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5일 퇴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前) 의원이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각종 비리혐의로 수감 중인 이 대통령 측근이 특별사면 문제와 관련해 “그런 대화합 조치를 긍정적으로 볼 측면이 있다.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떤 형태로든 의견을 주고받지 않을까 싶다”며 “과거 ‘새 임금이 나오면 옥문(獄門)을 열어준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종교계, 경제계, 정치권 등 각계의 요청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 사면권 행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이런 얘기들이 나오면 청와대측은 으레 발뺌을 하곤 했던 종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누군 되고, 안 되고 하는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나선 모양새를 보이면서 대놓고 여론 떠보기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이 다가오는 설을 전후해 임기 중 마지막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얘기하면서 여기에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자신의 오랜 친구였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대통령 처사촌 김재홍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그 뻔뻔함에 아연할 따름이다. 이중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이 전 부의장을 제외한 세 명은 지난해 2심 확정 후 대선을 앞두고 잇따라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자 곧바로 특별사면설이 퍼졌다. 특별사면은 형(刑)이 확정된 사람에게만 가능하기 때문이며, 여기에 대통령 전 비서실장까지 나서 필요성을 거론하자 특별사면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자기 임기 중에 수감 중인 혈육이나 측근들을 자기 손으로 직접 사면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것도 정치적 범죄가 아니라 뇌물 등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인데다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인사들이다. 그러므로 형평성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조차 하지 않은 채 ‘형님 특사’ ‘측근 특사’를 강행한다면 이 대통령은 국민적 저항과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물론 사면권은 헌법상 부여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임기 말에 ‘선심’ 쓰듯이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용산참사와 관련해 징역 4~5년을 선고받고 만 3년을 복역 중인 철거민들이나 정치적 주장을 펴다 실형 1년을 꼬박 살고 나온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각계의 사면청원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 측근들을 풀어준다는 건 사면권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은 물론 인간적 도덕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다. 본인 스스로도 임기 초반인 지난 2009년 6월29일 라디오 연설에서 “제 임기 중에 일어난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러차례 약속한 것을 뒤집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후보 공히 대통령의 특별사면 권한 자체를 내려놓겠다고 경쟁하듯 약속한 바 있다. 특히 박근혜 당선인은 “대통령의 사면권도 분명하게 제한해 무분별하게 남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자신의 임기 시작 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대통령의 ‘형님특사’ ‘측근특사’를 수수방관하는 건 당선인의 도리가 아니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법치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다면 이 대통령의 부도덕한 측근 사면 시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혀 중단시켜야 한다는 많은 국민들의 바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심원섭 정치전문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