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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미 골프 세상만사]골프에서 빛나는 플레이어 품격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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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2호 박현준⁄ 2013.06.24 13:40:44

6개월 전 강원도에서 업무상 골프모임을 가졌던 일이 잊혀 지지 않는다. 그날의 불안과 공포가 아직도 아스라이 스쳐 지나가며 기억에 남아 있다. 그것은 아마추어 초보 골퍼가 치는 볼이 언제 나에게 날아들지 모르는, 생명의 위협과도 직결될 만한 위험천만한 공포였던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어느 기업가가 기본 연습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자신의 딸을 앞세우고 필드에 나온 무례한 경우였다. 아직 골프채를 잡는 법, 볼을 맞추는 것조차 제대로 익히지 않은 딸에 대해 지인들로부터 ‘골프신동’ 소리를 먼저 듣고 싶었던 무지한 아버지의 욕심이 그동안 신의로 지켜온 지인들의 소중한 하루 라운드를 망쳐버린 대형 참사를 일으킨 사례였다. 한술 더 떠 아버지란 사람은 젊은 후배들에게 딸을 덥석 안기고, 자신은 싱글골퍼들과 유유자적, 허허실실 필드를 활보하며 간혹 옆에 다가와 딸 자랑을 일삼으니 후배 동반자들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저 잘 칠 수 있어요. 봐주세요. 자 봐요!”라며 언제나 자신만만한 그녀의 스윙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뒤에서 가슴 조리며 지켜보던 필자는 혹여 빗나간 볼이 화살처럼 그린위에 명중하기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마치 참선 수행자처럼 기도를 했고, 또 덕망이 두터운 원로 스님의 은덕이 필요했다. 고급상표가 요란하게 붙은 골프의상을 입고 오른손엔 휴대폰을 들고, 왼손은 호주머니에 넣은 채, 티 그라운드를 패션쇼 무대로 생각하는 공주병 초보 골퍼인 그녀에게 도대체 무엇부터 먼저 가르쳐야 할지 필자 자신도 어리둥절했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공짜 샷을 해대는 멀리건은 둘째 치고라도 안착한 공을 습관적으로 건드리는 속임수까지 허참…!. 또 어디서 주워들은 입담인지는 모르지만, 골프장이 여체에 라운딩 행위라는 등 섹스를 주제로 한 서슴없는 농담과 대화를 하면서도 상대방의 티 샷에는 별 관심도, 주의도 안하는 안하무인 그녀의 태도는 그날 처음 본 동반 골퍼들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또한 돈내기 게임을 하는 동반 골퍼들에게 안겨 애교를 부려가며 용돈까지 타내는 꼼수까지, 점점 기가 막혀진 필자는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마저 의심하게 됐다. 그저 어서 라운드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가고픈 생각이 간절했다. 더구나 옆 라운드 팀에게 매번 볼이 담 넘어가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고, 뒤 팀에게는 늘 늦장부리는 답답한 앞 팀으로 매번 쫓기는 골프를 치게 됐다. 그러다보니 그린 위 퍼터 역시 뒤 팀에게 쫓겨 대충하게 되는 등 그날은 골프를 완전히 망치는 사태가 되고 말았다. 골프는 성숙한 스포츠 정신을 필요로 하는 종목중 하나다. 싱글을 치는 골퍼치고 골프와 친해질수록 더욱 예의 지키기에 신경 쓴다. 이는 필드위에서 규정준수, 배려심, 집중력, 에티켓을 지키는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빛나는 플레이어 품격과 조건은 때와 장소에 맞는 차림과 골프의 기본 관습을 지키는 일이다. 여전히 목욕탕 한곳에서는 그날의 필드위에서 게임한 돈 계산으로 아우성이다. 아직 19홀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신사 스포츠로서의 품격이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 하루였다. - 손영미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정회원 (극작가/서울아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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