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요즘처럼 문화가 중시되는 시대에 우리다운 문화를 창조적으로 꽃피우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4대 미의식인 신명, 해학, 소박, 평온의 정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주제인 신명은 고대부터 이어진 한국인의 가장 뿌리 깊은 미의식이다. 풍류를 좋아하고 흥이 많은 한국인은 신명을 통해 하늘과 소통하고 현실의 역경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
이 책은 저자의 ‘한국의 미학, 서양, 중국, 일본과의 다름을 논하다’(2015)에 이은 후속 연구로, 한국인의 4대 미의식 중 하나인 신명이 어떻게 조형언어로 양식화됐는지를 조명한다. 한국미술에서 신명이 담긴 작품들을 동서고금의 작품들과 비교하며 미학적 관점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핀다. 1장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통해 춤과 음악으로 풍류를 즐긴 한국 고대인들의 신명 문화가 회화적으로 표현된 사례들을 다루고, 2장은 회화에서 율동적 선율로 표현된 신명의 정서가 문양으로 나타난 공예 작품들을 살펴본다.
3장은 자연을 직접 접하고 그 감각적 흥취를 표현한 진경산수화를 서양의 인상주의나 입체주의와 비교해 그 현대적 의미를 재조명한다. 4장은 신명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꽃피운 현대작가들을 다룬다. ▲문인화 전통을 신명나는 붓질로 계승한 이응노 ▲무속신앙의 신명을 현대적 감각으로 조형화한 박생광 ▲소를 통해 한민족의 힘찬 기백과 신명을 표현한 이중섭 ▲자신의 고독과 한을 신명으로 승화시킨 천경자 ▲민중의 애환을 신명나는 춤으로 풀어낸 오윤 ▲굿의 원리로 비디오 아트를 창조한 백남준 등을 통해 자신의 역경을 신명을 통해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들을 소개한다.
최광진 지음 / 1만 8000원 / 미술문화 펴냄 / 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