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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뚜기’ 진라면, 신라면 턱밑 추격… 라면 레이스 역전되나

9년 전 두 배 차이 점유율에서 3%p 차이로 좁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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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9호 윤지원⁄ 2018.10.11 17:49:05

진라면이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의 회화 작품을 적용한 포장의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광고모델로 배우 장동건을 기용한 것도 파격적이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출시 30주년을 맞은 오뚜기 진라면이 시장 1위 브랜드 신라면의 점유율을 3%포인트 차이까지 따라잡았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농심과 오뚜기의 상반된 실적 추이와도 무관하지 않다. 라면 시장의 경쟁이 점점 더 심화되는 가운데 오뚜기는 신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의 성과를 착실히 얻어내 온 반면 농심은 신제품으로 재미를 보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갓뚜기’로 대변되는 오뚜기의 착한 기업 이미지 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진라면, 신라면 점유율 바싹 추격해

 

라면 시장의 판세가 바뀌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2일 이 회사의 대표 라면인 ‘진라면’이 국내 라면 브랜드별 2018년 상반기 점유율에서 봉지면 기준 13.9%를 기록, 16.9%의 ‘신라면’과의 격차를 3%로 좁혔다고 밝혔다. 2009년에는 신라면이 25.6%였던 반면 진라면은 5.3%에 불과해 점유율 차이가 20% 이상이었는데, 불과 9년 만에 차이가 7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3조 원 수준까지 급성장하면서 라면 시장은 2조 원 규모에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이에 라면 업체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상황에서 드러난 브랜드별 점유율 추이가 시사하는 바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심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53.2%로 55.8%였던 전년 동기 대비 2.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오뚜기는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 소폭 상승한 25.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1~2위 간 격차가 큰 것은 사실이다. 두 회사의 전체 점유율은 여전히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런데 농심의 점유율이 한 때 70%에 육박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상황이 크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농심은 국내 라면 시장의 62.1%를 점유했으나 2016년에 53.8%까지 급락했다. 

 

오뚜기는 2012년 국내 라면 시장에서 2위에 올라선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18.3%이던 점유율은 2015년 20%를 넘겼고 지난해는 25.6%로 급격히 상승했다. 두 회사의 점유율 그래프를 보면 오뚜기가 본격적으로 약진하면서 농심의 점유율에 균열이 생겼음을 알 수 있다. ‘희비가 엇갈린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변화다.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제공되는 컵 신라면. 농심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년 동안 탑승객에게 농심 신라면을 기내식으로 제공해왔다. (사진 = 농심)

 

농심의 하향 곡선은 대표 라면인 신라면의 부진과, 신라면의 빈자리를 채울만한 새로운 히트 상품이 없는 데서 비롯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라면의 국내 매출은 2013년 4800억 원에서 2016년 4500억 원으로 6% 넘게 떨어졌다. 그런데 이 기간 농심에서 내놓은 새로운 히트작은 2015년에 한동안 인기를 끈 짜왕 정도일 뿐. 신라면과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 30년 이상 변함없는 스테디셀러를 대신할 차세대 라인업이 좀처럼 갖춰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타사에서는 전통적 라면이 아닌 새로운 라면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공략하고 시장을 흔들었다. 예컨대 2012~13년에는 팔도의 꼬꼬면과 삼양의 나가사끼 짬뽕 등 이른바 ‘하얀 국물 라면’이 붐을 이끌었다. 2013년에는 삼양 약진의 1등공신이 된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오뚜기는 진짬뽕이 2015년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평정하기 시작하고, 한때 마트에서 신라면을 누르고 가장 많이 팔린 라면에 오르는 등 두각을 드러내면서 약진에 속도를 더했다. 여기에 오뚜기는 30년 된 대표 라면인 진라면까지 과감히 건드렸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직접 주도한 가운데 매주 임원들을 모아놓고 시식을 해 가면서 진라면의 맛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고, 2013년 이후 세 차례나 맛을 리뉴얼한 결과 마침내 소비자들로부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2016년에는 오뚜기 진짬뽕과 진라면이 인기 라면 순위에서 농심의 신라면을 제외한 다른 스테디셀러들을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 브랜드별 점유율에서 진라면이 신라면을 3%포인트 차이로 따라붙기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7월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착한 갓뚜기, 착한 가성비

 

오뚜기와 진라면의 약진 이유로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와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오뚜기는 최근 ‘갓뚜기’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감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 고(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관련된 여러 가지 미담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아들 함영준 회장이 상속세 1500억 원을 5년에 나누어 내겠다고 공표한 사실도 편법-탈세 승계가 횡횡하던 다른 재벌가의 사례들과 비교되면서 대표적인 ‘착한 기업’ 이미지를 얻게 됐다.


진라면의 탁월한 가성비 역시 기업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 지난 2016년 12월 농심이 주요 라면 가격을 5.5% 인상했을 때 오뚜기와 함께 가격을 동결했던 팔도가 가격을 올린 삼양식품을 제치고 점유율 3위로 올라서기도 했던 것처럼 가격은 점유율 경쟁의 중요한 요소다.

 

가격을 올린 농심‧삼양과 대조적으로 오뚜기는 2008년 이래 진라면 가격을 동결해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라면의 소매 가격은 봉지당 700원 대 초반인데, 대형마트에서는 5+1 패키지상품으로 판매하는 행사를 통해 개당 500원이 채 안되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300원 대로 구입할 수도 있어 4개 라면 업체 제품 중 가장 저렴한 라면으로 통한다. 이런 가격경쟁력은 기본 생활비에서 식비의 비중을 줄이고자 애쓰는 1인 가구, 청년세대에게 크게 어필했고 진라면의 인기가 꾸준히 상승하는 한 원인이 됐다.

 

오뚜기는 라면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진라면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은 2015년 3월 열린 진라면 대학생 서포터즈 '진&지니'(Jin & Jiny) 발대식. (사진 = 오뚜기)

30년 만에 1위, 현실 되나?

 

진라면은 올해 출시 30주년을 맞았다. 오뚜기는 올 6월 기준 진라면의 누적 판매량이 50억 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국민을 어림잡아 5000만 명이라고 했을 때, 국민 1인당 100개씩 소비한 셈이다.

 

오뚜기는 진라면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7월 진라면 브랜드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Joan Miro)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디자인한 새로운 패키지로 30주년 기념 ‘진라면 X 호안미로’ 아트콜라보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고 영화배우 장동건을 앞세운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라면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호안미로 스폐셜 에디션을 출시했다"며 “진라면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통해 오뚜기 진라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라면이 30년만에 신라면의 점유율을 바짝 추격했다는 기사가 알려지자 누리꾼 사이에서는 2005년 배우 차승원이 출연했던 진라면 광고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차승원은 광고에서 진라면을 맛있게 먹고 나서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는 1등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당시 점유율이 5%도 안 되는 상황에서는 농담 비슷하게 들렸지만 이제는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2005년 당시 1등을 얘기했을 때 외부에서는 비웃었을지 모르지만 내부에서는 품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진짜로 1등을 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이 업계 최고라는 브랜드 파워로 오랜 시간 라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이제는 착한 기업 이미지로 쌓아 올린 오뚜기의 브랜드 파워가 소비자에게 더욱 어필하는 분위기”라며 “앞으로도 국내 시장은 한동안 오뚜기에게 더 우호적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진라면의 순위 역전을 얼마든지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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