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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의 골프 세상만사]설렁설렁 치는 골프가 안전한 플레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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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2-313호 박현준⁄ 2013.02.12 08:53:52

영국주재원 R차장은 출장 온 본사의 H부장과 골프장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수준급 골퍼로 소문난 H부장에게 준싱글인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첫 홀부터 강력한 장타를 선보임으로써 귀국하면 직속상관이 될 H부장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다. 영국 런던 근교의 명문 London 골프클럽 인터내셔널 코스 1번 홀은 약간 내리막 지형에 좌측으로 살짝 굽어진 547야드의 도그레그 파5홀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스타트 홀이다. 평소 장타에 자신 있었던 R차장은 페어웨이 정중앙을 향해 250야드 가량 멋지게 날아갈 것을 기대하면서 강력한 티샷을 휘둘렀건만, 유감스럽게도 볼은 토핑이 되어 불과 30야드 전방 러프에 박히고 말았다. 특히 지난 한 달 동안 비가 계속 내린 터라 러프는 물기로 질척하였고, 그의 세컨 샷은 100야드 쯤 날아 겨우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어, 이런 적이 없었는데?”,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아니, 이럴 수가...” 그의 탄식이 계속 이어졌다. 골퍼라면 이런 상황을 흔히 겪었을 것이다. 더구나 첫 홀이 파5홀일 때는 상급자들도 종종 이와 같은 실수를 한다. 초급자의 경우는 “안 맞으면 어떡하나?”하는 불안 심리에서, 상급자는 “뭔가 보여 줘야지” 또는 “멋지게 스타트 해야지” 등의 심리가 골퍼들의 마음과 몸을 긴장시키고, 몸이 굳어져 이런 실수가 수시로 나오는 것이다. 반면, 나는 첫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오를 때 마다 “프로도 아닌데, 그냥 설렁 설렁 치자”고 마음먹고, “그저 200야드만 앞으로 나가주면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티샷을 한다. 설사 미스 샷이 나오더라도 한 라운드에 10여 개의 크고 작은 실수는 있게 마련인데 그저 그 중 하나가 먼저 나왔을 뿐이라며 “보기하면 되지”라는 편한 마음으로 페어웨이 안전지대로 세컨 샷을 날린다. 어떤 동반자들은 티업(tee up)하자마자 연습 스윙도 없이 본 스윙을 하는 나에게 “너무 설렁설렁 성의 없이 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나는 지난 25년간 1500여 라운드를 하는 동안에 2/3가 비즈니스 골프였기에, 동반자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과거 골프장이 목에 힘주던 시절에는 6분 간격으로 티오프(tee off)를 해야 했고, 늘 걸어서 라운드를 하기 때문에 여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접대 골프 정신이 투철했던 나는 플레이 시간을 줄여 동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쓰게 하고, 내 볼이 러프나 숲으로 들어가서 플레이를 지연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사고 치지 않는’ 골프 전략을 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내 마음 속에는 “설렁설렁 치다뇨? 이것은 공격적이지만 안전한 플레이 전략입니다”라는 소신이 있었다. 골프의 성인 Bobby Jones는 “You must swing smoothly to play golf well. And you must be relaxed to swing smoothly.(골프를 잘 하려면 부드러운 스윙을 해야 하고, 스윙이 부드러워지려면 긴장을 풀어야 한다.)”라는 좋은 명언을 남겼다. 나는 바비 존스의 이 말을 언제나 명심하고 있다. 최상의 샷은 근육의 긴장이 이완된 상태에서 마음에 근심 걱정 없이 평온한 상태여야 잘 나온다. 물론 적절한 집중도 꼭 필요한 것이지만... 나는 마당쇠나 돌쇠형의 파워 골프하는 후배들에게 농담 삼아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나고, 못 치는 골퍼 어깨에 힘들어간다”고 말하곤 한다. 이어 “이봐, ‘힘 빼’라는 말은 근육의 긴장을 풀라는 뜻이지, 결코 맥없이 휘두르라는 말이 아닐세. 내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골프의 성인 바비 존스가 한 말이니 명심하게”라고 설명한다. 힘 빼는데 3년이란 말은, 어드레스 때 근육이 긴장되지 않은 평온한 상태를 만드는데 약 3년이란 세월의 내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힘 빼’라는 주문은 사격이나 역도는 물론 모든 스포츠에 적용되는 이론으로,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서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다는 심오한 말인 것이다. - 김덕상 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OCR Inc.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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