰 옷을 입고 말없이 거리를 걷는 것이 마치 유령 같았다’고 적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서양 옷을 입은 것이 지금부터 몇 년 전인지 정확하게 셈하기 어려운 듯하나 얼추 100년 좀 넘는 것으로 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경제, 문화, 사회가 천지개벽 할 정도로 바뀐 만큼 우리의 패션도 그렇게 바뀌었다. 우리에게는 노라노, 앙드레김, 진태옥, 이상봉, 문영희씨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패션이라는 장르를 독립된 예술로 승격시킨 디자이너들이 있다. 그 뒤를 이어 해외 유명 브랜드의 디자이너실을 메운 젊은 예술가들도 적지 않다. 돌체 앤 가바나와 보테가 베네타의 김준형, 도나 카란의 제인 강과 같이 현재 뉴욕 유명 패션하우스에서 일하는 유능한 한국인 디자이너는 전체 뉴욕 패션계의 2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패션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뉴욕의 패션전문학교 FIT, 파슨스 디자인 학교,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마틴스 예술대학, 이태리의 마랑고니와 같은 패션스쿨을 나와 해외 명품 브랜드에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이들 중 상당수는 외국의 학교를 졸업한 후 귀국할 의향도 있었지만, 마땅히 한국에서는 이들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자리가 없었던 것이 오히려 이들을 굴지의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말도 들린다. 개인 디자이너에서 눈을 돌려 우리의 동대문시장을 보자. 지방은 물론 우리 주변국에서도 조석으로 드나들며 의류를 구입해 가는 사람들로 상시 대목을 이룬다. 고(故) 이병철 회장이 늘 사업을 구상할 때 자문을 구했던 일본인 투자자 도미오 다끼씨는 동대문시장은 사람으로 치면 ‘뇌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한다. 동대문에는 그 어떤 디자인이라도 즉시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춘 곳이다. 디자이너, 모델리스트 뿐만 아니라 전시, 판매의 전반적 전략을 짤 두뇌를 제외하고는. 올해 11월, 한국 패션업협회에서는 한국 패션 100년을 자축하면서 패션 대상을 제정한다고 한다. 패션상이면서도 건축, 가구와 같은 분야에도 여타의 디자인상도 마련한다고 한다. 패션의 외연을 넓히고자 하는 적절한 생각이다. 그런데 이왕 상을 마련한다고 하니 한 번 생각해 봄직한 게 있다. 패션 ‘산업’을 융성하게 하는데 기여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길목마다 따져 각자의 길목에서 탁월한 역할을 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건 어떨까? 디자이너가 빠질 수는 없지만,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별로 없다는 ‘모델리스트’를 비롯해서 ‘패션 쇼 연출가’, ‘패션 에디터,’ ‘패션 평론가’, 사진 작가 사라 문과 같은 ‘패션 사진가’ 또는 ‘패션 일러스트 작가’, ‘패션PR매니저’, ‘패션 마케터’에 대한 상 등….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중에서 내게 패션 산업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한 대목이 있다. 보그지 편집장의 조수로 일하던 앤 해서웨이는 푸른색 벨트 두가지 사이에서 어떤 걸 코디할지 가지고 고민하는 동료를 보고 피식 비웃었다. 그 두 벨트는 전문가의 눈에는 너무 달랐고, 문외한의 눈에는 너무 비슷했다. 조수의 행동이 무식을 넘어 패션을 무시하기까지 한다고 판단한 편집장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오늘 입고 있는 푸른색 스웨터, 네가 그저 푸른색이라고 생각하는 이 색은 사실 ‘셀룰리안 블루’다. 2002년 오스카 들라 란타가 처음으로 드레스를 만들었고, 그 이듬해에 구찌가 자켓을 만들면서 너도 나도 그 색을 썼지. 급기야 네 스웨터 메이커까지. 그 스웨터가 백화점 매장을 떠나 아웃렛을 전전해 결국 네 손에 들어오기 까지 그 셀룰리안 블루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얼마나 많은 부를 창출했는지 네가 알 턱이 있겠나” 그것이 색깔이든, 디자인이든간에 그해 패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한 가지 아이템을 선정해 상을 주는 건 어떨까? 패션 대상이 곳곳의 인재들을 한국으로 불러 들이는 촉매가 되기를 기원한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