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행근 중국부자 이야기] 철없는 금수저의 대명사 왕쓰총의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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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송행근 중국경제문화학자) 수저 논란은 중국에서 사회적 문제이자 시대적 화두다. 부모의 재산 수준이나 지위에 따라 자녀의 수저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급기야 수저 논란은 수저 계급론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계급 없는 사회가 목표인 중국에서.
우리나라도 금 수저와 흙 수저 등 수저 이야기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다. 이번 달 2일 잡코리아는 알바몬과 함께 직장인 13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 항목은 직장인이 꼽은 대한민국 성공 요소였다. 결과는 1위가 경제적인 뒷받침인 부모님의 재력(41.0%), 2위가 인맥 및 대인관계 능력(13.8%), 3위는 개인의 역량(13.7%)이었다. 결론은 부모님의 재력이 개인의 성공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배경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어떨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부모의 재력은 절대적이다. LG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북경, 상해, 서울 20대의 가치관 비교’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재력이 성공에 중요하다’고 대답한 비율은 중국에서 86%로 나타났다.
사회적 물의 일으켰던 ‘푸얼다이’ 대표가…
중국에서의 부모의 재력이 중요하다보니 계층의 세습화를 나타내는 수저 용어들이 큰 유행이다. 푸얼다이(富二代: 부모의 부를 대물림 받아 풍족한 삶을 사는 부유층 2세). 핀얼다이(贫二代: 가난한 집안의 2세), 관얼다이(官二代: 고위공직자의 2세), 즈얼다이(職二代: 처우가 좋은 국영기업에서 일하는 2세), 싱얼다이(星二代: 스타 연예인의 2세) 등.
중국 최고의 금 수저는 누굴까? 왕쓰총(王思聰)이다. 그는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의 외동아들이다. 왕 회장의 자산은 지난해 6월 초 기준으로 2600억 위안(47조 8452억 원)이다. 현재 중국 최대의 부자이자 전 세계 중화권 최고 부자다. 왕쓰총이 푸얼다이의 총아이다 보니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인민들의 관심사다. 하지만 그에 대한 중국인의 시각은 곱지 않다. 대체로 부정적이다. 철없는 행동 때문이다.
왕쓰총은 SNS 웨이보에 1200만 명의 팬을 갖고 있다. 지난해 5월 자신의 웨이보에 애완견의 두 다리에 애플워치를 채운 글과 사진을 올렸다. “새 시계가 생겼어! 나는 네 개의 다리가 있으니 네 개의 시계를 차야 하지만 너무 과한 것 같아 두개로 했어. 더 적으면 내 신분에 어긋나니까. 넌 시계가 있니?”. 그가 애완견에 채운 애플워치는 약 1500만 원이었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 4년제 대학 졸업자 평균 월급은 3773위안(약 69만 원)이다. 개 다리에 직장인 몇 달치 월급을 치장시킨 것이다. 이 사건으로 그는 인민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작년 1월 자신의 생일 때 한국의 걸그룹 티아라를 초청해 호화판 파티를 벌인 왕쓰총(가운데 흰 양복)이 직접 웨이보(중국의 SNS)에 올린 사진. 사진 출처 = 왕쓰총 웨이보
초호화 생활도 세찬 질타의 대상이다. 지난해 1월 생일 파티에는 한국의 여자 아이돌 그룹인 티아라를 불러 콘서트를 열었다. 10월에는 베이징의 한 클럽에서 할로윈 파티를 즐기며 찍은 사진과 영수증을 웨이보에 올렸다. 술과 안주 값은 20만 위안(약 3600만 원)이었다. 술은 Armand de Brignac Brut Gold 샴페인으로, 한 병당 현금 150만 원이었다. 이러한 행동은 왕쓰총에게 ‘무개념 재벌2세’ 내지 ‘철없는 재벌2세’라는 주홍글씨를 새겼다. 얼마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지 왕젠린 회장까지 나서 “아들에게 완다그룹의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는 66세가 되는 2020년 완다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왕쓰총은 1988년에 태어났다. 올해 28살로 미혼이다. 싱가포르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영국 윈체스터 칼리지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 유학했다. 출생만 중국이지 모든 교육은 선진 서양에서 받았다. 서양 교육은 왕쓰총의 철없는 행동을 낳게 한 배경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왕젠린 회장은 “아들이 서양에서 교육을 받아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해서 인격 및 언행의 수준이 떨어지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다고 진단했다.
