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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 소장) 이 책은 실제 모델을 토대로 두 명의 가상 인물을 통해 은퇴 준비생들이 직면하는 상황과 심리적 문제를 현실적이고 깊이 있게 보여준다. 저자(정기룡·김동선 공저)들이 말하는 ‘퇴근 후 2시간’의 의미는 퇴직 후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책은 이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행복하고 안정된 노후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 현실이 되도록 안내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김장수 씨와 최고민 부장이다. 김 씨는 베이비붐 세대의 일원으로 평생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정년퇴직을 했다. 또한 아내와 아들, 며느리와 손주, 그리고 딸 등을 거느려 식구가 많다. 그는 퇴직했지만 결혼을 늦게 한 탓에 자녀들은 여전히 대학을 다니고 있다. 그래서 등록금을 걱정해야 하고, 매달 지출하는 생활비도 만만치 않다. 평생 경찰관으로 일했지만 노후 준비가 안 돼 있던 그는 퇴직 후를 위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배웠다. 그러다 우연히 그동안 자신의 경험과 도전들을 사람들에게 전하며 웃음과 희망을 주는 인기 강사가 됐다.
최 부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들어가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대기업에 합병되자, 임원 승진을 눈앞에 두고 명예퇴직의 위기에 놓였다. 그러던 차에 고향 선배이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인 김 씨를 우연히 만나면서, 그에게 ‘퇴근 후 2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퇴직 후를 계획하며 제2의 일을 찾는 데 성공했다.
평생직장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이제 퇴직 연령은 50대까지 내려왔고, 40대도 위험군에 속하는 게 현실이다.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서 80세라 하더라도 앞으로 30년은 더 일하고 버텨야만 한다. 그러나 퇴직하고 난 후에 제2의 일을 찾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막막하면서도 무모하기 짝이 없다. 저자들은 지금 자신이 서 있는 현장이 어디인가를 돌아보고, 그 현장에서부터 퇴직 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김장수 씨는 퇴근 후 무엇을 했나?’가 주제다. 직장에 다니면서 은퇴 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 위기 상황에 대비하라, 회사 인간에서 벗어나기, 호기심을 가져라”고 제시한다. 제2부는 ‘김장수 씨는 퇴직 후 무엇을 했나?’다. 직장을 다니며 은퇴 후를 준비한 주인공이 도전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게 대중 강연임을 발견하고 강사로서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제3부는 ‘최 부장은 퇴직 후 어떻게 재취업에 성공했나?’다. 최 부장이 우연히 쓰레기를 버리러 왔던 김 씨를 만나 은퇴 준비에 대한 멘토링을 받고, ‘퇴근 후 2시간’을 잘 활용한 덕분에 명예퇴직하고 새로운 직장에 CEO로 재취업할 수 있었으며, 계약 기간을 무사하게 마치고 또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제4부는 ‘김장수 씨는 이후 10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라는 주제다. 김 씨가 늦은 결혼으로 대학에 다니는 자식들과, 대학원 다니는 며느리, 손주 등 대가족을 거느린 가장으로서 가치 있게 살기 위한 준비를 하나하나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평생직장은 가고, 이제 평생직업이 있다
▲ 퇴직자들은 일상에서 갑자기 손발이 사라진 것 같은 답답함을 많이 느낍니다. 문서 작성, 프린트, 공과금 납부, 우체국 택배 발송 등은 비록 사소한 일이지만 직접 해야 할 일들입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내가 내 일상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죠.
퇴직을 하면서 많은 것이 변합니다. 집 안에서 내 자리도 변하고,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도, 나를 보는 시선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입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이 간극을 뛰어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옷걸이] 중.
▲ 은퇴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과거 자신이 가지거나 누렸던 모든 것들은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권위, 힘, 정보 등은 내가 잠시 빌려 대행했던 권한들입니다. 겸허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 모습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라고 곱씹거나 분노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 인간에서 벗어나기] 중.
