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는 대한민국 향후 5년을 책임질 새 대통령을 선택했다. 우리는 선택의 권리를 행사했고 그에 따른 책임은 이제 상당부분 국가로 넘어갔다. 선거 당일에 밤늦게까지 설렘으로 지새운 건 나의 선택에 대한 신속한 결과를 보고 싶어서였다. 자신의 의지로 지지한 후보가 다득표해 자신의 결정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싶었던 거다. 또 자신의 선택이 짧은 시간 내에 승부가 나는 짜릿함을 즐기려 했음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에 누굴 선택했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상당부분 공공의 것으로 넘어갔고, 선거에 대한 관심은 급속히 시들해졌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책임은 눈 녹듯 소멸되고 망각한다. 이것이 선택과 결정, 결과 그리고 그것의 책임에 따른 감정의 변화다. 어찌 보면 약삭빠른 회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게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은 감정과 이성, 사고의 능력이 있어 타 동물들과는 다르지만, 이것들에 앞서는 것이 본능이다. 찰나의 선택과 결정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본능이 이성보다 쉽게 앞서기에 그렇다. 이런 것이 순식간에 필요한 것이 도박이다. 잽싼 선택과 결정 후 바로 결과를 보는 도박은 이래서 중독성이 강하고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빠른 선택과 결정은 언제나 위험이 도사린다. 그 선택과 결정이 단지 빠름에 치우치면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식구를 거느린 기업의 CEO는 선택과 결정에서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선 안 된다. 요즘 세상은 3차원이 아닌 3.5차원의 세계다. 디지털과 IT의 발달로 우리는 시공을 초월하며 매순간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과거엔 위수지역을 벗어나면 본사에서 결정을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게 이유가 되지 못한다. 비행기를 수 시간 타고 가서 일을 처리해야만 했던 것이 간단한 화상통화나 SNS로 가능한 세상이다. 현실의 우리는 아날로그 세상에 길들여져 있어 허둥대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린 더 빠르고 옳은 선택과 결정을 강요받으며 또 그렇게 해야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탁월한 선택과 결정을 합법적으로 연마하는 길은 없을까? 물론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필수겠지만, 동물적 감각을 익히는 데는 골프만한 운동이 없다. 골프는 매 순간의 선택과 결정에 따른 결과를 바로 볼 수가 있어 재미있다. 더욱이 골프는 남의 선택과 결정에 대한 결과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특권(?)과 동반자의 탁월한 선택으로 아름다운 결과를 감상하는 부수입도 있다. 그래서 골프도 중독성이 강하다. 그러나 골프가 도박과 다른 이유는 배려와 절제에 있다. 만약 골프에서 배려와 절제가 없다면 도박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골프는 탁월한 선택과 결정뿐 아니라 배려와 절제의 미덕까지 배울 수 있어 좋은 스포츠다. 러프에서 그림과 같은 공의 비행을 상상하며 손바닥만 한 공간으로 날린 샷이 장애물을 맞고 더 깊이 들어가거나 OB가 되어 낭패를 보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침착한 인내로 안전하게 플레이하여 보기를 지켜나간다면 18홀의 스코어는 그냥 내지른 골퍼에 비해 월등함을 우린 수없이 보아왔다. 결국 정확한 계산에 의한 골프경기 운영이 순간의 허술한 판단과 결정에 의한 결과를 능가함을 깨우치게 된다. 여기서 우린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답은 명쾌하다. 골프는 한 방으로 승부하는 게임이 아니다. 사업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빈틈없는 치밀하고 적확한 계산 하에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 골프에서는 그 선택과 결정으로 나온 결과의 대가가 그리 크지 않지만, 사업이나 인생에서는 그 대가가 너무 처절하고 매몰차다. 이런 선택과 결정을 미리 연습할 수 있기에 골프가 좋은 운동인 것이다. - 강명식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푸른요양병원장·외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