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는 이제 한국 배우들에게 좁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걸쳐 박중훈의 ‘아메리칸 드래곤’(1997)과 ‘찰리의 진실’(2002)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할리우드에 진출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이슈가 될 정도로 할리우드의 문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뛰어난 연기로 할리우드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진출해 흥행까지 노리는 사례가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배우들의 활약이 주목된다. 1월 이미 신호탄을 쏘아 올린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배두나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여섯 시대, 여섯 공간의 주인공들이 사실 모두 같은 사람들이라는 틀 아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구름이 하늘을 흘러가듯 영혼도 여러 시대를 흘러 각기 다른 시대적, 공간적 배경 속에서 그 시대의 문명을 경험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할리우드 영화 속 한국 배우들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배두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주목받는 주인공 손미 역을 거머쥐었다. 배두나는 현지인들이 들어도 괴리감이 없는 영국식 영어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음 연습을 했으며, 액션과 내면연기까지 최선을 다해 임해 할리우드 제작진들의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두나, ‘클라우드 아틀라스’서 할리우드에 눈도장 배두나와 함께 작업한 앤디&라나 워쇼스키 감독, 톰 티크베어 감독과 짐 스터게스는 국내 포털사이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촬영 현장에서도 호흡이 잘 맞았다. 감독들이 배두나의 연기를 좋아했다”며 “촬영이 끝나고 배두나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배두나는 내면을 비추는 빛이 있다. 함께 작업한 어떤 배우들보다 감정 표현이 뛰어났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배우나와 연인 연기를 선보인 짐 스터게스는 “시공을 초월하는 연인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며 각별한 추억을 쌓았다”며 “다음 작품에서도 동일한 캐릭터를 맡고 싶다”고 배두나와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같이 영화에 출연한 톰 행크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힘이 있다”며 “영화 속 존재감이 엄청날뿐더러 마지막엔 숨이 멎을 만큼 벅찬 감정을 느끼게 한다. 배두나는 이 영화의 영혼이다”라며 배두나의 할리우드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이어 다음 타자로 주목되는 배우는 권상우다. 권상우는 2월 28일 국내 개봉을 앞둔 ‘차이니즈 조디악’에서 활약한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에 앞서 먼저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권상우는 ‘차이니즈 조디악’에서 중국의 인기스타 성룡과 호흡을 맞춰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기대감을 주고 있다.
‘차이니즈 조디악’은 전설의 보물을 찾기 위해 모인 전설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국보급 보물을 도난 당한지 150여년이 흐른 현재, 전세계 경매장에서 고액으로 거래되는 12개의 청동상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모험가이자 보물 사냥꾼 JC와 그의 파트너 사이먼이 고용된다. 이들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한 12지신의 청동상 중 나머지 청동상 6개를 찾기 위해 전세계를 무대로 모험을 시작한다. 권상우, 성룡과 함께 ‘차이니즈 조디악’으로 관객몰이 권상우는 극 중 보물 사냥꾼 JC(성룡)의 든든한 파트너 사이먼 역으로 열연한다. 스턴트 액션의 대가 성룡은 권상우의 놀라운 액션 감각을 인정하며, 고도의 액션 기술을 특별히 지도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에 권상우는 “오직 아시아에서만 표현해낼 수 있는 액션과 무술을 전세계에서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에 ‘차이니즈 조디악’은 전 세계 누적 매출액 1억6000만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세계 26개국 개봉을 확정지었다. 권상우의 포부와 더불어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영화 시장에서도 흥행 돌풍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두나와 권상우에 앞서 먼저 세계 영화 시장에 진출했던 이병헌은 ‘지.아이.조 2’로 다시 돌아온다. 이병헌은 2009년 ‘지.아이.조1-전쟁의 서막’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보다 성숙해진 연기로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지.아이.조 2’는 세계 최고의 특수 군단인 지.아이.조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아이.조는 인류를 위협하는 조직 자르탄의 음모로 군단의 존재까지 위협받는 사상 최대의 위기에 처한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요원들은 자르탄을 상대로 거대한 전투를 준비한다. 숙명의 적 코브라 뿐 아니라 거대 조직 자르탄과 대립하게 된 지.아이.조는 모든 것을 걸고 최강의 반격을 시작한다. 이병헌, 4년 만에 ‘지.아이.조’ 시리즈로 컴백 이병헌은 ‘지.아이.조’ 시리즈 1편에서 지.아이.조 군단과 대립하는 스톰 쉐도우를 연기했다. 특히 강렬한 눈빛 연기와 액션 연기에서 드러난 복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편에서 스톰 쉐도우가 칼에 맞고 떨어져 ‘지.아이.조’ 시리즈에서 하차하는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런 아쉬움도 잠시, 이병헌은 보다 강력해진 스톰 쉐도우로 다시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이병헌은 2012년 12월 홍콩에서 열린 ‘지.아이.조 2’ 프레스 데이에서 “악역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부분이 부담스러웠다. 주변에서 전형적인 모습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내가 누구인지도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첫술에 배부르려고 하지 않았다”고 할리우드 진출 과정에 대해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도 여전히 선택을 받고 기다리는 처지이지만 ‘지.아이.조’와 같은 대작에서 어떤 역할이 됐건 그 과정을 발판으로 삼아 발전하고 싶다”며 “언젠가는 여기저기에서 나를 찾아주고 내가 진정 원하는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꿈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국내에서는 3월 말 개봉 예정인 ‘지.아이.조 2’가 세계 관객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