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와 서인국, ‘해를 품은 달’의 임시완,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설리와 민호까지 아이돌이 ‘연기돌’로 급부상하며 브라운관을 휩쓸었다. 이런 가운데 스크린에는 이른바 ‘언니 배우’들의 대결이 뜨겁게 이뤄질 전망이다. 뛰어난 미모와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이미연, 염정아, 오연수가 충무로에서 맞붙는다. 이미연은 영화 ‘회사원’으로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다. ‘회사원’은 살인청부회사 영업2부 과장 지형도가 평범한 인생을 꿈꾸면서 모두의 표적이 돼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이미연은 극 중 형도(소지섭)가 다니는 살인청부회사의 아르바이트생인 훈(김동주)의 엄마 유미연으로 열연한다. 한때는 촉망 받던 가수였지만 훈과 훈의 여동생을 낳은 뒤 넉넉지 않은 삶을 꾸려가는 인물이다. 고단하고 힘들지만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미연은 형도에게 가족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처음으로 느끼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연은 “기존에 카리스마 있는 작품들에 많이 출연했는데, ‘회사원’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선택했다”며 “가수 출신 캐릭터로 나오기 때문에 기타를 배워야 했다. 처음 시작했을 땐 그냥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리고 미싱 일도 배웠다”고 밝혔다.
또한 “자주 영화를 하고 싶은데 너무 무거운 이미지로만 작품들이 들어와 공백이 길어졌다. 비중이 큰 편이 아니지만 꿈 많았던 10대를 보내다가 굉장히 어린 나이에 결혼과 출산을 해 꿈을 잠시 접지만 그래도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는 미연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원’은 임상윤 감독 작품으로 현재 상영 중이다. 이미연, 5년만에 ‘미연’ 역으로 영화에 컴백 ‘범죄의 재구성’부터 ‘전우치’까지 팔색조 같은 매력을 보여줬던 염정아는 영화 ‘간첩’에서 간첩신고보다 물가상승이 더 무서운 생활형 간첩으로 분한다. ‘간첩’은 잦은 전세 값 인상에 흥분하는 ‘김 과장(김명민)’과 동네 다방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때우는 동네 할아버지 ‘윤 고문(변희봉)’, 귀농 후 소를 키우는 농촌 청년 ‘우 대리(정겨운)’까지 간첩이라고 믿기 힘든 간첩들의 모습을 그린다. 염정아는 복비 10만원에 목숨 거는 부동산 중개인이자 워킹맘인 강 대리 역을 맡아 섹시한 여배우가 아닌 평범한 아줌마의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어린 아들과 함께 힘들게 살아가던 그녀에게 지령이 떨어지고, 낡은 간첩들과 함께 의기투합해 재밌는 활동을 이어간다.
염정아는 자신이 맡은 강 대리 캐릭터에 대해 “지령 없이 남한에서 너무 오래 살다 보니까 간첩인지도 잊어버리고 생활에 매진하는 인물”이라며 “지령을 받고서야 ‘아, 내가 간첩이었지’라고 본분을 깨닫는 여자”라고 설명했다. 김명민, 유해진, 변희봉, 정겨운과 함께 연기하며 홍일점으로 부각된 염정아는 영화 촬영 내내 특별 대우를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염정아는 “정말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다”며 “서로 작품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를 나눴다. 유해진 씨와 김명민 씨는 쇼핑할 때 보디가드를 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간첩’은 현재 상영 중이다. 오연수는 14년만에 운동권 아내로 스크린에 이미연과 염정아가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오연수는 마지막 주자로 등장할 예정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다양한 작품으로 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오연수는 ‘남쪽으로 튀어’로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남쪽으로 튀어’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 원작으로, 학생 운동에 헌신하다 아나키스트로 변한 아버지를 창피하게 여기던 초등학생 아들이 아버지의 삶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리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오연수는 과거 운동권이었던 해갑(김윤석)의 아내이자, 비밀을 품고 있는 여인 봉희 역으로 등장한다. ‘남쪽으로 가다’는 8월 내부 갈등으로 임순례 감독이 촬영장을 떠나면서 촬영이 무산되는 듯 했으나 임 감독이 복귀하면서 순조롭게 작업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오연수의 모습도 볼 수 있게 돼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