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과 충청북도(도지사 이시종)는 충북의 민속을 널리 알린 충북민속특별전 '길에서 길을 만나다'의 마지막 순회전을 오는 11월 27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역의 특징적인 민속을 발굴, 보존, 홍보하기 위해 광역지역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추진해 온 지역민속문화의 해 6번째 특별전으로, 그간의 학계 연구 성과와 2011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이 진행한 충북지역 학술조사·연구 결과 등을 정리·재해석하여, 충북민속의 특징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길에서 길을 만나다' 특별전은 한반도 중앙에 위치하고, 영남대로 및 남한강·금강 등 육로>수로가 경유하며, 주변 5개 행정권·문화권(경기, 강원, 경북, 전북, 충남)과 접해있는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로서의 입지와 함께 고대 이래 한반도 쟁탈을 위한 각축장이 된 아픈 역사가 결합되어 형성된, 주변문화 '수용과 교류'의 충북민속의 특징을 '문화의 교차로·용광로'로 해석하고, 207건 295점의 전시자료로 이를 증명하는 전시인 셈이다. 신기다(신발 등 착용, 동사)와 벼/나락을 충북사람들은 어떻게 부를까? 충북 지역 방언(사투리)은 북부권(동부권-충주, 제천, 단양 등 고대 고구려영역권)의 신(싱)키다, 벼/베, 중부권(서부권-청주, 청원, 진천, 음성 등 고대 백제영역권)의 신(싱)끼다, 베/나락, 남부권(영동, 옥천, 보은 등의 고대 신라영역권)의 싱기다, 나락으로 나뉜다. 이외에도 괭이(괭이/괭구래미, 뺑이, 핑딩이/팽댕이), 아궁이(붜강지/아구리, 고쿠락, 붜꼬래)고양이(고내이/고얭이, 고얭이, 괭이), 기와집(기와집, 지아집, 재-집), 고갱이(꼬배이, 꼬갱이, 까갱이), 바구니(보금치, 보구니, 보고리/보구리)등도 모두 주변 문화권>행정권 및 고대 삼국 영역의 영향관계에서 설정된 3개의 하위 방언권에 따라 달리 불린다. 게다가 주변 3개 광역도와 접하는 3곳(단양 영춘 의풍리, 영동 상촌면 삼도봉, 진천 백곡면 엽돈재)지역은 단어 뿐 아니라 억양까지 주변지역의 영향을 받아 방언이 가장 혼란스러운 곳이다.
충북의 민속도 주변지역의 영향을 받아 독특하다. 전통사회의 주요 공동체적 요소인 마을신앙은, 북부권이 철마(鐵馬) 봉납(奉納) 등 서낭제, 남부권은 돌탑위주의 탑신제가 우위이며 중부권은 점이(漸移)지대 혹은 탑신제 권역으로 나타난다. 이는 충북이 주변 5개 행정권·문화권과 접해있기 때문에 충북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한반도 내에서 동서 및 남북문화의 문화접변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임을 증명한다. 또한 한반도 내에서 고대 백제권에서만 누군가 죽게 되는 비극적 상황이 분포하는 오누이힘겨루기 설화는 특히 금강권에서 세 주인공이 모두 죽게 되는 가장 비극적 분포를 보인다. 또한, 충북은 이렇듯 주변에서 수용된 문화를 다시 주변으로 건네주기도 했다. 경기도 등 한반도 북서쪽 평야지대에 주로 분포하며 그 기원지로 알려져 있는 풍요기원·무병장수의 상징, 거북놀이는 충북에 예전에 청주, 충주 등에서도 행해졌으나 현재 진천과 음성에 남아있다. 한반도 남부지역에는 경남 창녕과 전남 해남지역에 잔존하고 있다. 이는 충북이 한반도 거북놀이의 교차로였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충북의 환경 및 역사를 바탕으로 한반도 문화의 교차로로서, 충북으로 통하는 여러 길(수로,육로) 등 교통지리와 이를 통해 형성된 ‘수용·교류’의 충북 민속문화의 특징을, 유형의 전시자료 뿐만 아니라 ‘문화분포지도’와 동영상 등 CT·IT를 활용하여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하였다. 길(路)은 소통(疏通, communication)을 의미한다. 소통이 화두인 요즘, ‘충북민속특별전’은 여러 갈래로 뻗은 충북의 길과 한반도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교류하는 충북 민속을 통해 ‘문화속 소통’의 의미를 확인시켜주는 전시이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