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추억자극 힐링 콘텐츠]PART 1: ‘응답하라’ ‘토토가’ 등 복고 열풍
현실 팍팍하니 찬란했던 그 시절 더 그립다?
▲3월1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앞 광장에서 80년대 MT를 떠나는 대학생의 모습을 한 모델들이 비둘기호 열차 배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어디서 쌍팔년도 같은 소리를 하냐?”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는 사람을 구닥다리 취급할 때 쓰는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 ‘쌍팔년도 같은 소리’가 히트 문화상품이 되고 있다.
최근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편성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tvN의 대표 프랜차이즈 드라마로 일컬어지는 ‘응답하라’ 시리즈는 2012년 ‘응답하라 1997’로 시작됐다. 인기에 힘입어 다음해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간 ‘응답하라 1994’가 이어졌고, 11.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 1월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열풍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건모, 엄정화, 지누션, S.E.S 등 90년대에 활동한 가수들이 모여 무대를 꾸렸는데 대중의 반응이 뜨거웠다. 22.2%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출연 가수들의 노래는 몇 십 년 만에 차트를 역주행하며 상위권에 올랐다. 비슷한 콘셉트의 콘서트와 방송프로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와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무한도전 ‘토토가’에 출연했던 터보(왼쪽), S.E.S. 사진제공 = MBC
이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모두 흘러간 추억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경우 청춘스타 서인국과 정은지(에이핑크), 고아라, 유연석 등을 내세워 젊은 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더 열광한 건 3040 세대였다. IMF사태 같은 당시의 사회문화적 분위기와 굵직한 사건-이슈를 다루고 삐삐, 815콜라, 천리안-하이텔 같은 추억자극 요소들이 등장해 “그 땐 그랬지”라며 90년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게 인기 요인이었다.
▲1990년대 청춘세대의 시절을 돌아보는 ‘응답하라 1997’는 대표적으로 사랑받은 복고 콘텐츠다. 사진제공 = tvN
‘토토가’ 또한 마찬가지다. 방송에서는 공연장을 채운 중장년층과 젊은세대가 어울려 신나게 즐기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출연가수 바다는 “토토가는 3세대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였다. 90년대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고, 함께 출연한 소녀시대 서현처럼 우리를 보고 자란 세대가 있었으며, 또 우리보다 어른 세대들도 우리를 알기에 함께 공감하며 시대를 추억할 수 있었다. 그게 큰 사랑을 받았던 이유 같다”고 밝혔다.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을 배출한 쎄시봉의 과거를 돌아본 영화 ‘쎄시봉’. 사진제공 = CJ
극장가에도 추억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쎄시봉’, ‘허삼관’, ‘강남 1970’ 등 어른 세대의 추억을 되새기는 복고 감성의 영화들이 올해 들어 줄줄이 개봉해 관객들을 만났다. 드라마, 가요, 영화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젊은층 위주로 빠르고 숨가쁘게 돌아가던 몇 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다.
▲올해 초 개봉했던 영화 ‘허삼관’의 한 장면. 사진제공 = NEW
이와 관련해 한 영화 관계자는 “팍팍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심리를 포착한 콘텐츠들이다. 찬란하고 순수했던 추억을 되새기며 힐링을 받는 것”이라며 “중장년층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젊은 세대들에겐 호기심과 신선함을 주는 효과가 있다. 당분간 이 같은 추억 자극 콘텐츠가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