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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올바른 역사 기억하자” 공연 봇물

뮤지컬 ‘리멤버’ 마당극 ‘들풀의 함성’ 연극 ‘토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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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3호 김금영 기자⁄ 2015.10.19 10:49:25

▲뮤지컬 ‘리멤버 - 독도 그리고 이야기’ 공연의 한 장면. 사진 = 과수원뮤지컬 컴퍼니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양측 다 한 목소리로 내는 건 “올바른 역사를 제대로 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 국민의 관심이 올바른 역사 정립에 쏠린 가운데, 역사를 소재로 한 공연들에 주목해본다.


PART 1. 역사적 장소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뮤지컬 ‘리멤버 - 독도 그리고 이야기’

역사적 장소를 중심으로 재구성된 뮤지컬 ‘리멤버 - 독도 그리고 이야기’가 성수아트홀에서 10월 5일 개막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일본과 갈등을 겪는 장소 독도를 중심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벌어지는 상상을 바탕으로 한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단순 명제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독도에 대한 설명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생생한 독도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보여준다.

역사적 장소인 독도를 바탕으로 동해안에 실제 서식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 토종 바다사자 ‘강치’ 이야기가 등장한다. 강치는 독도의 역사를 알려주는 동시에, 독도의 중요성을 현 시대에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장치다. 극에선 이 이야기를 직접적이 아닌, 상징적인 존재로 풀어나간다. 

▲뮤지컬 ‘리멤버 - 독도 그리고 이야기’는 독도를 중심으로 바다사자 강치에 관한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풀어낸다. 사진 = 과수원뮤지컬 컴퍼니

잘나가는 방송국 PD 배철수가 오징어잡치 취재를 위해 울릉도로 떠났다가 표류해 머물게 된 섬에서 공주라 불리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섬 주민들은 철수를 검은발이라 부르며 경계하고, 경계를 풀기 위해 철수는 사자의 눈물을 찾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기괴한 굉음과 함께 검은발의 습격으로 섬은 혼돈에 빠지고, 철수는 공주에게 섬의 진실을 듣게 된다.

공연을 기획, 제작한 과수원 뮤지컬컴퍼니 허강녕 대표는 “6년 전 우연히 과거 존재했던 독도 바다사자의 이야기를 접했다. 한때 독도는 강치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바다사자가 많았는데, 100여 년 전 일제 강점기 당시 고가에 팔리던 강치의 가죽을 얻으려 한 일본이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수가 급격히 줄다 멸종됐다는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며 “하지만 더 충격이었던 건 대한민국의 국민인 내가 이 사실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야기는 결국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역사 이야기와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 이 내용만이라도 우리 국민이 알고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공연을 만들게 됐다”며 “대부분의 관객이 공연을 보고 내가 처음 강치 이야기를 접했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옛 선조들이 일제 강점기 시절 힘없이 당했는데, 멸종된 바다사자의 모습이 같게 느껴져 마음 아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독도에서 벌어진 잔혹한 일이 바로 그 시기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겪은 가슴 아픈 역사이며, 강치 도륙 사건은 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역사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섬 독도의 소중함과 가치를 되새기고, 어른과 아이 모든 세대를 아울러 공감하고 화합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를 건넸다. 공연은 성수아트홀에서 11월 1일까지.


PART 2. 일제 강점기 역사를 직접 체험
마당극 ‘들풀의 함성’

극단 우금치가 선보이는 마당극 ‘들풀의 함성’은 가만히 앉아 관람하는 형태가 아니다. 관객이 일일 배우로 참여해 직접 무대에 오른다. 사전 신청을 받아 일일 배우를 선정한 뒤 2시간의 리허설을 거치면서 일일이 역할을 부여하고 동작을 가르친다. 무대 의상도 입힌다. 7세 이상이면 참여 가능하다. 이렇게 배우와 관객이 함께 힘을 맞춰 선보이는 ‘들풀의 함성’은 일제 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이론으로 배우는 역사 교육보다 온몸으로 역사의식을 되새기자는 방식이다.

