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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추억자극 힐링 콘텐츠]PART 3: “세대초월 공감콘텐츠는 과거에”

손원경 토이키노 박물관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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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3호 김금영 기자⁄ 2015.03.26 09:05:11

▲슈렉 조형물 앞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손원경 토이키노 대표.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엄숙해야 할 박물관에 취재를 갔다가 “꺅~” 큰 소리를 지를 뻔 했다. 3월 11일 서울 중구 경향아트힐 2층에서 개관한 박물관 토이키노에서였다. 학창시절 좋아해 열쇠고리까지 샀던 ‘크리스마스 악몽’의 잭 피규어가 진열장에 놓여 있었다. 열쇠고리를 사고 기분 좋아 방방 뛰던 그때 추억에 잠겨 바보처럼 웃고 있었다.

진열장 앞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겨우 발걸음을 떼자 바로 ‘심슨’ 진열장이 나온다. 좋아했던 만화 피규어들이 가득해 바닥에 무릎까지 꿇고 정신없이 감상했다.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었던 번즈 사장 피규어까지 갖춰진 걸 보고 ‘보통이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잘 둘러보니 88서울올림픽 공식 마스코트였던 호돌이부터 지난해 한국 석촌호수로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인 러버덕, 세계인에 친숙한 디즈니의 미키마우스까지 장난감과 피규어, 포스터 종류가 다양하다. 취재차 박물관에 들어갈 때만 해도 성인이었는데,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왔을 때는 과거 좋아했던 장난감과 만화의 추억에 젖어 어린아이처럼 들떠있는 내 자신이 낯설 정도였다.

토이키노(TOYKINO)는 장난감을 뜻하는 토이(toy)와 영화를 뜻하는 키노(kino)의 합성어다. 2005년 삼청동 토이키노 1관을 시작으로 삼청동 2관, 헤이리 3관까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운영됐다. 2010년 예술의 전당 ‘더 토이쇼’에 이어 장난감과 피규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를 백화점과 각종 전시관 등에서 35차례 정도 열어 왔다. 곧 열리는 ‘2015 키덜트 엑스포’에도 참여한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각종 히어로 관련 포스터와 장난감, 피규어가 전시돼 있는 토이키노 박물관 2관 전경.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번에 서울 정동에 새롭게 자리 잡은 토이키노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피규어·장난감 박물관이다. 손원경 대표가 어린 시절부터 전 세계를 오가며 수집한 40만여 점의 다양한 키덜트 수집품 중 엄선한 4만여 점을 1관과 2관에 나눠 전시한다. 1관 키즈 존에는 전 세계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비롯해 국내 고전 장난감이 있고, 2관 키덜트 존에는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영화 캐릭터 관련 피규어와 포스터가 주를 이룬다.

손 대표를 만나자마자 장난감과 만화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기자와 손 대표의 나이는 10살 넘게 차이가 나지만 일치하는 공통 관심사가 많았다. “어릴 때 일요일 아침 8시에 하는 디즈니 만화동산 방송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고 하자 손 대표도 “나도 그랬어요. 전 그때 고등학생이었는데 디즈니 만화에 푹 빠져 있었어요”라며 손뼉으로 화답한다.

만화와 장난감에 푹 빠진 그가 관련 물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아버지 손에 들린 ‘600만 불의 사나이’를 만나면서부터다. 그에게 장난감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애정이 서린 소중한 존재였다. 직접 모으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시절부터. 800원, 1500원 수준의 소박한 장난감부터 시작했다. 지금도 비싼 장난감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작고 귀여운 걸 선호한다. 그렇게 시작된 장난감 수집은 마흔 중반까지 이어졌다. 그는 “장난감 박물관은 내 과거와 오늘이 오롯이 담긴 곳”이라며 웃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고, 만화영화에 푹 빠져 있었죠. 국적과 세대를 뛰어 넘는 공감 요소이고 현재도 꾸준히 사랑받는 콘텐츠예요. 지금도 계속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 되고 있는 슈퍼맨은 1938년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냥 장난감, 만화라고 하면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며 유치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콘텐츠의 힘을 보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토이키노 박물관은 다양한 장난감과 피규어가 4만 여점 전시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그는 자신의 책 ‘더 토이북’에서도 “알고 보면 장난감은 그것이 태어난 시대의 문화, 사회 이슈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영화, 만화, TV 시리즈 등 미디어와의 밀접한 연관성 가운데 발전한 장난감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살았던 대중의 삶을 읽어내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불었던 ‘토토가’ 열풍에 대해서도 그는 비슷한 맥락을 짚었다.

“어린 시절엔 누구나 다 놀았다”
국적과 세대 뛰어넘는 ‘공감’ 콘텐츠의 힘“

20세기를 살아가던 사람들은 21세기가 오면 무언가 새로운 게 시작될 줄 알았죠.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자동차는 하늘을 날아다니지 않은 채 여전히 땅에 있고, 일상도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20세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거죠. 이런 시점에서 저는 21세기가 20세기 문화 콘텐츠를 재해석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1세기를 바라보며 치열하게 살아오는 과정 속에서 변하지 않은 현실에 공허함을 느끼고, 청춘을 불태웠던 20세기 추억을 돌아보게 되는 거죠. ‘토토가’와 ‘토이키노’가 그런 점에서 과거 추억을 되새기며 젊은 세대에겐 새로움, 중년 세대엔 아련한 추억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토이키노 박물관엔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 관람객들도 많다. 한 40대 단골 관람객은 합정동 전시 때 10번도 넘게 왔다. 인터뷰 당일 평일에도 성인 커플이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거 가지고 놀았었는데!” 하는 탄성이 들린다.

손 대표가 토이키노 박물관을 처음 시작한 지 10년. 처음엔 “왜 저런 걸 모으나” “철이 덜 들었나 보다”며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추억을 공유하며 함께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는 추억을 자극하는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일제 강점기 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불쏘시개로 사라진 작품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한국 민화도 지금은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다뤄지지만, 당시엔 버려질 때가 많았다고 하죠. 전 장난감도 같다고 생각해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기에 평가절하 되지만, 계속해서 또 다른 재화와 콘텐츠를 창출할 요소가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그는 “디즈니의 콘텐츠 라이선스를 구입한 일본 회사가 장난감, 피규어 등을 수출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그런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며, 세대를 초월하는 공감 콘텐츠는 바로 과거에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장난감의 역사와 동화책을 직접 쓰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장난감 아저씨와 미술 선생님이 함께하는 장난감 이야기’ 식으로 학생들에게 아카데미를 진행할 계획도 있고요. 문화 잡지 창간도 고심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부터 보고 겪은 문화를 재해석해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개발하고 싶어요. 남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과감하게 하는 지금이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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