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광 녀석들’ 작가가 되기 위해 시골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상경한 순진한 토미 플러드와 어느 날 갑자기 뱀파이어가 된 조디 스트라우드가 만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건들을 그린 도시 판타지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다. 뱀파이어들이 등장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며 현실적인 고민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나름 매력적인 빨강 머리를 가진 스물여섯 살의 샌프란시스코 아가씨, 조디 스트라우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그녀는 어느 날 밤 퇴근길에 뱀파이어가 되고 만다.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와 프렌치 프라이도 못 먹고, 해가 뜨면 잠이 들고 해가 지면 일어나야 한다. 게다가 이젠 신선한 피도 필요하다. 조디는 자신의 말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낮에는 심부름을 대신해 줄 부하를 찾으려 한다. 자신감 없이 남자에게 의존하며 살아온 직장 여성 조디, 자신의 미래에 대한 허황된 꿈에 부푼 청년 토미, 남들이 뭐라고 하든 현재 상황에 충실한 루저 패거리 ‘애니멀스’, 연민인지 존경인지 모를 대접을 받는 미친 노숙자 ‘샌프란시스코의 황제’, 버릇없는 사춘기 소녀 애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도시로 뛰어든 800살 뱀파이어 엘리야 등의 이야기가 친근하게 펼쳐진다. 너무나 현실적인 존재들의 재기발랄함과 웃음을 선사하는 블랙 유머, 성에 대한 유쾌한 묘사가 돋보인다.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송정은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1만3500원, 490쪽.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