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CEO 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응답자의 11.6%가 ‘와인 지식은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인 지식은 어느 정도 중요하다’는 51.7%, ‘가끔 중요할 때가 있다’가 32.3%로 뒤를 이었다. 설문에 응답한 CEO 가운데 무려 95% 이상이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와인의 비중이 높다고 평가한 것이다. 글로벌 미팅엔 ‘와인 비즈니스’ 필수 최근 경영환경이 글로벌화 되면서 외국 비즈니스맨들과의 만남이 잦아지고 상대방의 신뢰감을 확보해야만 비즈니스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외국 비즈니스맨들과 식사자리에 거의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와인이다. 실제로 국제 비즈니스 회의석상에서 가장 많이 오르는 술이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런 와인 이야기는 회의석상을 화기애애하게 만들뿐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도 확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는 외국인들이 우리의 음식이나 풍습을 잘 이해하게 되면 우리를 다시 보게 되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와인 지식이 해박하다면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그런데 와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와인은 그 역사가 깊고 각 나라의 정치·종교·지리·예술·과학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있을 정도로 영역이 워낙 넓어 와인의 심오한 뜻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해밍웨이가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와인 대중화 시대가 왔다고들 하지만 와인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러한 심오한 와인의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재계의 총수들이다. 이에 따라 재계의 총수들이 즐겨 마시는 와인이 세간에 화제가 되곤 했다. 아울러 그들이 마시는 와인은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면서 이른바 ‘클래스’를 나누는 경계가 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한때 와인에 ‘회장’이라는 직함을 넣으며 일반인들에게도 각광을 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1월 25일 호텔신라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만찬 자리를 주재하며 14명의 그룹 총수들을 접대했다. 이날 만찬 자리에 등장한 와인이 그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산 특급와인인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 1982년산(産)이었다. ‘샤토 라투르’는 한 병에 250~300만 원대의 가격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구하기조차 힘든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당시 ‘샤토 라투르’는 일명 ‘이건희 와인’으로 불리며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샤토 라투르’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려나갔으며, 예약자들이 줄을 서는 바람에 ‘샤토 라투르’를 구경하기조차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이건희 와인’ 인기 폭발한 이유는? 앞서 이 와인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위한 만찬에서 1993년산을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지난 2004년 국내 와인 경매에서는 1961년산이 560만 원에 팔린 적도 있을 정도로 ‘보르도 와인의 왕자’로 유명하다. 이 회장의 ‘와인사랑’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04년 9월 16일 호텔신라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도 ‘라피트 로칠드’라는 와인을 제공했다. 또 지난 2003년 말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려면 와인을 마시는 매너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삼성그룹 내에 ‘와인 배우기’ 열풍이 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임직원 참고용으로 30쪽 분량의 ‘와인 다이제스트’를 만들었다. ‘MK 와인’은?…상황에 맞게 격식 갖춰 ‘와인사랑’은 이 회장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재계 서열 2위의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몽구 회장의 ‘와인사랑’도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 회장은 특유의 소탈한 이미지대로 특별히 즐겨 마시는 와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자리의 격식을 따져 상황에 맞는 와인 종류를 선택한다고 한다.
정 회장이 지난 2007년 전경련 행사에 오랜만에 참석해 만찬을 주도하면서 당일 오찬에 칠레산 ‘까르멘’ 와인을 내놓았다. 이 와인은 일반 주류점에서는 3만 원 안팎에 팔리고 있는 알콜도수가 13 정도의 와인이다. 와인의 선택에서 정 회장의 소탈함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후 2008년 3월에 일명 ‘MK 와인’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정 회장은 이날 전경련 회장단 회의의 호스트를 맡으면서 만찬 와인으로 프랑스산 ‘코스테스 투르넬(레드)’과 ‘샤브리 1등급(화이트)’을 접대했다. 가격은 각각 30만 원, 10만 원 선이며, ‘코스테스 투르넬’은 2등급으로 분류되는 프랑스 메독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지만 1등급으로 분류되는 프랑스 5대 와인(샤토 라투르, 샤토 마고, 샤토 오브리옹,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무통 로쉴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와인 2병이 ‘MK 와인’으로 불리며 ‘이건희 와인’과 함께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이 고가의 와인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중적인 와인인 ‘마주앙’을 만찬 자리에 내놓으면서 호평을 얻었다. 당시 최 회장은 시중 가격이 각각 3만 원, 1만 원 선 수준인 2005년산 ‘마주앙 마고(레드)’와 2004년산 ‘마주앙 스페셜(화이트)’를 선택했다. 최 회장은 건배사를 통해 “우리가 IMF 구제금융 위기도 이겨냈는데 이 정도 금융위기는 넘을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 노사가 화합하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금융위기로 침체된 경기를 감안해 내수 진작의 의미를 담는 국내산 저렴한 와인으로 재계 총수들을 접대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는 와인을 화합의 도구로 사용하는 스타일이며 특별한 와인을 선호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재계의 CEO들이 와인을 즐겨 마신다. 그들은 와인을 단순한 술이 아니라 교류와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여기며 와인과 그 문화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제는 와인도 대중화시대가 이뤄지고 있어 재계 총수들의 ‘와인사랑’은 세간의 이목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재계 총수들이 앞으로도 많은 행사를 주재하면서 어떤 와인들을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고 와인 ‘로마네꽁띠’…재계 총수들 가장 총애(?)
