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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철 “작업 총망라한 영상 만들고파”

수십 년째 빈 의자 고집…서정적 화면에 애잔함 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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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5호 김대희⁄ 2013.03.11 12:59:57

“미니 의자와 자연과의 만남은 분명 현실 저편, 심연의 것에 대한 갈망이며 비록 고독하고 외로운 인간의 삶이지만 미니의자의 도상은 어쩌면 저 너머에 있을 희망찬 삶의 환희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연희동 작업실에서 만난 지석철(홍익대 회화과 교수) 작가는 극사실주의 작업을 해오며 의자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수십 년째 빈 나무 의자를 그려왔기 때문이다. 그가 그리고 만들어내는 나무 의자는 말 그대로의 의자다. 이러한 의자들은 다양한 배경 속에 조화를 이루며 작품 한 가운데부터 구석까지 어느 곳이든 자리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도화지에 물감을 칠하면서부터 화가를 꿈꿔왔다. 1978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막막함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시절 다른 유혹을 뿌리친 채 서울 합정동 로터리에 화실을 열고 수강생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힘든 시간을 그렇게 견디고 버틴 것이다. 이런 그에게 힘이 되는 곳이 있었다. 홍대 앞 유정다방에서 음악을 들으며 마음의 위로를 얻다가 소파 등받이 부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당시 소파 등받이 부분을 그렸는데 확대해서 그려보자 했어요. 지금으로 말하자면 하이퍼리얼리즘이자 극사실화인거죠.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의미가 아닌 재현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색연필과 지우개로 묘사했는데 생각지 못하게 중앙미술대전 1회 서양화 부분에서 대상없는 장려상을 받았어요.”

그의 그림은 소파를 확대한 그림이었다. 그러나 평론가나 관람객은 몸의 한 부분으로 느꼈으며 특히 여성의 가슴을 그린 것으로 보기도 했다고 한다. 세세하게 그리는 작업인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이 그릴수가 없어 판화를 하게 됐고 관심도 갖게 됐다. 이어 1982년 제12회 파리비엔날레 한국 대표 작가로 선정되면서 대표 아이콘인 미니의자가 등장했다. 자신만의 공예적인 의자를 만든 것으로 파리비엔날레에 참가하면서 300개의 미니의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소파는 작은 것을 극대화한 것인 반면 미니의자는 극소화시킨 작업이었다. 이후 1990년대 초반부터 유화를 하게 됐으며 입체 작업을 평면의 회화에 공존시키고자 지금껏 외길을 걷고 있다. 한마디로 미니멀적인 신형상 작업인 것이다. 홍대 앞 다방에서 운명처럼 마주친 소파 등받이 “나는 언제나 회화의‘재현’을 생각할 때 눈과 손이 옮기는 정교하고 치밀한 묘사력은 기본이면서 그저 시작에 불과할 뿐 대상과 이미지를 응시하는 개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어떻게 각색되고 연출되었는가에‘재현’의 의미를 두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물과 이미지에 얽힌 이야기들은 간결하게 제시되고 낯선 조합과 이질적인 것들의 돌연한 공존을 통해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재발견하게 되죠.”

그가 살았던 고향에 대한 서정이 깃들어 있다. 때론 애잔하고 고독해보이지만 그는 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그려온 그림이지만 배경을 구상하며 미니의자의 위치를 연출하는 게 여전히 재미있다고 웃어보였다. 그동안 설치에서부터 입체, 평면 등을 다 경험해본 그는 브론즈로 의자를 만들어 설치미술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풀어낸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들었다. 영상도 기술적인 게 아닌 자신의 정서가 그대로 담긴 작업으로 평면과 입체 그리고 영상이 서로 연결되는 그 동안의 작업을 총망라한 결정판으로 작업을 매듭지으려 한다는 얘기다. “어느 작가든 그 사람의 프로세스가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해요. 지금 작업보다 그 동안의 굴곡이나 시련 등 발전해오는 모습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죠.” 오랜 시간과 집중이 필요한 노동집약적인 작업으로 많은 작품을 내놓을 수 없기에 2013년은 여유를 갖고 작업에 치중하는 한 해를 만들고자 그는 여전히 작업실에서 서정의 감성을 함께 공유할 의자를 그리고자 붓을 들고 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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