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시장을 예측하고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어떤 업종 혹은 종목이 각광을 받을지 가늠하는 것이다. 이 어려움을 스스로 경험한 투자자들은 이것이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이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눈앞에서도 혁신은 슬며시 새싹을 틔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선을 통해 음성을 전송하는 방법을 개발한 후 이 특허를 당시 세계 최고의 통신(전신) 회사인 웨스턴 유니언에 10만 불에 살 것을 제안했다. 웨스턴 유니언이 철도나 금융 부문의 고객에게 장거리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던 때였다. 벨은 자신의 음성통신 기술이 웨스턴 유니언의 전신사업을 개선시킬 것으로 확신했기에 이 제안을 한 것이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 전자 장난감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거절이었다. 웨스턴 유니언으로부터 거절당한 벨은 스스로 “벨 전화회사”를 만들었고 단거리 통신으로 돈을 번 후 이 자금으로 다시 장거리 전화서비스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였다. 20년도 지나지 않아 장거리 전화서비스와 전신서비스는 아예 경쟁이 성립되질 않았다. 그 뒤 벨의 회사는 10만 달러에도 팔리지 않던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의 공룡 통신기업인 AT&T로 우뚝 서게 되었다. 최고의 투자자는 최고의 기업을 찾기보다, 어떤 업종이 시대의 요청에 화답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사람 역사학자에 의하면 당시 전화나 전신산업의 경영진들은 보통사람들도 전화기를 들고 친구 혹은 친척들과 수다를 떠는 시대, 전화기가 일상화되는 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따라서 웨스턴 유니언의 입장에서는 벨의 별 볼일 없어 보이는 기술에 투자하느니 본업에 충실한 것이 합리적이고 최상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당시 전화기를 발명한 벨 자신도 자신의 전화기가 미래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버릴 엄청난 통신기기라기보다는 그저 진기한 발명품 정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특히 혁신과 변화를 수반하는 일련의 움직임으로 인한 미래의 예측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예측을 위한 단초 혹은 힌트는 늘 제공되고 있다. 마치 세공되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우리의 관심을 바라며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탁월한 경영자들이 시대의 트렌드와 그 변화를 주시하는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최고의 투자자가 되고 싶다면 어떤 기업이 최고의 기업이 될는지 찾아 헤매는 것보다 어떤 업종이 시대의 요청에 화답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업종이 선택되면 해당 업종에서의 종목 선택은 오히려 쉽다고 할 수 있다. 가치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이 2009년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 철도에 440억불이라는 최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뒤 “이번 투자는 미국 경제의 미래에 내기를 건 것이다”라고 밝힌 것은 그런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그의 시선은 이미 20년 뒤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 이강률 우리투자증권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