‘로마네꽁띠’는 세계 최고의 와인이자 한정된 양만 생산되는 희귀성으로 인해 돈이 많아도 구할 수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홍콩 소더비를 비롯한 세계적인 경매장에 심심찮게 등장하며 화제를 모은다. 최근 소더비경매장에서 ‘로마네꽁띠’ 2005년빈티지 한 상자가 약 2억6000만 원에 낙찰돼 관심을 끌었다. 재계 총수들 중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전낙원 전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이 와인 마니아로 꼽힌다. 특히 전낙원 전 회장의 경우 그가 생전에 ‘로마네꽁띠’에 대한 애정을 자주 표현하고 즐긴 유지를 받들어 그의 장례식 때 관속에 ‘로마네꽁띠’ 80년대 빈티지를 넣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국내 유력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이와 같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빈티지의 ‘로마네꽁띠’를 몇 번 시음했느냐가 화제가 될 정도이며 심지어는 이 와인을 시음하는 계모임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사활이 걸린 정·재계 로비에서도 인기순위 1위인 이 와인은 각종 스캔들과 함께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와인의 역사와 분류 와인의 역사 와인은 양조주의 대표적인 술로서 포도를 원료로 만들어지는데, 빵과 함께 오랫동안 주식이 되어온 와인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와인의 분류 1.성질상의 분류 ① Natural Still Wine(14° Alc. or less) : 시럽이나 꿀 같은 당분을 첨가하지 않고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포도만을 가지고 양조한 비포말성 와인. ② Sparkling Wine(14° Alc. or less) : 위의 Still Wine에 대응하는 말로서 발포성 와인을 뜻하며 그 대표적인 것이 샴페인이다. ③ Fortified Wine(l6° Alc ~ 23° Alc.) : 중성주정이나 브랜디 등 기타 재료를 가미해 알콜도수를 보강한 와인. ④ Aromatized Wine(15° Alc. ~ 20° Alc.) : Natural Wine을 보강시킴과 아울러 여러 가지 향료를 착향시킨 술로서 대표적인 것은 베르무트(Vermouth)다. 2.색깔에 의한 분류 ① White Wine, ② Red Wine, ③ Rose Wine, ④ Yellow Wine 3.맛에 의한 분류 ① Dry Wine : 감미가 없는 와인으로 식욕촉진(Appetizing)에 적합. ② Table Wine : 식사를 하면서 식료(Food)와 함께 제공되는 와인. ③ Sweet Wine : 단맛을 가지고 있는 와인으로 주로 소화촉진(消化促進)을 돕는데 적합한 와인. 4.용도별 분류 ① Appetizer Wine(식사 전 와인) : 식욕촉진을 위해 오르되브르(Hors d'oeuvre)와 함께 마시거나 식전에 위를 자극, 위액을 분비시켜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마시는 와인(Dry Sherry, Vermouth) ② Dessert Wine(식사 후 와인) : 주식 후에 케이크와 같은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제공되는 와인(Port Wine Cream Sherry, Sauternes, Tokay) ③ Sparkling Wine(식사 중 와인) : 식사 중 어떠한 코스에도 잘 소화가 되는 와인(Champagne). 와인 코스 메뉴에서는 메인 디시가 주로 육류이기 때문에 통상 Red Wine, 생선류일 경우는 White Wine이 된다. (출처 : 호텔용어사전, 레저산업진흥연구소 편, 2008.2.20, 백산출판사)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