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면의 세계 뮤지엄 ① 파리 영화영상박물관]프랑스의 영화 자존심에서 배울것
‘충무로 영화박물관’ 준비한다면 교육기능 참고하길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상면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교수) 영화에 대해 말할 때 흔히 프랑스와 연관되는 경우가 있고, 또 그래서 파리의 시네마테크도 영화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소다. 공식 명칭은 프랑스 시네마테크(Cinémathèque Française)인 이곳은 영화 필름의 보존과 관리 기능을 하며, 고전 영화 상영관, 영화영상 박물관 등을 갖추고 있다. 일년내내 특별 전시와 명작 영화 상영 등으로 영화 마니아들을 끌어들이는 ‘영화의 메카’ 같은 곳이다. 또한, 영화영상 박물관은 18세기 이후 영상의 발전을 보여주며, 특히 여기에 기여한 프랑스인들의 공로를 잘 보여준다.
시네마테크는 파리의 남동쪽 베르시(Bercy) 지역에 있다. 전철을 타고 세느강 남쪽으로 건너가서 미테랑 도서관 근처 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한산한 공원에 약간 기이한 형태의 흰색 건물이 보인다. 본래 파리의 시네마테크는 전설적인 명성을 남긴 영화인(비평가/수집가/프로그래머)이었던 앙리 랑골루아(Henri Langlois)와 조르쥬 프랑쥬(Georges Franju)에 의해 1936년에 개관되었는데, 1960년대에 파리 중심지 팔레 드 샤이요(Palais de Chaillot)로 갔으며, 그 후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잠정 폐쇄되고 이전되다가, 2005년 9월 현재 위치에 재개관 했다.
▲1970년대 영화의 화려한 의상을 입수해 전시했다.
현재의 시네마테크 건물은 미국 센터(American Center)로 사용되던 건물을 미국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Frank O. Gehry)가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양식으로 개조한 것이다. 특이한 모습을 띤 외관은 불필요한 부분들이 많아 보이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내부 공간들은 여러 모로 쓸모있게 되어 있다. 1층에는 입장권 매표소와 카페, 로비 공간이 있으며, 2층에는 영상자료실인 도서관이 있고, 3층에 연구실과 자료실이 있고, 4층에 바로 영화영상 박물관이 있고, 5층에는 기획전시실이 있다.
영화 이전의 영상…동영상을 보게 되기까지
4층에 있는 영화영상 박물관의 소장품들은 앙리 랑골루아와 빌 다이(Will Day)의 수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이 전시실에는 20세기 영화의 역사도 있지만, 영화 이전 영상의 역사, 즉 동영상을 보게 되기까지의 영상의 역사를 보여준다. 전시실은 전체적으로 검정색 천을 둘러 조명을 비추고, 영상 이미지의 색을 강조한다. 또한 디지털 방식을 이용해 과거 작품들의 영상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준다.
▲프랭크 게리가 포스트모더니즘 스타일로 꾸민 파리 시네마테크의 외관.
▲파리 시네마테크의 1층 로비. 사진 = 이상면
전시물들은 먼저 11세기 아시아의 그림자극부터 시작해 이것이 프랑스에서 성행한 18세기의 그림자극으로 이어진다. 17세기 이후 발달된 카메라 옵스쿠라부터 영상그림 상자(peep-box)의 환상적인 영상 이미지, 그리고 벽(스크린)에 이미지 투영 방식을 처음 보여주었던 마술 환등(magic lantern)을 거쳐, 사진의 발명 이후 영화필름과 필름 촬영 및 영사기의 발달로 이어진 영화의 전사(前史)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이미지를 비춰 보는 방법과 문화는 언제부터 있었으며, 어떻게, 어떤 기구들을 통해 발전돼 영화에 이르렀는가를 알 수 있다. 영상-동영상의 원리와 발전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진술이 1839년 프랑스의 루이 아망드르 다게르에 의해 시작되었고, 이어서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는 영상 연구와 실험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영상-동영상으로의 발전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 이뤄졌다. 여기에는 자연과학자 에틴-줄 마레이의 연속사진 실험과 애니메이션의 시초를 보여준 에밀 레이노의 프락시노스코프, 영화의 시작이 된 뤼미에르 형제의 기구 시네마토그라프가 있었다. 영화 영상이 왜 프랑스와 밀접한가를 이해할 수 있다. 영상과 영화가 모든 세계인의 문화지만, 프랑스인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먼저 발달됐고 이렇게 잘 보존돼 있다. 프랑스인들이 영화 영상을 아끼고 사랑하며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영상의 역사 보여주는 교육기능 갖춰
20세기 영화로 넘어가면 먼저 1920~30년대 무성영화 황금시대의 명작들이 나타난다. 독일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메트로폴리스’, ‘M’, 프랑스 장 르노아르 감독의 영화와 30년대 리얼리즘 영화들의 포스터, 대본, 스틸 사진과 의상-소품들이 보인다. 그리고 1940년 후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들, 1960년대 누벨 바그 등 누구나 알만한 영화 감독과 배우들의 작품 관련 전시가 계속 이어진다.
▲19세기에 이른바 ‘마술 환등’으로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
서울 충무로에도 시네마테크와 영화박물관이 2018년에 생긴다는데, 파리의 시네마테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시네마테크와 영화영상 박물관에는 20세기 영화 역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즉, 흥미 위주의 대중적 영화들 가운데 성공작들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박물관은 볼거리에 불과하며, 교육적 기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화박물관이 유익한 공간이 되려면 영화가 탄생하기까지의 영상-동영상의 발달 과정을 보여주며, 그 원리를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교육적 가치가 높고, 초중고생과 대학생을 위한 영상교육에 활용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영화영상 박물관은 파리 외에 유럽 다른 도시들에도 있으므로 파리 시네마테크만 모델로 삼지 말고 두루 검토해 한국 상황에 필요한 부분을 선택해 구성해야 할 것이다. 파리 시네마테크의 주소는 51 rue de Bercy, 홈페이지는
www.cinematheque.fr.
(정리 = 최영태 기자)
이상면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