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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64) 비엔나·뮌헨] 비엔나는 저렴한 거리 음식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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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0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8.03.26 10:24:59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2일차 (모스크바 → 비엔나 도착)


야외 박물관 비엔나


모스크바를 출발, 발트해 라트비아 리가(Riga)에서 환승해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의 85% 면적에 872만 명의 인구를 가졌으니 꽤나 쾌적한 환경이다. 다만 해발 500m 이하가 국도의 32%에 불과한 산악 국가여서 스위스 못지않은 풍광을 자랑한다.


1차 대전까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에 있다가 2차 대전 때는 독일에 합병돼 치욕의 역사를 겪었다. 2차 대전 이후에는 영세 중립을 선언하고 오늘에 이른다. 인구 70만 명의 비엔나는 과거 제국의 수도였기 때문에 역사, 문화유산이 많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니 ‘야외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서유럽도 동유럽도 아닌


문화적으로는 서유럽이지만 지리적으로는 동유럽이 시작되는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오스트리아는 중부 유럽 내륙 국가이지만 어찌 보면 유럽의 중심일 수도 있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서유럽, 동유럽 국가들이 모두 지척이다. 동서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거의 한두 번은 들르거나 거치게 된다.


또 하나, 비엔나는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아 긴장을 풀어도 좋다. 그중에서도 케밥은 고마운 음식이다. 터키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오스트리아는 어디를 가도 케밥 식당이 있어서 참 좋다. 가격도 가격이겠으나 채소가 많이 들어가고, 맛있고, 게다가 푸짐하기까지 하다. 케밥 말고도 비엔나 어디를 가도 5~6 유로에 피자, 누들 등을 먹을 수 있는 간이음식점들이 많다. 도시 내 이동은 24시간 비엔나 티켓으로 하면 된다(7.6 유로). 


나라는 작지만 건축물은 화려한 비엔나

비엔나 박물관 지구의 중심인 마리아 테레사 광장. 사진 = 김현주

박물관 지구(Museum Quarter)에 먼저 들른다. 박물관 지구의 중심 마리아 테레사 광장(Maria-Theresien Platz)은 두 개의 초대형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다. 비엔나의 대표적인 두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과 빈 미술사 박물관이다. 겉으로 봐서는 박물관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웅장하면서도 정교한 건물이다. 지금은 작은 나라로 위축됐지만 예로부터 유럽의 파워 그룹이었기 때문에 장대한 건축물들이 많은 것도 이 도시의 특징 중 하나다.

빈 미술사 박물관은 겉으로 봐서는 박물관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웅장하면서도 정교하다. 사진 = 김현주

오늘 무척 덥다. 현지인들은 보이지 않고 비엔나 시내 거리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만 가득하다. 천안문 광장이 세계의 중심인 줄 알았던 그들이 유럽 소국에 와서 거대한 박물관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말 궁금하다.


빈 대학

의사당 건물은 웅장함과 화려함의 극치다. 사진 = 김현주

의사당 건물 또한 웅장함과 화려함의 극치다. 대형 건물의 지붕마다 얹혀진 조각물들과 거리 곳곳 광장마다 세워진 동상들 또한 제국의 흔적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빈 대학(Universität Wien) 앞을 지난다. 널찍한 캠퍼스를 기대했으나 도심 한 복판 애매한 곳에 캠퍼스가 있다. 여러 군데에 흩어져 있는 전형적인 도심 캠퍼스다.

비엔나의 으뜸 랜드마크인 성 스테판 대성당.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의 성당은 웅장하고도 화려한 모습으로 도시 전체를 압도하며 서 있다. 사진 = 김현주

그래도 빈 대학은 세계적인 명문이다. 포퍼(Karl Popper), 프로이트(Sigmund Freud), 하이에크(Friedrich Hayek), 후설(Edmund Husserl) 등 인문-사회 과학 분야의 세계적 거두들이 모두 이 학교 출신이다. 1365년에 세워졌고 독일어권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슈테판 광장(Stephansplatz)에서 도시 탐방을 끝낸다. 이 도시의 으뜸 랜드마크인 성 스테판 대성당(St. Stephen’s Cathedral, 독일어로는 Stephansdom)이 있는 곳이다.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의 성당은 웅장하고도 화려한 모습으로 도시 전체를 압도하며 서 있다.

 

비엔나는 저렴한 거리 음식의 천국이다. 어디를 가도 5~6 유로에 피자, 누들 등을 먹을 수 있는 간이음식점들이 많다. 사진 = 김현주

23일차 (비엔나 → 뮌헨 도착)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오늘은 비엔나에서 뮌헨으로 버스 이동할 일만 남아있다. 오전 나절 짬을 내 도나우 본류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비엔나는 도나우 강 중류쯤 해당하는 지역이다. 러시아 볼가강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도나우는 비엔나를 적신 다음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그리고 루마니아를 가로질러 흑해로 유입된다. 강물은 의외로 황토색이지만 요한 스트라우스(Johann Strauss)의 멋진 왈츠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선율이 저절로 되뇌어진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국가에 버금가는 노래다.


