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경쟁체제 외면하는 철도노조 유감 “막대한 산업피해 누가 책임지나?”
양약(良藥)은 입에 쓰지만 병에 잘 듣는다. 충고는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 이롭다. 때론 불편해도 극복해야 옳다. 맛있는 음식만 찾다보면 입이 상한다. 듣기 좋은 소리에 길들여지면 귀가 먹는다. 화려한 색만 추구하다보면 눈이 먼다. 피가 안 돌면 몸에 탈이 난다.
물류는 국가 대동맥이다. 막히면 통행과 산업이 멎는다. 최근 물류대란을 빚은 철도노조 불법파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기 때문이다. 승객의 불편은 물론 원자재 조달과 수출품의 납기 차질로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수서발 KTX 자회사 출범으로 촉발된 철도파업은 백번을 양보한다 해도 비(非)정상이다. 명분 없는 비정상의 일탈이다.
MB정부의 광우병·4대강…박근혜정부의 철도 민영화 ‘괴담’
박근혜정부의 모토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철도노조는 과거 정부가 개혁에 나설 때마다 파업을 벌이며 개혁을 방해했다. 개혁을 반대하는 건 비정상이다. 철도파업에서 더욱 기가 막힌 건 SNS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 민영화 관련 ‘괴담’이다. 서울∼부산 KTX 운임이 6만원에서 28만원이 되느니, 지하철 요금이 5000원으로 오르느니 등 각종 설들이 판친다.
괴담은 또 다른 괴담을 낳고 불신과 파괴를 부른다. 이명박정부는 내내 광우병·4대강 괴담에 시달렸다. 박근혜정부 들어 철도 민영화 괴담이 들썩인다. 실체가 없음에도 나라의 근본이 유언비어로 좀먹는다. 만성적자와 방만경영에 빠진 철도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게 맞다. 민영화는 그 다음 문제다. 본말이 전도된 파업의 폐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익훼손을 정당화 할 수 없다.
철도노조의 명문은 민영화다. 그러나 이는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것과 같다. 철도산업 경쟁체제 도입은 공기업의 효율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가 명운이 달린 과제다. 산업의 선진화로 국민 편익과 안전을 증대시키느냐 마느냐의 중대한 기로다. 국민혈세와 직결된다. 일자리창출을 좌우할 중대 사안이다.
철도산업 정상화는 공공개혁의 첫 시험대이자 공기업 개혁의 바로미터다. 철도공사(코레일) 부채는 17조원에 달한다. 지난 2005년 5조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연평균 5.5% 임금인상에다 매년 1000억∼3000억원 상여금잔치가 베풀어진다. 철도노조는 매년 20억원의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왜 철밥통 귀족노조, 그들만의 리그로 비난을 받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후진 철도산업에 경쟁체제 도입은 공기업 개혁의 시금석
철도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건 시대적 흐름이다. 독일, 일본, 오스트리아 등 성공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경쟁체제 도입을 민영화로 둔갑시키는 건 시대적 요청을 거부하는 착각이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1987년 국유철도 구조개혁을 통해 철도부문을 7개 회사로 분할,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매년 적자에 허덕이다 경쟁체제 도입 후 흑자로 돌아섰다.
빚더미와 적자에 허덕이는 철도, 노조 불법파업의 뿌리는 2005년 노사의 이면합의에 있다. 사측은 직원들이 큰 실수로 회사에 해를 끼쳐도 승진을 보장한다. 직원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지역으로 발령도 내지 못한다. 과거 철도공사의 낙하산 사장들은 사실상의 이면합의를 통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노조를 달랬다. 다른 공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혜다.
우리나라 물류산업은 영세업체를 포함해 16만개에 달하지만 육해공 복합운송 인프라가 미흡하다. 매출규모는 연 90조원로 독일의 DHL 매출액과 비슷하다. 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독일 뮌스터대에서 철도경영을 공부한 전문가다. 철도대(현 교통대)에서 후학도 양성했다. 낙하산이 아니다. 김명환 노조위원장은 그간 합리적이라는 평판을 들었다. 불신을 털고 국익의 큰 틀에서 상생해야 옳다.
양약(경쟁체제)은 몸(국가경제)에 좋다. 양약은 사탕발림의 당의정(糖衣錠)이 아니다. 철도 산업 경쟁체제는 시대적 흐름이다. 파업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는 계기다. 망적지적(忘適之適)-만족한다는 생각마저 잊어야만 진정한 만족에 도달한다. 철도노조에 해주고 싶은 말이다. 2014년 청마(靑馬)의 해, 철마(鐵馬)는 달려야 한다.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kkh42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