▲ 직장을 다니면서 다른 일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회사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나를 평생 책임져 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위기에 처한 직원들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준비된 직원들을 내보내는 것이 원망을 덜 듣고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입니다. [현직에 있을 때 시작하라] 중.
▲ ‘백지장도 맞들어야 가볍다’고 합니다. 중년의 실직으로 인한 위기를 남편 한 사람이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옛날에는 남편이 돈 벌고, 아내는 가사 노동과 자녀 양육에 전념하면 됐지만, 요즘같이 직업 생명이 짧아진 세상에서는 집안 경제를 남자 혼자서 책임지기에는 벅찹니다. [아내와 백지장을 맞들기] 중.
▲ 이 세상에서 부부 관계처럼 어려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보고 배울만한 교과서도 없고 딱딱 맞게 적용할 수 있는 공식도 없이 그냥 살아갑니다. 남녀 사이를 이어주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이란 영화에나 나오는 것이지요. [부부 사이에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중.
▲ 퇴직을 하는 순간 갑자기 삶의 지시등이 꺼집니다. 무엇을 해야겠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마음의 열정도 함께 죽어버립니다. 직장의 출퇴근 시간에 구속돼 있을 때는 창밖의 자전거만 보아도 저것을 타고 마음 내키는 대로 달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는데, 이제 자전거를 봐도 감흥이 오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재미있지 않습니다. 퇴직으로 인한 일시적인 공허감에 빠진 것이지요. 이때 뭐든지 억지로 하려다가는 몸에 고장이 나고 마음에 상처만 생깁니다. 내 몸과 마음이 의욕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니, 억지로 허한 마음을 채우려고 하지 마십시오. 기다려 보세요. 내 마음을 채우고 나를 움직이게 할 새로운 열정이 나타날 때까지. [행복해지기, 열정 채우기] 중.
▲ 자신만의 무기를 찾아 평생직업을 구하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는 수밖에 없지요.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 준비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퇴근 후 2시간은 퇴직 후를 위한 골든타임입니다. 직장인이 자기 스스로를 위해 가지는 생명줄 같은 시간입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퇴직 후 더욱 여유롭고 행복한 삶이 보장될 것입니다. [평생직장은 없어도 평생직업은 있다] 중.
인생 후반전은 전반에 준비하라
전 박사의 핵심 메시지
이 책의 주인공인 김장수 씨의 실제 모델인 정기룡 소장을 필자는 개인적으로 조금 알고 있다. 저자는 은퇴 10년 전부터 ‘퇴근 후 2시간’을 알차게 사용함으로써 퇴직과 동시에 인생 2막을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100세 시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전무하던 시절부터 본인의 은퇴 후를 고민하고 스스로 좌충우돌 뛰어다니며 준비를 해왔다. 대전중부경찰서장으로 정년퇴직한 후 미래현장전략연구소를 설립해 현재 은퇴 설계와 행복한 노후에 대한 자문 활동과 각종 강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여전히 대학을 다니며 학문의 끈을 놓지 않고 인생 후반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이미 인간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었고, 기대 수명은 100세 시대가 임박했다. 이에 따라 인생 2막 준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 중 노후 준비 금액이 월 100만 원이 안 되는 이들이 전체의 4분의 1 수준이고, 노인 빈곤율이 48%에 육박한다. 퇴직 연령은 점점 내려가는데 평균 수명이 80대라 하면, 우리는 은퇴 후 평균 30년은 더 일하고 버텨야 할 것이다.
어떻게 은퇴 후 30년 일을 더 하면서 버틸지에 대한 답을 이 책이 제시해 주고 있다. ‘퇴근 후 2시간’은 퇴직 후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자기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현직에서 퇴직 후를 준비하는 지혜를 실천해야 한다. 즉, 인생 후반전을 전반전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퇴직 후를 위한 골든타임인 ‘퇴근 후 2시간’을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