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6호 김금영⁄ 2013.10.04 09:39:21
항공기 내에서 좌석등받이를 젖히는 문제로 시작된 다툼이 승객간 난투극으로 이어져 회항하는 사례가 해마다 발생하면서, 기내 좌석등받이 이용 시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좌석등받이 이용에 대해 탑승객간 다툼이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인 해외여행객 5명 중 3명은 항공기의 좁은 일반석 좌석을 좀더 쾌적하기 이용하기 위해 좌석등받이를 일정 시간 동안에만 젖힐 수 있도록 '좌석등받이 이용 시간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전세계 여행 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www.skyscanner.co.kr)가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만 18세 이상 한국인 여행객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항공기 좌석등받이 이용 시간제 도입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61.4%의 여행객들이 해외여행시 좌석등받이를 뒤로 젖히는 시간을 지정하거나 아예 금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기내 좌석등받이에 대한 불만이 높은 이유는 앞 사람이 등받이를 지나치게 뒤로 젖힐 경우, 등받이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는 것이 불편한 것은 물론, 테이블을 제대로 펴기조차 힘들 정도로 일반석이 좁기 때문. 창가좌석에 앉은 승객이라면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 의하면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한국인 여행객의 45.6%는 앞좌석 승객이 좌석등받이를 과도하게 뒤로 젖혀 상당한 불편함을 느낀 바 있으며, 4%는 그로 인해 부상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항공기 내에서 발생하는 승객간 다툼 가운데 상당수가 등받이를 과도하게 젖히는 문제인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항공승무원 커뮤니티인 캐빈크루닷컴에서 지난 8월 900명의 전세계 항공승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무려 60%의 승무원들이 좌석등받이 이용 문제로 승객간 다툼을 목격하거나 중재했던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내에서 승객간 등받이를 젖히는 문제로 다툼이 커져 푸켓행 항공기가 회항한 적이 있을 정도로 좌석등받이 문제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베키 스펠먼(Becky Spelman) 박사는 "항공기 내에서 좌석등받이를 과도하게 젖히는 행동은 분노, 스트레스, 긴장, 당황, 그리고 신경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러한 감정상태는 기내 소동과 같이 의도치 않은 행동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여행객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이타적 집단과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편의만을 고집하는 이기적 집단, 2가지로 분류된다. 이들간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이기적 집단으로 하여금 충분히 납득할만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스카이스캐너 조사결과 18~24세 여성 여행객들의 경우 이타적 성향이 높고, 35세 이상의 남성 여행객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나이집단에 비해 이기적인 성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 좌석등받이 이용시 중장년층 남성들의 배려가 더욱 요구된다. 스펠먼 박사는 "이기적 집단으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양보를 얻어내려 하기보다는 좌석등받이를 젖힐 수 있는 시간을 정하는 것과 같이 항공사들이 다양한 승객들이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의 정책을 만들어 충분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다 많은 승객들이 기내에서부터 즐거운 여행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의학전문가들도 항공기 좌석등받이를 지나치게 뒤로 젖힌 상태에서 장기간 자세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등과 엉덩이를 좌석등받이에 기댄 상태로 15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라는 지적이다. 스카이스캐너에서 한국 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김현민 매니저는 "비록 실제 좌석등받이에 대한 우선권이 앞사람에게 있다 하더라도, 좌석등받이를 뒤로 젖히기 전에 뒷사람에게 양해를 구한다면 이러한 다툼을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스카이스캐너는 보다 많은 여행객들이 즐겁고 쾌적한 기분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떠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