나라를 잃고 되찾기 위해 싸우다 죽어간 원혼들이 나타나 그 시대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공연은 시작된다. 일본이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고종을 폐위시키는 가운데, 나라를 찾기 위한 만세 운동을 시작하면 장렬한 태극기 춤과 함께 일본 군대의 총격이 시작된다. 주동자를 색출해 처형장으로 끌고 가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면 살려주겠다는 일본군 장교 앞에서 만세 운동의 주동자들은 일제히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다. 그리고 다시는 과거의 역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다짐하는 진혼무가 펼쳐진다.

▲마당극 ‘들풀의 함성’의 한 장면. 일제 강점기 시절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 아래 극단 우금치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사진 = 극단 우금치

우금치는 ‘들풀의 함성’ 공연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만세 운동을 재현하는 작은 행사에서 시작돼 15년가량 수정 과정을 거치며 맥락을 이어왔다. 우금치 측은 “어느 행사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형태로 ‘들풀의 함성’ 예술 공연을 펼치는 건 이번 대전 공연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시민 배우 70명을 모실 예정”이라며 “일본이 다시 재무장을 하고 역사 교과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시점에서 더 뜻 깊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옛날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2015년 오늘날 만세 운동을 같이 체험하며 역사를 기억하고,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같이 심각하게 고민해보자는 취지를 가졌다. 그간 공연에 참여한 시민 배우들의 반응은 다양한데, 좋은 경험이었다는 건 공통된 반응이었다”며 “대개 기쁨과 환희의 역사를 기념하고 그 이면에 가려진 치욕의 역사를 되새기는 건 꺼려하는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음을 다시 한 번 각인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평송청소년문화센터 야외공연장에서 10월 24일 열린다.


PART 3.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사실주의극
연극 ‘토막(土幕)’

역사를 가감 없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극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실재하는 세계의 진실한 묘사와 가능한 한 직접적 관찰과 경험을 토대로 이뤄지는 사실주의  연극 작가 유치진의 처녀작 ‘토막’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의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중 하나다. 현대 희곡사에서 구체적인 사회 현실을 다룬 사실주의 작품으로 평가 받는 작품이다. 1920년대 일제 강점기하의 궁핍한 농촌과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소시민의 삶과 시대의 고민을 담아낸다.

1905년 거제도에서 출생해 어린 나이에 일제의 탄압과 차별, 나라 없는 설움을 겪은 유치진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연극에 일생을 바쳤다. 특히 당시 식민지라는 공통의 역사적 아픔을 겪었던 아일랜드의 극작가 숀 오케이시의 영향을 크게 받아 궁핍한 서민의 생활상을 리얼하게 그리는 극적 방법론을 터득했다. 1910~20년대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사건을 배경으로 아일랜드인의 삶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숀 오케이시의 ‘더블린 3부작’(총잡이의 그림자, 주노와 공장, 쟁기와 별)과 같이 유치진 또한 ‘토막’(1932) ‘버드나무 선 동리의 풍경’(1933), ‘소’(1935)로 농촌을 무대로 당시의 시대적 모순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농촌 3부작’을 선보였다.

▲국립극단은 일제 강점기 시절 빈곤층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연극 ‘토막’을 선보인다. 사진 = 국립극단

1933년 ‘토막’ 공연을 위해 극예술연구회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마포의 토막(土幕, 일제 강점기 도시 빈민의 움막집)을 실제로 방문해 연구했고, 작품을 본 당시 관객들은 “이것이 우리 현실”이라며 울부짖었다고 전해진다. 시간이 흘러 2015년 다시 무대에 오르는 공연은 일제 강점기 당시에 사용된 언어를 오롯이 재현하며 우리말과 어휘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세월을 거슬러 이어지는 빈곤층의 절망과 고난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외부와 단절된 어느 농촌 마을이 배경이다. 소작농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명서 식구와 경서 식구는 일 년 내내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도 일제의 억압으로 소작료와 세금으로 모두 빼앗긴다. 열심히 일해도 일제 치하에서 항상 벼랑 끝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식민지의 잔인한 현실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공연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10월 22일~11월 1일. 공연과 연계돼 근대극 재발견 전시회 ‘한국의 근대극과 유치진’전이 10월 22~11월 1일 달오름극장 로비에서, 근대극 심포지엄 ‘토막 - 90분 토론’이 10월 25일 공연 후 달오름극장에서, 공연 읽기 ‘살아 숨 쉬는 한국 근대극을 만나다 - 근대극과 주요 연극인들’이 10월 31일 공연 후 달오름극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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