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7호 최영태⁄ 2012.10.26 11:56:55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문제 발언을 내놨다. 25일 창원에서 “부동산이 급격하게 추락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국가의 책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은 미국에서 극우 정책을 펼쳐 미국 경제를 완전히 파탄낸 조지 부시 직전 대통령의 ‘오너십 소사이어티(Ownership Society)'론을 떠올리게 만든다. 부시를 필두로 하는 극우파들이 내민 이 주장은 “집 같은 재산을 가져야 책임지는 시민이 된다”는 논리로, 좋게 해석하면 “국민 모두가 재산을 가져 책임감을 갖자”지만, 비판적으로 보면 “있는 자가 정상이고, 없는 자는 비정상”이란 말도 된다. 글로벌 시대의 국가 책무는 ‘못사는 사람 돕기’로 바뀌었는데… 국가의 책무는 무엇일까? 쉽게 생각해서 국가의 안보, 즉 국방이 첫째 임무가 될 것이다. 두 번째로 경제적 임무를 들자면, 18세기 이후 최근까지는 나라의 경제적 부흥이 국가의 책무였다고 할 수 있다. 즉 ‘다른 나라보다 더 잘 살기’였다. 그러나 세계화 흐름에 따라 경제에 있어서 국경의 중요성이 사라진 요즘에도 ‘우리 나라만 더 잘 살면 된다’를 국가책무로 추구하는 나라는 곤란하다. 오히려 최근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격심해진 국내외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게 국가의 책무가 됐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경제성장은 주로 기업의 몫이고, 국가는 경쟁탈락자에게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복지제도, 사회적 구호, 일자리 창출 등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부시 직전 대통령은 ‘오너십 소아이어티’ 론으로 국민들을 홀리다가 결국 미국 경제를 망가뜨렸다. 집값이 올라가고, 그래서 그 집값을 이용해 은행대출을 받아 자동차-TV를 구입하면서 흥청망청 돈을 써대다가, 즉 빚잔치를 벌이다가 망한 게 부시의 오너십 소사이어티 이론의 종점이었다. 은행이 휘청거리면 국가가 재정으로 은행을 떠받친다. 그러나 이는 할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은행이 망하도록 놔두면 관련된 기업과 자금시장이 망가져 나라 경제가 괴멸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대에서 볼 수 있듯,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그야말로 ‘눈물을 머금고, 이를 갈며’ 국민의 돈을 내주는 것이다. 은행부실에는 눈물 머금고 돈 대주지만 집주인에게는 왜? 그러나 반대로 집값이 떨어진다고 집주인에게 정부가 돈을 대줄 이유는 하나도 없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국가 경제가 휘청대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집값 상승 욕심을 내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은 그 책임을 온전히 자기가 져야 한다. 오히려 집없는 서민은 집값이 더 떨어져야 내 집이라도 한 채 마련할 수 있다. 부동산 값이 더 떨어져야 상가 임대료가 낮아지면서 영세 상인이 살아날 수 있다. 집값 하락은 고통스럽지만 경제 회생의 계기가 된다. ‘집값의 현상 유지가 국가 책무’라는 이상한 주장을 반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리해서 집을 산 집주인들일 것이다. 반대로 이상한 주장을 듣고 안철수 지지를 철회하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안 후보의 주장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면 정말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