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 골프만사] 골프장 갑질 청산은?…마이바흐보다 비싼 카트비
(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김영란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작년도 골프장 입장자 숫자가 3500만을 돌파하고 전년 대비 2% 증가했다. 법 시행 전에는 골프장에 아주 큰 타격을 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지만,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골프장의 배부른 갑질을 자주 보게 된다.
우리나라 골프장들은 산악 코스가 많고 특별히 최근 신설 골프장들은 평지에 만들어진 곳이 드물다. 자연히 공사비용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금융비용 등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의 골프장과 비교할 때 가격 구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 정부는 거의 징벌적인 수준으로 골프장에 과한 세금을 부과하다 보니, 그 폐해가 고스란히 골퍼들에게 돌아와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골프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요즈음 보이는 골프장의 갑질을 보면 너무 화가 나기도 한다. 상당히 많은 숫자의 회원제 골프장이 세제상 혜택을 보는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했으나 세금 차액 약 4만 5000원이 그린피에는 반영되지 않고, 사실상의 부당이득으로 사주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입장료를 낮추지 않은 얌체 골프장의 평균 입장료는 일반 대중 골프장의 입장료보다 대략 4만 원이나 비싸다고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대중제 전환 골프장 입장료 현황’에서 지적하고 있다. 대중제로의 전환이 골퍼들을 위한 대중화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직 골프장 사주의 돈벌이와 수익성 증가에만 도움이 되는 속상한 현상이다.
세금 줄어도 이용료엔 반영 안 되고
골프장 주인 배만 불리니…
물론 정부는 골프 강국의 위상에 맞게 골프를 정상적인 스포츠로 여겨서 일반적인 기준에 맞춰 세제를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그런 제도적 조치 외에도 골프장 사업자들이 이제는 현명한 결정으로 골퍼와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입지적인 여건이 좋은 소수의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서서히 무너져 버릴지도 모른다. 골프광이던 내가 금년에는 국내에서 고작 두 번만 라운드했고, 아내와 함께 외국의 골프 리조트에 가서 실컷 라운드를 즐기고 온 것만 봐도 그렇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골프의 종주국 영국에는 약 3000개의 골프장들이 있다. 내가 자주 가는 런던에는 차로 1시간 거리(50마일)에 700개에 달하는 코스가 있다.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로얄 블랙히스(Royal Blackheath) 골프장은 1608년에 오픈했으니 4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명문 골프장이다. 이 골프장의 그린피는 약 8만 원 정도이고, 보유한 골프카(버기)는 3대에 불과해 골퍼들은 모두 걸어서 라운드한다.
이 골프장 근처의 런던 클럽은 25년 된 신설 명문인데, 잭 니클러스가 설계하고 유러피언 투어도 열리는, 비싸지만 멋진 코스다. 이 클럽은 그린피가 비싼데도 비지터가 주말에 13만 원을 넘지 않는다. 이곳은 버기를 50대 보유하고 영국에서 가장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 두 명이 함께 타는 투씨터를 40파운드 받으니 1인당 3만 원 정도 받는 셈이다. 물론 버기의 사용은 선택에 따르는데, 누구는 백을 메고 치고 누구는 차를 타며 네 명이 자유롭게 라운드하는 것도 무방하다.
한편 우리나라는 평지에서도 모두가 강제로 타야 하고 그 5인승 골프 카트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렌터카이기도 하다. 주행거리 8킬로미터에 최소 8만 원 이상으로, 최근 어느 골프장은 10만 원을 받기도 한다. 어쩌면 최고급 마이바흐나 롤스로이스보다 마일리지당 비용이 훨씬 높을지도 모른다. 불과 1000여 만 원짜리로 경차 값도 안 되는 것이. 골프장은 밑져도 카트 사업은 남는다던데 그 이익은 다 누가 챙길까? 대중화의 길은 참 멀게만 여겨진다.
(정리 = 김금영 기자)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