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리뷰 - 이덕용 ‘리틀씽즈’전] 틀 벗어나 찾은 유리병 속 무궁 공간

  •  

cnbnews 제515-516호(신년) 김연수⁄ 2016.12.28 09:20:43

▲전시 중인 작품 앞에 선 이덕용 작가. (사진=김연수)


뒤집었다가 다시 제대로 세워놓으면 하얀 눈이 내리는 동그란 작은 세상 스노우볼은 우리의 의식을 잠시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장난감이자 장식품이다. 인사동 장은선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 이덕용의 작품은 처음 봤을 때 그런 스노우볼을 떠올리게 하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들이었다.

동화적인 밝은 분위기의 카페에 장식품으로 놓아도 좋을 것 같은 작은 유리병 약 80개가량 안에 담긴 세상들은 레고나 조약돌 같은 작은 크기의 소품들과 건축 모델링에 쓰이는 사람과 나무 모형 등 화방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들로 이뤄져 있다. 

이덕용이 이전에 하던 작업은 꽤 커다란 인체로 표현된 입체작업이었다. 그 작품들이 전달하던 주제는 많은 젊은 작가들이 고민하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에 관한 것에서 비롯한 것이었으며,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했지만 주제가 전달하는 심각함은 지울 수 없는 것이었다. 더불어 커다란 사이즈의 작업은 물리적으로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것은 이덕영 뿐만이 아닌 많은 작가가 겪고 있는 작업 활동에서의 현실적인 장애물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아마도 이 모든 고민과 장애물들이 지리멸렬해졌던 듯하다. 그는 근처에 보이는 소품들을 집어 들고 마치 아이가 인형놀이를 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듯 그만의 세상을 만들어갔다.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부속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소품들과 그것들에 맞춰 생산되지 않은 인체 모형들의 조합은 이상한 세상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소품과 어울리는 다른 소품을 찾아내는 작업과정을 작가는 끝말잇기 같은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모양의 유리병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사진 제공= 이덕용 작가)


그래도 현실은 머릿속에 들어온다

이덕용은 또한, 열심히 만든 작품들이 전시가 끝나면 창고에 들어가 있는 것이 싫었다. 작품을 만드는 모든 작가가 그렇듯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보길 바랐고, 만든 작은 작품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길거리에 아무도 모르게 설치한 작품들은 훼손되거나 없어졌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유리병을 잘라 보호막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제 그의 외부 전시는 한 달에 한 번씩 리어카에 유리병들을 싣고나가 길거리 전시를 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이번 전시에서 갤러리 안에 모아놓은 작품들은 그렇게 리어카에서 선보이던 것들이다. 

결과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많은 예술가들이 고통스런 작업과정에도 불구하고 예술 활동을 멈출 수 없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덕용은 이 작은 과정조차도 즐거움을 느끼며 작업했다고 전한다. 상상력은 항상 제멋대로 열려있었고, 그 제멋대로인 세계는 유리병 안에서 온전히 펼쳐진다. 

▲이덕영, '리틀 씽즈 시리즈(Little Things Series)'. 유리병, 혼합재료, 60 x 60 x 215mm. 2016.


한편, 때로 그의 머릿속에 정치-사회적인 생각이 많아질 때는 그것 역시 자연스럽게 반영될 때도 있는데, 예를 들면 경주 유적 단지 규모의 청동기 시대 유물이 대거 발견된 춘천의 부지에 ‘레고랜드’ 건설이 강행되고 있는 것과 같은 문제는 춘천이 주 활동 무대인 그에게 더 가깝게 다가왔다. 유물처럼 묻혀있는 레고와 조약돌로 만들어진 고인돌 위에 서있는 공사장 인부 모형은 이 좁은 세상 안에서도 강력한 풍자를 드러낸다. 이런 식의 사회 문제들을 은유한 작품들은 여전히 작고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80개의 작품들 속에 숨어있었다. 

물건을 잘 못 버리는 작가의 습성에서 비롯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작가에게 이 작품들은 경험과 기억을 간직하는 스케치의 역할도 겸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든지 상상력이든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든지 간에 작가는 자신이 스스로 가둬 둔 틀에서 벗어나 작업하려 노력했듯이 관객들에게도 자신의 작품과 제멋대로의 해석과 상상력을 발휘하기를 원한다. 만든 사람의 입장이 아닌 온전한 관찰자로서 만들어내는 세계는 자신을 비추는 또 다른 거울 역할을 할 듯싶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피라미드 모양의 유리 그릇 안에 공사장의 인부 모형과 거대한 레고가 유물처럼 누워있다. (사진= 이덕용 작가 제공)


▲이덕영, '리틀 씽즈 시리즈(Little Things Series)'. 유리병, 혼합재료,78 x 78 x 89mm. 2016.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