정녕 철딱서니 없는 재벌2세에 불과할까? 왕쓰총은 현재 베이징푸쓰투자공사(北京普思投資) 이사장과 완다그룹 이사직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인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성과도 내고 있다. 2009년 사모투자회사를 세웠다. 초기 투자금은 5억 위안(888억 원)이었다. 왕젠린 회장이 “20번 정도 실패해도 좋다”며 지원해준 돈이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실패는 왕젠린 회장에게 심각성을 안겨주었다. 왕회장은 중국중앙TV(CCTV) 재경채널에서 그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자식이 비교적 총명하지만 원래부터 2번의 실패는 허용하되, 3번은 안 된다. 3번 실패할 경우는 회사(완다)로 출근해 착실하게 다니라고 일렀다.”
부자의 DNA는 있는 것일까
하지만 왕쓰총은 중국 최고의 부자인 왕젠린의 DNA를 물려받았다. 베이징푸쓰투자공사를 설립한 지 6년 만에 20여 개의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그 가운데 2개 회사는 상장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당당한 청년 기업인으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특히 지난 4월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프로메테우스캐피털을 통해 한국 영화 특수효과 업체인 덱스터에 1000만 달러(약 117억 원)를 투자했다, 투자한 지 8개월 만에 3000만 달러(약 351억 원)를 벌었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게임 사업 등에서 선전하면서 왕쓰총의 개인 자산은 이미 40억 달러(약 4조 8000억 원)로 당당한 부호로 거듭나고 있다.
▲작년 5월 자신의 애완견에 1500만 원 상당의 애플 워치를 채우고, 개 이름으로 개설된 웨이보에 “원래는 4개를 차려 했지만 너무 졸부라고 할까봐 2개만 찼어. 여기서 더 줄이면 내 신분에 맞지 않을 거 같구. 근데 너희들은 시계 있니?”라는 문구와 함께 올린 사진들. 사진 출처 = 왕쓰총 웨이보
그는 한국의 걸그룹에 빠져 있다. 2015년 뉴미디어 회사인 바나나플랜(香蕉計划)을 설립하자마자 걸그룹 티아라와 계약을 맺었다. 올해 1월에는 걸그룹 EXID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에서 걸그룹을 통한 한류의 뜨거운 열기를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장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왕쓰총은 ‘무개념 망나니 재벌2세’에서 당당한 기업가로 변모하는 중이다. 그가 기업가로 변모하는 것은 중국 사회에서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푸얼다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불식이다. 중국 인민들은 부를 과시하는 철없고 개념 없는 푸얼다이들이 기업을 물려받는 것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둘째, 중국 경제의 명암이다. 5년 전부터 푸얼다이의 후세 경영이 시작되었다. 향후 5년 동안 대규모 기업 승계와 경영권 교체가 이뤄진다. 중국 민영기업의 75%가 푸얼다이, 즉 재벌 2세에게 기업을 물려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푸얼다이에의 경영권 승계가 중국 경제의 그림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포브스는 푸얼다이의 경영권 승계가 중국 경제 최대의 리스크라고 지적하고 있다.
왕쓰총은 중국 최고의 금 수저이자 대표적인 푸얼다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망나니 짓을 하며 지탄을 받기도 하지만 기업가로 성공 신화를 만들어가는 중이기도 하다. 그의 행보는 중국 경제의 명암을 전망하고 푸얼다이에 대한 인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리 = 최영태 기자)
송행근 중국경제문화학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