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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행근의 중국부자 이야기 ③]양회(兩會) 참석 재벌, 평균재산 1조7000억원

중국 1000명 억만장자 가운데 양회 참석 재벌은 한 수 위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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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1호 박현준⁄ 2014.03.24 13:32:49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지난주 막을 내렸다. 이번 양회는 집권 2년차인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 이후 줄기차게 사회적 부패의 청산을 강도 높게 추진한 연장선상에서 열려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양회는 한 해 중국 정부의 경제·정치 운영 방침이 정해지는 정치행사다. 그런데 중국 부자학의 관점에서 볼 때, 올해 열린 양회는 작년에 이어 정치행사라기보다 중국부자대회의 성격이 짙은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중국부자에 대해 가장 권위 있는 ‘후룬리포트’에 오른 1000명의 억만장자 가운데 정협과 전인대에 속한 이가 각각 86명, 69명으로 이번 양회에 모두 155명의 억만장자가 참석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 회장, 부동산 회사인 헝다(恒大)그룹의 쉬자인(許家印) 회장, 지난 2010년 스웨덴 볼보를 인수한 지리(吉利)자동차의 리슈푸(李書福) 회장,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자청(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의 장남 리저쥐(李澤鉅)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히 중국 1000명의 억만장자 평균 재산이 64억 위안(약 1조1178억 원)인데 비해 양회에 참가한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평균 97억 위안(약 1조7152억 원)이었다. 이 때문에 양회가 졸지에 ‘돈=권력’의 무대 또는 돈이 정치를 주무르는 정치게임이라고 보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많은 중국인은 부가 정치적 연줄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데 양회 소속 부자들의 재산을 보면 맞는 말 같다”고 그 실상을 꼬집은 데서도 잘 나타난다.

앞서 언급했지만 올해 양회에 참가한 155명의 억만장자의 평균 재산은 97억 위안이다. 그런데 155명의 억만장자와 평균 재산 97억 위안, 이러한 수치는 어디에서 근거한 것일까? 그 해답은 ‘후룬리포트(胡潤百富)’에 있다.

오늘날 중국의 부자를 고찰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후룬리포트’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 까닭은 중국부자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하고, 중국 부자에 관해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잡지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포브스가 있다면, 중국에는 ‘후룬리포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룬리포트’의 창업자는 후룬(胡潤)이다. 후룬은 중국인이 아니다. 후게베르프(Hoogewer)라는 영국인이다. 그는 중국부호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무엇을 하는지를 궁금해 하다가 어느 날 중국의 부자를 규정짓고, 서열을 매기면서 중국부자들의 뼈 속까지 알아버린 영국인으로 50대 남성이다.


영국인이 창간한 ‘후룬리포트’ 중국부자 탐구

중국인도 아닌 파란 눈을 가진 이방인이 어떤 계기로 중국부자에 탐색하게 되었을까? 1960년에 영국에서 태어난 후룬은 1993년 더럼대학 졸업 후 7년 동안 세계 5대 회계법인이었던 아서앤더슨(Arthur Andersen)의 상하이 지사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중국부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3월 5일 열린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2기 2차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최고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쿤밍테러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당시 그는 회계사로 일하면서 프리토킹 방식으로 중국어 과외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 부호’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고 중국인 선생님에게 제안했는데, 중국어 선생님은 ‘중국 부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 날 이후 후룬은 중국인이 중국부자에 대해 왜 알지 못할까라는 의구심이 발동했다. 중국어 선생님이 소개해 준 중국 친구와 함께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정책이나 사상을 선전하는 기관지로서의 성격이 강한 인민일보(人民日報)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후룬은 인민일보를 통해 언제 회사가 창립됐는지, 회장은 누군지, 회사의 자산은 얼마인지, 경영 실태가 어떤지 등 체계적인 항목을 정해서 중국부자에 대한 간략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처음으로 1위부터 50위까지의 중국부자의 순위를 매긴 후 마침내 자신의 영문 이름을 딴 ‘후룬리포트’를 창간했다. 그 때가 1999년이다.

중국부자의 순위를 정할 때 후룬은 철저하게 현지신문을 기준으로 중국부자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축적했다. 중국은 우리나라 면적의 100배가 되는 광활한 땅이라 오늘날에도 각 지역의 현지사정을 속속들이 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당시에는 인터넷도 잘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 지역의 현지 신문을 통해 중국부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다는 원칙을 정했던 것이다.

특히 상장 회사의 경우 주가를 조사하고 주식가격의 등락폭과 최고점을 기록해 그 사람이 그중 얼마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후룬리포트’의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세계의 글로벌 기업들이 하루빨리 발간되기를 학수고대하는 그 자체가 영향력을 입증하는 해답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후룬리포트’는 중국부자 1위에서 1000위까지의 부호들과 그들의 소비에 관한 중국 부자들의 명단과 함께 ‘중국부호 소비경향’ ‘천만부호생활방식’ ‘중국사치여행백서’ 등 다양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후룬 리포트' 창업자 후룬


따라서 명품업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변모한 중국시장을 잡기위해 그 보고서는 필수부가결하다. 다시 말해 ‘후룬리포트’를 읽지 않으면 세계에서 가장 큰 사치소비시장인 중국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엄청난 부가가치가 때문에 ‘후룬리포트’의 광고는 한 면당 11만3400위안(약 2040만원)을 받는 일반 광고부터 66만7700위안(약 1억2000만원)을 받는 8쪽짜리 특별 광고까지 다양하다.

중국 부자학의 관점에서 볼 때 ‘후룬리포트’가 미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첫째, 중국 최초로 객관적인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1위에서부터 1000위까지 부자의 순위를 매겼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그 어느 누구도 중국부자에 대해 체계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 이것은 중국정부도 하지 못한 위대한 업적이다.

둘째, 객관적으로 중국부자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누구나 부자들의 재산, 생활방식 등 부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부자들을 변모시켰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과거 부자들은 돈이 있어도 어떻게 소비해야 할지를 몰랐지만 ‘후룬리포트’를 통해서 비로소 승마, 요트, 명품 등 상류 문화를 배웠다.

넷째, 매년 가장 많은 액수의 기부를 한 부호들에게 2004년 ‘자선(慈善)상’을 수여하면서 자선사업의 세계로 인도되었다.

다섯째, 중국에 부자들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그들은 ‘납세의 의무’를 다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졸부의 천국’이었던 중국에서 비로소 ‘진정한 부자’들이 탄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송행근 = 중국문화학자로 전북중국문화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하시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중국시가의 이해’ 등 10여권의 저서가 있다. ‘송행근의 요절복통 중국’과 ‘송행근의 차이나리뷰’ 등 다양한 중국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정리 =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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