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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와인탐구]와인 대중화시대, 와인스쿨이 뜬다

“와인은 비즈니스와 사교의 필수” 와인 첨병 중심 ‘와인교육장’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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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5호 이진우⁄ 2012.12.17 11:04:13

알면 알수록 점점 빠져드는 게 와인의 매력이다. 일반적으로 와인을 처음 접하게 되면 와인 특유의 시큼한 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그 맛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는 게 와인 애호가들의 중론이다. 또 와인이 비즈니스와 사교에 있어서 필수적인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만큼, 와인 대중화 시대를 맞아 그 관심이 일반인들에도 확산되고 있다. 와인은 마시면서 배우는 술이라고 한다. 와인은 생산지에 따라서 오묘한 맛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깊은 역사와 정치·종교·지리·예술·과학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있을 정도로 영역이 워낙 넓어 심오한 것으로 여겨진다. 해밍웨이도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것”이라고 말할 만큼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와인스쿨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와인의 개척자들이 이러한 와인스쿨의 중심이 되고 있기도 하다. CNB저널이 와인스쿨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와인을 배우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미술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적이지요. 와인도 제대로 공부하면 할수록 즐거움이 커집니다. 와인을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은 한국 와인사(史)의 살아 있는 증인으로 통한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와인 1세대로 고려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이러한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는 와인과 위스키는 물론 전통주 만드는 법까지 배웠다. 동아제약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와인 제조에 입문했다. 와인은 격식이 아니라 지식으로 마시는 술 김 회장은 “1986년에 동아제약이 국산 와인 제조사인 애플와인 파라다이스를 인수했다. 충남 당진에는 사과밭이, 보령에는 포도밭이 있었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농장에서 과일도 재배하고 와인도 만들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 와중에 김 회장은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프레즈노캠퍼스에서 와인 양조학(Enology)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됐다.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1년간 와인 양조학을 공부한 이후 수석농산에서 와인메이커로 국산 와인 생산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외국 와인의 수입이 허용되면서 국산 와인의 설자리가 줄어들자, 그에게도 시련이 닥치게 된 것이다. 김 회장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회사에서 와인 생산을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와 난감했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면서 “수천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구의 와인을 감당하기에는 우리의 역량이 너무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이다”고 아쉬운 속내를 내비쳤다. 김 회장은 이후 몇 년 동안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와인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에도 와인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와인 붐이 불면서 여러 와인교육기관이 설립되었고, 와인지식을 제공하는 곳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들 교육기관이 자사 제품의 홍보를 목적으로 교육을 하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확한 와인지식을 전달하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었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와인을 마치 미신 대하듯이 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었다. 주관적인 느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와인교육기관들은 외국인 초청강의, 외국의 학원 명의를 사용하면서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내실은 기하지 못한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자극받은 김 회장은 ‘사람들이 보다 제대로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 보자’라고 다짐하고 직접 와인교육기관을 설립했다. 지난 2000년 서울와인아카데미를 시작으로, 한국와인아카데미를 거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준철와인스쿨에 이르기까지 김 회장이 직접 가르친 학생들만 줄잡아 2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지역의 어지간한 호텔, 레스토랑, 백화점, 와인숍 등에는 그의 제자가 다 있을 정도다. 그는 학생들에게 ‘소믈리에’ 교육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와인의 역사와 함께 직접 와인을 만드는 ‘양조학’도 가르친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항상 ‘와인은 격식으로 마시는 술이 아니라 지식으로 마시는 술’이라고 가장 강조한다고 했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장 , 와인 대중화 주력 김 회장은 “타인이 따라주는 와인을 받을 때 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잔을 들 때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신경 쓰는 게 마치 와인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하지만 정작 자신이 마시고 있는 와인에는 어떤 역사가 담겨 있는지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와인의 역사를 알고 상대방과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지식을 갖추는 게 진짜 매너다”라고 와인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2006년에 설립된 한국와인협회에서 줄곧 부회장으로 일을 해오다 올해 초부터는 회장직을 맡게 됐다. 그는 국내 소믈리에 1호인 서한정 씨에 이어 회장에 오르며 “침체돼 있는 국내 와인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에 주력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관련 단체들을 통합해 한국을 대표하는 와인협회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회장으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신념은 단 하나, ‘와인 대중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와인의 인터넷 판매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하기로 협회의 방향을 정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는 “물론 반대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와인 대중화를 위해 인터넷 판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인터넷 판매가 되고 있다. 와인은 제조 단계에서부터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탈세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와인은 휴식이자 문화의 술” 한편, 한국와인협회는 지난 2005년 9월에 설립돼 와인생산, 수입, 유통, 서비스까지 국내 와인 분야의 전문가, 와인업계 종사자, 와인애호가, 그리고 와인을 알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단체다. 모든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연 2회의 와인학술세미나와 시음회 행사를 개최한다. 온라인(www.kwawine. or.kr)에서는 와인 관련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분과 별 연구 및 학술 조사 등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와인을 마시기 위해 배웁니다. 강의 프로그램에도 와인을 곁들인 식사가 진행됩니다. 강의가 곧 시음이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와인 문화를 접할 수 있습니다”

