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295호 최영태⁄ 2012.10.10 17:06:09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가 일하지도 않은 근무시간을 허위로 신고해 780만원을 부당 수령한 사례가 있다고 MBC가 보도했다. 비단 이 교사뿐 아니라 유사한 사례가 지난 5년간 전국적으로 1만 3000여 명 적발됐고, 불법적으로 나간 수당만 65억 원이 넘지만, 처벌은 중징계 1명을 포함해 17명에 불과하단다. 교사들의 부정을 당국이 그저 손놓고 허허 웃는 꼴이다. 한국 교사의 근무강도가 높고, 학생들이 선생님 말을 듣지 않는 고충이 있다고 하지만, 국제적 비교를 보면 ‘세계 최고의 연봉’을 받는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 교사의 연봉에 미국 교사의 입이 쩍 벌어지는 이유 사회디자인연구소의 김대호 소장은 책 ‘2013년 이후’에서 “15년 경력의 국공립 중학교 교사를 기준으로 한국 교사의 월급 수준은 2007년 기준으로 1인당 GDP의 2.2배 수준이어서, 0.97배의 미국, 0.9배의 스웨덴보다 월등히 높고, OECD 평균 1.23배보다도 곱절이나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스웨덴의 교사는 1인당 국민소득에 못 미치는 연봉을 받는 반면, 한국 교사는 국민소득의 2.2배나 되는 짭짤한 월급을 받고 있다는 비교분석이다. 이렇게 높은 상대적 연봉 탓에 국제 회의 등에서 한국 교사의 연봉을 알면 미국 교사의 입이 쩍 벌어진단다. 한국이란 참으로 희귀한 나라에서는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의 연봉이, 당장 내일을 모르는 민간 근로자의 몇 배나 된다. 게다가 부정을 저질러도 유야무야다. 참 공무원 하기 좋은 나라다. 공무원 연봉은 정치가 정하는 것인데… 공무원에 대한 처우는 기본적으로 정치가 정한다. 나라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런 희귀한 풍경이 펼쳐져도 정치인들이 전원 입을 다물고 있다. 표가 무섭기 때문이다. 대선 같은 논쟁 국면에선 여러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려지지만, 공무원 철밥통이 화제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일단 선거에서 이기고 봐야 하기 때문이고, 이기고 나면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기에 또 묵묵부답이다. “누가 이기고 지건 상관없이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세 후보 회동을 제안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제안이 다시 생각나는 대목이다. 후보들이 진정으로 제 몸 하나의 당선보다는 나라를 살릴 생각이 먼저라면, 평소라면 감히 꺼내기 힘든 ‘공무원 철밥통’에 대한 논의를, 국민의 시선이 쏠린 대선 국면에서 진행해야 한다. 양반 감싸다 망한 조선의 '속편'을 21세기 한국에서 꼭 또 봐야 하나 세 후보가 만나 “누가 이기건 이건 꼭 개혁하자”는 기본 정책합의를 하고, 그 기본합의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방책에서 각기 보수적 방책이냐, 진보적 방책이냐를 갖고 싸워야 한다. 조선은 양반을 감싸고돌다 망했다. 세금도, 병역의무도 지지 않는 양반을 국가가 철통처럼 지켜줬다. 그리고 조선 말기의 해결책은 “너도 양반 돼~”였다. 21세기 한국에서 똑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무원 철밥통 욕하지 말고, 너도 공무원 하면 될 거 아냐~”가 솔류션이란다. 지난 100년 같은 처절한 꼴을 한민족이 또 당하지 않으려면, ‘2013년 체제’를 잘 짜야 한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은 12월 19일까지의 대선 국면이다. 세 후보가 못 만나면 실무자들이라도 당장 만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