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나 보살보다 위계가 낮은 불교의 수호신들인 '신중(神衆)'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국립중앙박물관 서화관 불교회화실에 모인다. 이들은 인도의 신화와 종교에서 유래한 신들이지만, 불교에서는 이들을 수용해 부처와 그 가르침을 수호하는 신들로 삼았다. 불화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신중도는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와도 같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조선시대에는 신중에 대한 신앙이 매우 성행하여 제석천, 범천, 위태천 등 불교의 여러 수호신을 그린 신중도가 대량으로 제작됐다. 오는 5월 14일부터 9월 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2층 서화관 불교회화실에 선보이는 '신중-불교의 수호신들'전은 총 6부로 나뉘어 전시된다. 벼락을 무기로 악마를 정복하는 신들의 제왕 제석천도와 용맹한 호법신인 천룡도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위태천이 조명된다. 또, 제석천과 위태천에 이어 신중도에 추가된 '범천'이 조선 후기 전성기를 맞이한 유래를 설명한다. 신중도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대자재천과 예적금강도 눈길을 모은다. 대자재천은 인도의 시바신에서 유래했는데, 신중도에서는 주로 팔이 여러 개이고 눈이 셋이거나 소을 탄 모습이다.
예적금감은 신중도의 주요 신들 중에서 가장 나중에 등장했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눈길을 끈다. 경전에 의하면 예적금강은 석가모니불의 화신이라고 하며, 그의 주문에는 큰 힘이 있다고 믿어져 불교의식에서 자주 독송됐다. 치솟은 머리카락, 분노한 얼굴, 여러 개의 팔과 무기 등 강한 힘을 강조한 모습이 특징이다. 한편, 조각상이나 불화로 그려져 주로 사찰의 관문인 천왕문에서 사찰을 지키는 수문장의 역할을 한 사천왕과 신중 신앙의 내용과 의미를 생각해 보는 불교의 종교적 포용력과 일반 사람들의 삶과 기원을 가까이에서 담아내고 있었던 의미도 살펴본다. 이번 전시는 신들의 다채로운 이야기와 사람들의 소박한 소원을 간직한 불교의 수호신 그림을 통해 불교나 불화를 어렵게 생각하는 일반 관람객들도 충분히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