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故) 김현식의 노래로 구성된 뮤지컬 ‘내사랑 내곁에’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가수의 명곡은 물론 뮤지컬까지 즐길 수 있는 이점 때문에 가수들의 원곡을 바탕으로 하는 공연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에는 뮤지컬 ‘그날들’이 고(故) 김광석의 노래로 찾아온다. 4월 4일부터 6월 30일까지 대학로 뮤지컬센터 대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인 이 공연은 제작발표회 때부터 화제가 됐다. 거기에는 고 김광석의 주옥같은 명곡을 부를 배우들의 존재도 한 몫 했다. 유준상, 오만석, 강태을까지 공연계의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다. 뮤지컬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한다. 청와대 경호원이 된 ‘정학’에게는 자신과는 다르게 자유분방한 동기 ‘무영’이 있었다. 신입 경호원 중 최고 재원이었던 정학과 무영은 라이벌이자 친구로 우정을 쌓아갔다. 한중 수교를 앞두고 그들은 신분을 알 수 없는 ‘그녀’를 보호하는 일을 맡는데, 갑자기 그녀와 무영이 함께 사라진다. 그리고 20년 뒤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이던 청와대를 뒤집어놓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통령의 막내딸 ‘하나’와 수행 경호원 ‘대식’이 사라진 것. 마치 20년 전 그날과도 비슷한 상황 속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호팀을 진두지휘 하던 경호과장 정학은 20년 전의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된다. 그들의 행방을 쫓는 정학 앞에 사라졌던 무영과 그녀의 흔적들이 하나 둘씩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사격선수 출신의 대통령 경호실 경호 2처 부장이자 냉정하고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 정학 역에 유준상, 오만석, 강태을이 나선다. 한 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이 배우들을 캐스팅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이에 대해 장유정 연출은 “보기에도 경호원 같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며 “정학의 경우 극 중 46세와 26세 시절이 모두 나오기 때문에 20년을 넘나들며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들이 필요했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우들이 나이 들어 보이기도, 어려 보이기도 하지 않느냐”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장 연출은 또한 “노래 솜씨도 중요하게 봤다. 뮤지컬 노래들이 김광석 씨의 노래이기에 관객들에게 친숙하다. 그래서 노래에 대한 흥미가 자칫하면 떨어지거나 지루해질 수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노래 솜씨로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을 배우들을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관록의 연기 보여주는 유준상 “노래 느낌 표현 중점” 정학 역을 맡은 배우 중 가장 큰 형님인 유준상은 무대 위에서 녹슬지 않은 센스와 관록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노래 표현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유준상은 “나도 김광석 씨의 노래를 즐겨듣던 세대이다. 혼자서 즐겨 부를 때가 많았는데 느낌이 잘 표현되지 않았다”며 “드라마에서 ‘서른 즈음에’를 불렀던 적도 있다. 그만큼 김광석 씨 노래에 대한 애정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되면서 김광석 씨의 다른 노래들도 부르게 됐는데 연습하다 5번 정도 울컥해서 울먹거리기도 했다”며 “가뜩이나 눈물이 많을 나이인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끝으로 유준상은 “이런 벅 차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준상에 이어 두 번째 형님인 오만석은 공연 포스터에서부터 카리스마가 넘쳐흐른다. 평소 듬직하고 믿음직스런 남자의 이미지를 지닌 오만석은 ‘그날들’에서도 이런 점을 살려 철두철미하게 정학을 연기한다. 물론 특유의 가창력도 빼놓을 수 없다. 오만석은 “유준상 씨와 같이 나도 김광석 씨의 노래를 즐긴 세대”라며 “평소에도 김광석 씨의 노래를 좋아해서 즐겨 불렀다. 그런데 이번 공연을 연습하면서 새로 좋아하게 된 곡들도 있다”고 전했다. 특유의 카리스마 분출하는 오만석과 강태을 그는 이어 “예전에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에서 오두막 장면을 찍을 때 아무 노래나 흥얼거려야 했다. 그런데 김광석 씨의 노래를 워낙 좋아했기에 ‘사랑했지만’을 일부러 선곡해 불렀다”며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이렇게 ‘그날들’ 무대에 서게 돼 영광이고 신기하다.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준상과 뮤지컬 ‘레베카’에서도 같은 역을 맡아 매력 대결을 펼쳤던 오만석이 ‘그날들’에서는 유준상과 색다른,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학 역을 맡은 마지막 배우 강태을은 유준상, 오만석을 따르는 막내이다. 강태을은 지난해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파멸해 가는 살리에리의 모습을 강하게 연기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그날들’에서는 감정을 폭발하기보다 자제하면서 정석대로 살아가는 바른 사나이 정학을 보여줄 예정이다. 세대는 다르지만 강태을이 이 공연에 동화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역시 음악의 힘이다. 강태을은 “유준상, 오만석 선배보다 나이가 어리다보니 김광석 씨의 노래를 즐겨듣던 세대는 아니었다”며 “하지만 주변에 김광석 씨의 노래를 워낙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내게도 노래가 익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날들’에 참여해 더 많은 노래들을 들어보니 너무 좋았다”며 “특히 ‘그날들’이라는 노래가 정말 감동적이다”고 전했다. 이런 강태을에 대해 유준상과 오만석은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20년 세월을 왔다갔다하며 연기하는 건 강태을에게 가장 제격이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유준상, 오만석, 강태을 이 세 남자가 보여줄 뮤지컬 ‘그날들’. 관객들이 이 세 배우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지는 4월에 밝혀진다.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