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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기 문화 칼럼]해와 달 그리고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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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7호 박현준⁄ 2013.10.07 11:27:39

옛날 선인들은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쳐다보고 천문(天文)을 읽고, 땅을 내려다보며 지리(地理)를 알았다고 한다. 요즘 현대인은 어떻게 천문과 지리를 읽을까? 달력에는 정말 다양한 천문이 들어있다. 서기 몇 년, 단기 몇 년, 불기 몇 년 등 년도, 양력과 음력으로 1년, 12개월, 365일, 7요일, 24절기, 명절, 경축일 국경일 각종 기념일 등이 표기되어 있다. 달력만 보면 우주천문역법을 읽을 수 있다. 현재에 본인이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 좌표가 옛날의 지리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네비게이션이야 말로 인문지리와 자연지리 정보를 동시에 제공해 주고 있다. 현대인들은 달력을 통해, 네비게이션을 통해 쉽게 천문지리를 읽고 있다. 하늘에는 해와 달과 별이 떠있다. 우리 조상들은 낮에는 해를 보고, 밤에는 달과 별을 헤아리면서 철을 알았고, 나달의 변화를 읽었다. 해는 일년 내내 아침에 떴다가 저녁에 지지만, 지구의 공전에 따라 밤낮의 길이가 변하고, 봄여름가을겨울이 24절기의 철따라 바뀐다. 계절(온도)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해를 따라 전통 농경사회에서는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수확하는 시기를 저울질했다. 해는 인간생활에 절대적이었다. 24절기는 태양의 황도상의 위치에 따라 특징지어 놓은 계절적 구분이다. 농사일에서 제때를 맞추어 땅을 일구고 씨 뿌리고 가꾸고 거두어들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24절기는 자연현상의 기후 변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태양력이다. 전통사회에서 이른바 24절기가 바로 철을 아는 기준이 된다.

농민으로서는 이것을 아는 것을‘철을 안다’고 했고‘철을 안다’든가‘철이 났다’든가 하는 말은 소년이 성인이 되고, 또한 성숙한 농군이 됐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서구문화는 태양력 단일 역법을 중심으로 하는데 비해, 동양문화는 달을 중심으로 한 태음력을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계절의 변화를 가름 할 수 있는 24절기를 보태어 태음태양력의 역법이다. 달은 한국인의 우주론·세계관과 인생관 그리고 생활습속 등에 걸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달은 ‘융화하는 빛’, ‘원만하고 구족한 원융성’, 그리고 ‘죽음 있는 영속하는 삶’ 등으로 인간들의 머리 위, 밤하늘에 떠 있다. 달과 물과 여성이 더불어서 생명력 상징의 삼위일체가 된다. ‘초승 보름 하현으로 이어지고 다시 초승 보름 하현으로 죽음과 재생을 거듭하는 “죽음 있는 영생하는 삶’의 상징이 달이다. 달은 재생의 상징이 되고, 생명력 그 자체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달은 바다의 조수와 여성의 경도의 주기가 상관성이 있다. 달과 물과 여성이 더불어서 생명력 상징의 삼위일체가 된다. 달의 변화는 한국인의 생리적인 삶의 리듬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삶의 리듬까지를 지배한다. 전통사회의 세시 명절은 거개가 달을 중심이고, 기준이다. ‘청청 하늘에 잔 별도 많다’는 노래처럼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도 한국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별점치기[점성술]를 통해 왕조 및 시대의 흥망성쇠 및 농사의 풍흉 등을 예견했다. 칠성굿·칠성단·칠성각 등의 칠성과 도교에서 빌려온 노인성, 곧 ‘남극노인 또는 수성노인’은 인간 수명의 길고 짧음을 관장하는 별들이다. 은하수와 견우직녀별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죽어서 별이 된다는 꿈과 상상, 운명과 수명의 등불인 별들이 밤하늘에 빛나고 있다. 항상 모든 것이 원만구족한 보름달처럼 저항과 인고, 질타와 용서가 융합되고 불협화가 협화되는 그런 신나고 흥겹고 멋스런 한바탕이 되길 천지신명과 해와 달, 그리고 별에게 빌어본다. -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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