비아프라 출신 필립의 바른 생각


뮌헨 행 버스에서 옆 자리에 앉았던 아프리카 남성 필립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지리아 비아프라(Biafra) 출신인 그는 주말을 맞아 동족 친구를 만나러 스위스 제네바로 가는 길이다. 17세 때 고국을 떠나 유럽 각지를 떠돈 지 14년…. 지금은 비엔나에 정착해 있다. 비아프라…. 아주 오랜만에 들어보는 지명이다. 비아프라 전쟁 또는 나이지리아 내전은 1967년 비아프라 지역의 독립 선언이 발단이었다. 나이지리아는 군대를 보내 비아프라의 독립을 저지하면서 참혹한 전쟁으로 이어졌다. 전쟁 말기에는 200만 명 이상이 아사하기까지 했다. 


그동안 유럽 시민권을 얻을 기회는 많았지만 그는 굳건히 모국 시민권을 지키고 있다.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굳건한 목표 때문이다. 고국의 품은 어머니와 같다는 말에 나도 크게 공감한다. 아직은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조국이지만 훗날 쑥쑥 자라서 자신의 결정이 정당하고 자랑스러운 것이었음을 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구가 빠르게 늘고 경제가 성장하는 나이지리아는 유럽보다 오히려 더 기회의 땅이라고 주장한다. 구매력 높고, 특히 정부의 규제가 느슨해서 사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귀띔해준다.


헤밍웨이가 극찬한 뮌헨


그러는 사이 버스는 뮌헨에 도착했다. 비엔나에서 뮌헨까지 436km, 여섯 시간 걸렸다. 바바리아(Bavaria) 주의 수도. 베를린, 함부르크에 이어 독일 3대 도시의 번잡함을 느낀다. 인구 140만 명, 광역으로는 600만 명이 거주한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 기준으로도 예술, 건축, 문화, 과학의 중심지다. 헤밍웨이(Hemingway)는 “뮌헨 같은 곳은 다시없으니 다른 곳에는 갈 필요가 없다. 시간 낭비일 뿐이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이번 유럽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를 뮌헨으로 정한 것은 귀국 항공편 연결의 편의성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썩 잘 한 것 같다. 독일하고도 남부 내륙, 그저 중부 유럽으로 통하는 길목 정도라고만 알았는데 여기 이렇게 다양한 인종과 언어, 문화, 종교가 터전을 마련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지구별은 크고도 넓다. 여행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구실을 하나 더 찾는 순간이다. 


 

뮌헨의 풍경. 사람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 김현주

매력적인 코스모폴리탄 도시


뮌헨의 코스모폴리탄 분위기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특히 터키와 발칸, 그리스, 북아프리카 등에서 건너온 이민자가 많다는 것은 사람들의 생김새로 금방 드러나는데 이민자가 몰려든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흐른다는 뜻이다. 항공, 생명공학(BT),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달했고 무엇보다 BMW 본사가 여기 있다.


오늘 금요일 밤, 식당마다 카페마다 사람들로 가득하다. 언젠가 방문했던 북쪽 독일과는 분위기가 무척 다르다는 것을 금세 느낀다. 아니나 다를까? 잠자리에 든 지금 시각 밤 11시,  바깥 거리는 축제 분위기다. 흥겨움으로 밤을 새려나 보다.

 

 

24일차 (뮌헨 → 잘츠부르크 당일 왕복)


사운드 오브 뮤직을 떠올리며


버스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당일 나들이를 떠난다. 편도 150km이다.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는 인구 15만 명의 잘츠부르크는 뮌헨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중앙역에서 올드타운까지는 버스 타기도 애매한 거리여서 그냥 걷기로 한다. 게다가 버스는 1회 승차에 2.60유로, 차라리 두리번거리며 한적한 거리를 걷는 게 낫다.


중앙역을 벗어나 도심 방향으로 걷다보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명소는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1965)의 무대가 됐던 도레미 분수와 아름다운 꽃밭을 따라 전 세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있음직한 정원이지만 무엇이 이 많은 사람들을 이 깊숙한 알프스 산골 마을에 불러들이는지 궁금하다. 


도시 풍경은 곳곳에서 영화의 장면들과 오버랩 돼 방문자들을 추억에 젖어들게 한다. 어린 시절 서울 대한극장과 할리우드극장 70mm 전용 상영관에서 넋을 놓고 빠져들었던 추억 말이다. 폰트랍(Von Trapp) 가족과 마리아(Jule Andrews)가 어디선가 문을 불쑥 열고 나올 것만 같다.


곧 올드타운이다. 올드타운의 바로크 건축물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물론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과거 이 지역은 도시 이름 그대로 소금(salz)이 생산돼서 부유했고 그로 인해 멋진 건축물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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