서울 양재동에 자리한 BWS강남와인스쿨 이동현 원장은 “과하지 않게 절제할 수 있는 술이 와인”이라며 “특히 비즈니스 현장에서 꼭 필요한 문화이자 에티켓”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6년 문을 연 BWS강남와인스쿨은 ‘CEO 와인 최고위 과정’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처음부터 수강대상을 CEO로 정했다. 2000년대 중반 와인 붐이 한창 일어나던 시기에 일반인이 아닌 CEO급 수강생만을 모집한 이 원장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보기 좋게 적중했다. 이 원장은 “수강생을 보면 대기업 중역부터 고위 공무원, 변호사, 회계사, 사업하시는 분들이 많다. 와인 관련 콘텐츠라면 온라인상에 널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오프라인 강의가 이뤄지면 와인을 매개로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온우회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교육과정의 장점을 자랑했다. 이 원장이 자랑하는 CEO 와인 최고위 과정은 매주 한번씩 4개월 동안 이어지는 프로그램으로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된다. 매주 한번이지만 수업시간은 단 두 시간이다. 이탈리안 스타일의 저녁식사를 마치면 두 시간 동안 강의가 이뤄지고, 강의가 끝난 후에는 와인 파티가 이어진다. 배운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강의와 파티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이 원장은 “단순히 와인 이름을 외우는 게 아니라 이 술이 어떤 문화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이런 맛을 내는지, 제대로 마시려면 어떤 에티켓이 필요한지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시실리 와인이라면 그 지방의 토지, 역사, 관습, 음식 등 전반적인 문화를 알게 되는 것이다. 배운 것을 확인하고 실천하기 위해 강의 시간에 배운 여러 문화를 이야기하며 잔을 채운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와인을 알게 된 건 20여 년 전. 그 시절 식품 무역업을 시작한 그는 해외출장이 잦아지며 와인을 접했다. 와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약 10년 전이다. 당시 10개국의 와인을 수입하며 자연스럽게 와인스쿨로 이어졌다. 부산에 본사를 둔 와인유통업은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엔 와인스쿨과 와인유통, 와인바 등의 사업체에서 총 8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부산와인스쿨 ‘와인과 클래식의 밤’ 이 원장은 또 “강의 내용이 비즈니스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수강생들에게 종종 전해 듣고 있다. 어떤 분은 대화의 폭이 넓어졌다고 좋아하기도 한다. 처음 만난 사람과 소주 한잔 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비즈니스 미팅에서 와인으로 대화를 풀어 가면 자연스럽게 상대방과 교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이 강조하는 와인 비즈니스 전략은 첫째, 와인의 테루아로 그 지방 문화를 이야기하며 대화가 시작된다는 것. 둘째,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셋째, 와인의 맛을 논하며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와인을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 음식과 여행이 있으니 휴식의 술이요,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미팅의 에티켓을 챙기게 되니 문화의 술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와인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다. 간단히 와인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건강, 파티, 기념일, 선물 등이 떠오른다. 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문화를 익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와인은 어떤 테루아를 지녔을까. 이 원장은 2~3만 원대의 신대륙 와인을 추천했다. 그는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대륙 와인 중에 까베르네 쇼비뇽 품종의 레드 와인이 있다. 2~3만 원대면 아주 훌륭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입맛에 맞아야 하고 식탁 위의 음식과 맛의 조화가 이뤄져야 가장 훌륭한 와인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22일 ‘2012 와인과 클래식의 밤’ 행사가 부산 해운대 노보텔앰배서더 부산 야외가든에서 열렸다. 부산와인스쿨 총동문회(회장 조봉제)가 매년 5월에 마련하는 이 행사에는 1300여명에 달하는 동문들과 동문들이 동행하는 외부인이 함께 모여 와인 시음과 문화적 갈증을 푸는 부산에서는 보기 드문 와인파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날 행사의 1부 오페라 공연에서는 부산대와 이탈리아 베르디국립음악원 출신인 소프라노 김유진과 이탈리아 유명 오페라 가수 다리오 디 비에트리(테너), 프란체스코 솔리나(바리톤), 조반니 타라스코니(베이스)가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주옥같은 10여 편의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선보였다. 이어 부산시지정 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학춤’ 이수자들이 우리 고유의 절묘한 춤사위를 펼치면서 동서양의 조화로운 만남을 선사했다. 2부 와인파티에서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8개국의 최고급 특급와인을 골라 마실 수 있는 즐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부산와인스쿨 조용학 원장(대선주조 사장)은 “부산 최초의 와인교육기관인 부산와인스쿨 총동문회가 준비한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다”며 “이 행사를 계기로 와인에 대한 유용한 정보 제공과 와인 인구 저변확대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운영하는 비영리 주류전문 교육기관 ‘조니워커스쿨’은 1989년 설립된 이래 바텐더, 와인 등 주류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약 2만5000명이 넘는 수료생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국내 바텐더 인력 가운데 수료생이 20%를 차지할 만큼 인력 양성 기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소믈리에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한상돈 소믈리에(31기)와 리츠칼튼 호텔의 은대환 지배인(53기) 등도 이곳 출신이다. 김종우 디아지오코리아 대표는 “한국 최초의 비영리 주류전문 교육기관으로서 조니워커스쿨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며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의 생활 속에서 건전한 음주 문화 정착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의 양과 질을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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