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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 양극화’는 해소되는 중?

설리·민호보다 더 인기 끄는 ‘버섯머리’ 이현우 등 조역들의 활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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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9-290호 김금영⁄ 2012.09.03 11:22:32

주인공만 각광받는 시대는 지났다. 폼 잡는 주인공들 뒤에서 아낌없이 망가지고 열연을 펼쳐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조연들이 눈길을 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소위 ‘잘 나가는 조연들’을 살펴본다.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에는 임원희가 있다. 1995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데뷔한 임원희는 ‘재밌는 영화’(2002), ‘죽어도 해피 엔딩’(2007),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 등에서 재치 있는 연기로 주목 받았다. 개성 있는 외모와 코믹 연기를 버무린 연기로 인기를 얻은 그는 이밖에도 ‘실미도’(2003)와 ‘쓰리, 몬스터’(2004) 등에서 무게 있는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가장 강한 것은 코믹 연기다.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도 이런 자신의 장점을 발휘한다. 충녕대군의 호위무사로 등장하는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호위 무사라고 하지만 기본적인 무술 실력도 없는 허당 무사”라며 “겉으로는 충성을 다하고 말이 많지만 현대 시대에서 소위 말하는 ‘낙하산’으로 호위 무사가 된 인물”이라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극 중 훤칠하고 잘생긴 주지훈 옆에서 우스꽝스런 표정을 짓고 황당무계한 행동을 하지만 그런 점이 더욱 관심을 끈다. 임원희와 함께 코믹 연기로 주목 받는 이가 있으니 최근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고창석이다. 고창석은 다소 강한 인상으로 주로 불량배 역을 맡았으나 특유의 개성 있는 연기를 인정받아 점차 연기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2012년은 그에게 정말 바쁜 해이기도 하다. 말을 더듬는 소 형사 역으로 출연한 ‘미쓰고’와 겉으로는 포악해 보이지만 속은 여린 복서 출신 사채업자 성철로 출연한 ‘아부의 왕’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까지 연이어 출연했다. 조연부터 주연까지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고창석의 매력은 그가 조연이나 특별출연을 맡았을 때부터 드러났다.

2010년 개봉한 ‘의형제’에서 사람들은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인 송강호와 조각미남 강동원의 열연을 흔히 떠올린다. 하지만 결코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 없는 존재가 있으니 고창석이 연기한 ‘베트남 보스’다. 처음에 다소 괴팍하게 등장했다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반전 연기를 선보이는 고창석의 매력에 사람들은 시선을 빼앗겼고 주연 배우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그는 자신만의 입지를 굳혔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스타는 이현우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가 처음 제작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대중의 관심은 이현우에 크게 쏠리지 않았다. 오히려 주연으로 화려하게 데뷔하는 걸그룹 에프엑스의 설리와 샤이니의 민호가 아이돌 출신 배우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드라마가 방영될수록 조연 캐릭터인 이현우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드라마 자체는 한 자리 시청률로 다소 저조한 상태지만 이현우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끊이지 않는다. 드라마 제목을 쳐도 연관 검색어에 설리나 민호가 아닌 이현우만 뜰 정도다.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한 소녀가 동경하는 높이뛰기 선수를 만나기 위해 그 선수가 다니는 학교에 남장을 하고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소동극을 그린다. 설리는 남장 여주인공 구재희, 민호는 구재희의 사랑을 받는 강태준, 이현우는 구재희가 여자인 줄 모르고 점차 설레는 감정을 느껴 고민하는 차은결 역을 맡았다. “웃기거나 무섭거나” 단골 임원희-고창석 이어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이현우 ‘각시탈’의 한채아 등에 스포트라이트 쏠려 비주얼은 막강하지만 연기가 부자연스럽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설리, 민호와 달리 이현우는 극 중에서 부스스한 버섯머리라는 분장 테러(?)를 당했지만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호평을 받고 있다. 이현우는 2010년 방영된 KBS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도 여주인공 길풀잎에 대한 순애보를 불태우는 홍찬두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드라마 방영 이전부터 관심을 받았던 유승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등 톡톡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는 KBS 드라마 ‘각시탈’에선 주/조연이 따로 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모든 배역들이 막강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각시탈’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독재에 맞서 싸운 이야기를 그린다. 메인캐릭터는 주원이 연기하는 각시탈과 진세연이 맡은 각시탈의 여인 ‘목단’이지만 다른 캐릭터들에 비쳐지는 스포트라이트 또한 강렬하다. 극 초반 각시탈의 형 이강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신현준을 비롯해 각시탈과 대립하는 기무라 순지 역의 박기웅, 일본과 대적하는 동진 선생 역의 박성웅, 여성 독립군 적파 역의 반민정, 슬픈 종말을 맞이한 이해석 역의 최대훈 등 존재감을 떨치는 조연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특히 같은 주연급이지만 악역 아닌 악역 역을 맡은 한채아가 연기하는 채홍주가 여주인공 목단보다 더 사랑받는 등 독특한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채홍주는 각시탈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살아 왔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이강토가 각시탈임을 알고 그의 정체를 감추고 놓아주는 등 순애보로 눈길을 끈다. 하지만 단지 순애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무라 순지와 당당히 대립하는 카리스마 또한 선보여 캐릭터의 매력을 더하며 극 중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이렇게 이제는 ‘원 톱 주연’이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들이 늘고 있다. 깊이 있는 연기로 감동을 주는 배우들의 열연이 아름답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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