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다가오면, 이 땅의 모든 골퍼들의 가슴은 설렘으로 빠르게 고동치기 시작한다. 더욱이 봄비가 한번 내릴 때마다 잔디가 파릇파릇하게 대지를 뚫고 힘차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골프장 진입로와 페어웨이에 식재한 조경수들이 연초록빛 파스텔의 향연을 펼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골퍼들은 5월의 푸르름과 우아함 및 여유로움을 한껏 즐기고 싶은 무지갯빛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설레임은 단지 여성 골퍼뿐만 아니라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단장한 골프코스에 도전하는 모든 골퍼들이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골프는 Green, Oxygen, Light, Foot 등 4단어로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의 사계절 가운데서도 특별히 아름다운 최고의 시즌인 5월은 푸른 잔디(green)가 힘 있게 공을 받쳐주는 페어웨이, 산소(oxygen)가 가득한 코끝에 상큼하게 다가오는 신선한 공기, 그리고 태양이 우리에게 주는 빛(light)과 함께 양탄자처럼 푹신한 잔디의 쿠션을 두발로(foot) 느끼면서 함께하는 동반자와 멋진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늘이 축복을 내려준 최고의 시기인 것이다. 또 골프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이유가 5.16혁명이 일어난 5월 16일부터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10월 26일까지가 연중 파란색 페어웨이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여 최고의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황금 시즌이라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별히 시즌오픈에 즈음하여 부푼 마음으로 라운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골퍼들에게 그린 위에서 꼭 명심해야 할 중요한 팁을 드릴까 한다. 그것은 Never up Never in 으로, “지나치지 않으면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위크엔드 골퍼들이 그린위에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실수를 말하는 것이다.
퍼팅 시마다 홀컵에 미치지 못해서 컵-인이 안 되는 데도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미스샷에 가슴 쓰라린 후회를 해본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때 프로들이나 혹은 동반한 상급자들에게 홀을 30cm 정도 지나가도록 퍼팅하라는 주문을 여러 번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홀을 지나가지 않으면 홀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원리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필자가 미국 버클리대학 교환교수로 있었을 때, 어떤 미국인 노신사와 라운드를 한 적이 있다. 그 노신사는 핸디도 낮고 골프경력도 상당히 오래된 분이었다. 매 홀 그린까지는 곧잘 다가가는데, 그는 아쉽게도 그린 위에서 퍼팅 할 때마다 볼이 짧게 굴러가면서 홀 바로 앞에서 멈추곤 했다. 그래서 필자는 “You are almost in-You need one more roll!”이라고 본의 아니게 매 홀마다 연발했다. 그리고 마지막 홀 그린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나와서 필자가 어쩔 수 없이 “You are almost in” 이라고 다시 말하자, 그 노신사는 필자에게 “You are saying exactly what my wife says to me every night in the bed(그건 우리 집사람이 밤마다 침대에서 하는 말인데)”라며 탄식했다. 홀에는 4개의 문이 있다. 볼이 힘없이 굴러가서 컵 안에 떨어지는 앞문과 사이드-인이 되는 양 옆 두 개의 문, 그리고 볼이 뒷벽에 맞아서 컵 안으로 떨어지는 뒷문을 말하는 것이다. 웬만큼 짧은 퍼트는 뒷문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자신감 있는 퍼팅으로 컵의 뒷벽에 공이 부딛쳐 컵-인이 될 수 있도록 연습한다면 퍼트 성공의 확률을 높이게 되고, 쓰리-퍼트의 부담감도 덜 수 있게 되어 축복받은 최고의 시즌을 만끽하실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5월의 코스에 날리는 하얀 벚꽃 잎이 바람결에 그린위에 꽃비를 내리는 이 아름다운 축복의 계절에 라운드하는 동안 한홀 한홀이 멋진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하려면, 쓰리-퍼트의 아픈 기억을 지울 수 있도록 홀컵을 30cm 정도 지나갈 수 있도록 자신 있게 ‘Never up never in’을 기억하며 퍼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 - 유억윤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건국대학교 체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