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의 혹한이란다. 기후변화의 증상이다. 취약계층에서는 혹한으로 사망자도 늘고 있다. 농작물도 얼어 피해가 막심하다. 채소와 과일 값이 더불어 올랐다. 어느 누군들 이러한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혹한 만이 아니다. 여름, 아니 지구촌 전역에서 일어나는 기상재해인 홍수와 태풍, 쓰나미 등 자연재해의 처참한 결과들은 속속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대형 재해 증가로 재해당 평균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로 원전 사고를 겪은 옆 나라 일본은 자연재해로 인해 나라 전체가 침체에 들어갔다. 이 엄청난 영향을 우리는 똑바로 목격하고 있다. 경고 없이 발생하는 기상재해에 대해 과연 우리나라는 예방 차원의 영향평가, 취약평가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생각할수록 난감하기 짝이 없다. 잘 준비하고 있어도 막상 닥치면 문제가 많을 터인데 ‘설마’에 목숨 걸고 있는 무모함을 보는 듯해 안타깝다. 대형 재해가 생겼다고 가정하자, 가장 취약 계층은 당장 급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만성 질환자, 장애우, 어린이, 어르신, 여성, 또 저소득층들이다. 물론 일반인도 자유롭지 않다. 바로 사망, 상해와 연결될 뿐 아니라 그 재해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까지 사후처치 또한 준비되어 있어야 할 예방에 속한다. 간단한 한 예만 들자. 재해 즉시 사망과 상해를 담당해야 할 재해 응급시스템은 행정체제의 긴급한 가동과 더불어 응급의학 전달체계가 함께 긴박하고 신속하게 가동돼야 한다. 그러나 이 체계는 응급의학 전문의 선생님들이 아무리 외쳐도 정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부처 간 조율이 되지 않는 것이 가장 근본 문제라니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 부산 두 군데만이라도 재해대상 본부를 만들어 놓고 모든 정리와 준비를 하는 시스템만 갖춰도 이 작은 나라에서 모든 것이 원활히 돌아갈 텐데 도무지 정비가 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결국 이도 사람의 문제다. 기후변화, 대표적으로 지구 온난화로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질병은 다름 아닌 식중독과 물로 오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의 증가다. 기후 온난화로 기온과 습도가 상승하면 그 직접 영향을 받는 식중독과 수인성 감염 질병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통계상 연 평균 기온이 2000년대 대비 1.2도 상승하면 2020년에는 식중독 발생률이 6.3% 증가하리라는 예측이다. 기온과 수온 상승은 질환 매개 곤충의 서식에도 영향을 줘 이미 모기는 여름만이 아닌 4계절 말라리아 매개체가 돼 있다. 관광을 포함한 세계적 이동은 외국에나 있던 질환의 국내 유입을 가져 왔고 조류독감, 사스, 신종플루 등의 인수공통 감염병과 신종 전염병에 무차별 노출돼 있다. 모두가 기후변화에 의한 영향이다. 검역 시스템이 작동하고는 있지만 사람과 이동하는 물건 모두를 소독할 수도 없고 사람과 물건의 이동과 함께 오는 매개체와 병균은 원천적으로 막는 일이 쉽지 않다. 이런 유입은 어차피 인류가 모두 공동운명체임을 더 강하게 인식케 한다. 모든 사람이 영향받는 한 가지 질환을 더 강조하자면 알레르기 질환이다. 이는 직접적인 치료 비용만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엄청난 양에 달한다.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자의 증가만이 아니라. 유해물질과 대기오염 등의 환경요인 변화에 따라 아토피, 천식 등의 알레르기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누가 언제 어떻게 감작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3월의 수목 꽃가루 감작환자 수를 보면 최저기온 1도 상승에 알레르기 환자는 11.6%나 증가하는 통계를 보이고 있다. 알레르기는 실내 온도, 습도에 따라서 미생물의 증식까지 가져오고 이로 인해서도 알레르기성 질환은 증가한다. 우리 자손 대대에 물려줄 지속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중요하다.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예방 차원의 대응을 하는 것은 바로 지금 우리가 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오늘부터 우리의 생태계를, 환경을 사랑하는 일을 바로 실천하자. - 안명옥 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